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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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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치 않았던 기관장들의 춤

2023-05-25 11:49

조회수 : 3,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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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색을 많이 표하세요. 한평생 춤을 춰본 적 없는 분이 중년의 나이로 직원 앞에서 춤을 추려니 난감하시겠죠. 어쩌겠어요. 산하기관들은 다 하는 분위기니..."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 기관 관계자가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최근 한 정부부처에서 대규모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부처 안에서는 연간 행사 중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행사입니다. 내수와 관련이 깊다 보니 홍보가 꼭 필요했습니다.
 
대대적인 홍보를 위해 장관이 발 벗고 나서서 홍보맨을 자처했습니다. 홍보가수의 노래에 맞춰 함께 안무도 소화했습니다. 평소 그는 춤을 좋아하고 잘 소화하기 때문에 춤 영상 제작이 어렵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산하기관들의 기관장까지 이 홍보에 동참을 시킨 것입니다. 평소 춤의 치읓도 모르던 이들이 카메라 앞에 서야했습니다. 촬영 전부터 기관장들의 고민이 제 귀에 들려왔습니다. '평소 해본 적이 없다', '막막하다', '난감하다'라는 의견 일색이었습니다. 끼가 있고 춤을 접해왔던 이들이라면 산하기관으로서 내수를 위한 홍보에 동참하는 일은 그리 무리가 없었겠지요. 
 
하지만 나이 지긋한 중년에게 춤은 그리 익숙한 영역이 아니었습니다. 한평생 춤을 춰본 적 없는 이도 있으니까요. 게다가 이 춤은 직원들 앞에서도 공개를 해야 했고 온라인상에도 게재돼 평생 기록으로 남을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좋은 뜻으로 동참한다손 치더라도 못하는 것을 강제로 해야 하는 것에 대한 고통은 적지 않아 보였습니다. 자칫하면 웃음거리로 전락할 수도 있으니까요.
 
우여곡절 끝에 결국 산하기관장들이 춤 촬영을 마쳤습니다. 애잔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주무부처가 하는 일에 산하기관이 홍보를 돕는 것은 마땅하지만, 그 방식에 대한 거부감과 난처함은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나에게 편안하고 익숙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고통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좀 더 살펴야하지 않았을까요?
 
앞으로 비슷한 행사는 또 진행될 예정입니다. 그때도 산하기관장들의 춤을 동원하게 될까요? 장관이 춤을 추는 시도는 충분히 신선했지만, 억지로 동원되는 기관장들의 어색한 춤사위가 얼마나 홍보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렇다고 기존대로 딱딱한 홍보 멘트를 원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각 기관들의 특징을 살려 잘 소화할 수 있는 홍보 방식으로의 진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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