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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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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막 내린 '친문' 시대…이목은 '김동연'으로

이재명 압도적 승리에 최고위원도 '친명' 일색…친문, 비주류로 전락

2022-08-2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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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기지사가 지난 28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민주당 제 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이재명 의원이 77.7%의 압도적 득표로 민주당의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 선출직 최고위원도 5명 중 4명이 친명계(친이재명) 의원으로 꾸려졌다. 친명 천하가 시작되면서 과거 주류였던 친문(친문재인) 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됐다. 전당대회 과정에서부터 각자도생 분화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구심점 부재가 컸다. 친문으로서는 일단 이 대표와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향후 대항마에도 눈을 돌린다는 구상이다. 미국에 머물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와 김동연 경기지사가 첫 손에 꼽힌다.
 
친문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대세론 속에 전해철, 홍영표 의원은 출마를 중도 포기했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친문계 윤영찬 의원이 중도사퇴와 함께 송갑석 의원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지만 당선권 진입은 고민정 의원 단 1명으로 만족해야 했다. 특히 친문이 장악한 것으로 평가 받던 대의원 표심마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재명 대표가 72.03%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독주했다. 박용진 의원과의 결합이 어렵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결과는 예상을 훨씬 넘어섰다. 이는 곧 당의 주류 교체로 해석됐다. 
 
친문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과거 당내 주류의 영광을 완전히 내려놨다. 당내 친문 그룹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전해철, 홍영표 의원은 특히 인지도와 권리당원에서 이 대표의 상대가 되질 못했다.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 지원을 받았던 강훈식 의원에게 일말의 기대도 걸었지만 중도 사퇴로 레이스를 접었다. 박용진 의원과는 여전한 거리감으로 유기적 결합에 실패했다. 일부는 이 대표의 유일한 대항마라는 점에서 박 의원을 물밑 지원했지만, 일찌감치 승부가 결정나면서 결집력도 한층 약화됐다.
 
친명 일색의 지도부 구성으로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일부 친문 의원들은 이 대표의 대항마로 김동연 지사를 주목하고 있다. 당장으로서는 이 대표에 맞설 중량감 있는 인물로 보기에는 어렵지만,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대처와 당 운영, 정국 전개 등에 따라 충분히 대항마로 부상할 수 있다는 판단에 기초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의 한 민주당 의원은 29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김 지사를)잠재 후보 중에 하나로 바라보는 것은 맞다"고 했다. 다만 "(김 지사가)유력 후보로 등장했다고 보기에는 성급하다. 정당 활동을 많이 해보지 않은 분이고, 정치교체와 시대교체 이야기는 하지만 이쪽 분야는 초보자"라며 "경기지사를 하고 있으니 앞으로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김 지사가)성장하면서 (친문에서)판단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또 친문 의원은 "5년 뒤를 보자면 이 대표 혼자서는 (대선은)어렵다"며 "3~4명의 대선 후보들을 키워내야 한다. 김 지사가 그 중에 한 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7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 앞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다수 전문가들도 친문을 포함한 민주당 내 비주류 세력의 구심점으로 김동연 지사 부상에 대해 공감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현재로서는 경기지사를 하고 있는 김동연 지사 정도가 가시적인 인물"이라며 "그 외에는 없고, 실질적으로 1년 7개월 정도 남아있는 총선에서 민주당의 스타 의원이 나올 것인가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국가비전 2030을 만들었던 경험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 등도 그를 구심점이 사라진 친문과의 결합을 바라보는 연결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오는 2024년 총선에서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이 패하는 것을 전제로 친문과 김 지사의 조합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총선 전까지는 김 지사의 정치적 영향력 등을 감안했을 때 실질적인 결합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2024년 총선에서 (이재명 대표가)일격을 당한다면 휘청거리고 있는 이 대표에게는 (김 지사가)대항마가 될 수 있다"며 "총선 이후 결과에 따른 (친문과 김 지사의)조합은 가능하다. 다만 2024년까지는 이재명 대표의 대항마가 없다"고 진단했다.
 
김 지사도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수원 세 모녀' 사건에 대한 대책으로 긴급복지 핫라인을 개설했고, 정부의 1기 신도시 재정비 계획이 미뤄진 데 대해 "사실상의 공약 파기"라며 각을 세우고 곧바로 1기 신도시를 방문하는 행보를 보였다. 전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김 지사가 정치교체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제안한 '국민통합 정치교체를 위한 결의안'이 통과됐다. 김 지사는 거대 양당 구조에서 빚어진 폐혜에 주목, 기득권 정치의 타파를 주장하며 정치교체를 자신의 대표적 아젠다로 내세웠다. 대선주자로 보였던 기득권 교체, 아래로부터의 개혁 등은 금기 깨기에 도전하는 그의 상징적 과제다. 
 
또 다른 친문 일부는 이낙연 전 대표의 복귀도 기다리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가 미국에서 돌아오면 그 이후에 (이 전 대표에 대해)평가를 해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나이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1952년생인 이 전 대표는 다음 대선이 치러지는 2027년에 76세가 된다. 그는 "이 전 대표 연배가 만만치 않아서 유력한 역할을 할지는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이르다"고 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도 "현재로서는 (비주류 대안으로)가장 큰 인물이 이 전 대표지만, 나이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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