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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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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상철 입법조사처장 "1000조 낭비 막는 입법영향분석…제2 타다 사태도 방지"

"법은 정치의 영역 아닌 과학의 영역"

2023-06-14 06:00

조회수 : 3,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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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는 입법과 함께 정책과 관련된 사항을 조사·연구해 국회의 위원회와 국회의원에게 제공합니다. 즉,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국회의 전문적인 입법·정책 조사분석 기관인데요. 제9대 입법조사처장으로 부임한 박상철 처장은 이제 법률은 정치의 영역만이 아닌 과학의 영역에서 꼼꼼히 챙겨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합니다.
 
때문에 박 처장은 입법조사처의 핵심사업으로 '입법영향분석'을 꼽았는데요. 입법영향분석 제도는 의원입법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법안이 미칠 영향을 미리 또는 사후에 평가·분석해 의원들의 입법을 과학적으로, 제도적으로 자문하는 것입니다. 법만 잘 만들어도 사회적 비용을 몇백조원, 최대 1000조원 이상의 누수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하는 박 처장을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입법조사처' 집무실에서 만났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입니다.
 
박상철 국회입법조사처장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입법조사처 집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입법조사처, 국회 싱크탱크로 자리잡아"
 
-입법조사처장으로 부임한 지 두 달이 됐습니다. 그간의 소회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익숙한 분야면서도 국회에 들어와서 일하는 스타일은 새롭습니다. 입법조사처 구성원들이 어마어마한 저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국회에서 이곳이 제일 큰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입법고시·박사·변호사 출신들이 섞여 있다 보니 삼투압 현상처럼 융합돼 있습니다. 때문에 보고서가 굉장히 현실적인 문제를 짚고 문제의식이 잘 안배돼 있습니다.
 
-입법조사처가 출범 16년째를 맞았습니다.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가장 큰 성과는 국회의 '싱크탱크'로 자리 잡았다는 것입니다. 싱크탱크가 여러 가지 이론적이면서도 과학적인 의제를 마련하는 곳 아니겠습니까. 예를 들어 미국의 의회조사국(CRS)이나 유럽의 의회조사국(EPRS) 같은 곳이지요. 막상 이런 기관을 갖고 있는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를 만든 역대 의장들과 국회의 결단은 훌륭했습니다. 16년 동안 내실이 다져졌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실적을 짚어주시겠습니까.
 
좋은 법률을 만들 수 있는 지적 자산이 완성됐고요. 그다음 국회 기능 중에 입법 대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국정감사입니다. 입법조사처는 국회의장과의 회의를 통해 2023년도 국정감사 이슈 분석서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오는 7월 말에 총 9권의 책으로 이뤄진 분석서가 나올 예정입니다. 올해는 대대적인 작업에 착수했는데, 국정감사 관련 주요 정책에 대해 지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해서 어느 상임위에서 어느 방향으로 집중적으로 갈 수 있는지 등을 안내했습니다. 
 
-역점을 두고 하고 계신 활동이 있으십니까.
 
입법영향분석이라는 시범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법을 만들 때 '이 법을 만들면 국가적으로 어떤 일이 구체적으로 생기지?' 라는 분석서가 있어 줘야 하는데, 우리 법이 그게 없습니다. 유럽의 경우 기본적으로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겨우 하고 있는 것이 국회예산정책처에서 하는 비용추계인데, 거의 와닿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입법영향분석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예를 들어 간호법 같은 경우 이 법을 만들었을 시 의사, 간호조무사, 간호사에게 어떤 영향이 있고 국민들한테 어떤 영향이 있는지 입법 내용 분석만 제대로 해놔도 논란이 적을 수 있습니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입법 영향 분석만 잘해도 1000조원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법을 만들 때 여야가 다수결로 밀어붙이거나 법률안 거부권이 오고가는 등 정치적인 힘에 의해 왔다 갔다 하다 보니, 현실에서 과학적으로 분석하자고 하는 것이 입법영향분석입니다. 
 
"법, 정치 아닌 과학 영역"
 
-입법영향분석 제도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입법영향분석을 제도로 정착시켜야겠다는 것은 제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라 이미 여야에서도 관련 법안이 8개나 나왔습니다. 이번 가을에 꼭 통과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렇게 되면 마치 비용추계서처럼 입법영향 분석서를 여기에서 생산해 발의할 때, 법이 좋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비용추계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입니다. 입법영향분석에서 이게 빠지면 안 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말 그대로 '영향'입니다. 건축할 때 환경영향평가를 받듯이 법안도 노란봉투법 등은 상당히 (사회에) 영향을 많이 끼치는 법입니다. 때문에 이 법이 만들어졌을 때 경제적으로나 사회문화적으로, 또 국제관계 등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 한 번이라도 분석해야 합니다. 의원실에서 법안 발의할 때 그런 것을 첨부하잖아요.
 
-의원실에서 그 영향을 전망하는 것인데, 그 영향이라는 자체가 긍정적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아니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의원들은 오히려 입법조사처 분석서가 첨부 제한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입법 자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원들도 서로 (입법영향분석을) 하자고 얘기합니다. 이것을 도입하면 국회 기능이 커지기 때문에 각 부처에서도 국회가 훨씬 조직적으로, 질적으로 한 단계 올라섰다고 평가할 것입니다. 현실에 맞는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기본이 '입법영향분석'인 것입니다. 
 
-입법영향분석 팀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꾸려가고 있습니다. 출범하기 위해 입법영향분석사업단 규정까지 만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과학입법분석지원센터도 설치할 예정입니다. 연구직들이 자기계발과 소위 말해서 스터디를 안 하면 시대에 맞는 첨단과학 입법을 못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스스로 학습하는 기구, 즉 지원센터를 만들어 학습하자는 취지입니다. 법은 정치의 영역이 아니라 과학의 영역입니다. 과학을 스스로 더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센터를 만들었다고 보면 됩니다.
 
박상철 국회입법조사처장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입법조사처 집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제대로 된 법 만들기 위해 입법영향분석 잣대 필요" 
 
-향후 이런 것들이 채워지면 입법조사처도 민간개방을 많이 할 예정인가요.
 
해야죠.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개방공무하자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안에 있는 사람도 할 수 있지만 외부 전문가도 오실 수 있습니다.
 
-최근 일명' 타다금지법'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았습니다. 모든 법안마다 입법영향분석을 첨부한다면 타다금지법과 같은 사태를 막을 수 있습니까.
 
줄어들거나 사실 리스크가 안 생기도록 해야 합니다. 입법영향분석이 있을 때나 리스크가 안 생길 가능성이 있지, 만약 입법영향분석이 없으면 리스크가 안 생길 가능성은 영원히 안올 수밖에 없습니다. 여야도 정치적 판단이 들어가면서 법안이 정치적으로 만들어져 버렸습니다. 타다법 '된다, 안 된다'를 번복하다가 분신자살 등 논란 생기면서 비과학적으로 금지법이 만들어졌습니다.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입법 영향의 잣대가 들어간다면 훨씬 더 법을 제대로 만들어 놓을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입법영향 분석서의 독립성과 중립성입니다. 우리나라는 정파성이 강해서 분석서 자체가 헤게모니 안에 들어가면 비과학적인 분석서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책임성, 중립성, 완결성이 필요합니다. 보고서는 과학이라는 말이 따라다녀야 합니다. 팩트에 근거해서 보고서를 썼으면 오히려 자신 있게 언론을 찾아가서 '홍보해달라'고 얘기하면 됩니다. 정치 중립적인 것을 반드시 찾아야 하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의원 입법에 입법영향분석 첨부하는 것인데, 정부 입법의 경우는 어떻게 되나요.
 
정부 입법은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제출되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정부 입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볼 수 있게끔 의원들이 요구하기 위해 법을 개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즉 국회법을 손보자는 목소리인데, 국회법에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입법·국정감사 지원, 입법조사처의 주요 임무"
 
-기존의 조사처 자문회의와는 다른 형태로 기관자문위원회를 구성하면서 '국가비전입법정책포럼'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들었습니다. 생소한데, 이 포럼은 무엇을 자문하는 기구인가요.
 
'입법정책이라는 것이 국가를 위한 비전을 가진 입법정책을 논의할 수 있는 자문기구 만들자' 라는 뜻에서 국가비전입법정책포럼이라는 자문위원회를 만들고 11명으로 구성했습니다. 선진 입법체계 구축, 개헌 등 정치개혁 연구, 국가비전의 방향 잡는 일 등 크게 3가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개헌, 선거구제 개편은 블랙홀 이슈입니다. 학자로서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십니까.
 
개헌 문제는 절대적으로 해야 하는데, 전면적 개정은 힘들 수 있습니다. 문재인정부 때 개헌을 했었어야 합니다. 올해 개헌을 하려면 오히려 쟁점만 됩니다. 대통령이 주장하면 야당이 반대하고, 야당이 주장하면 대통령이 반대합니다. 개헌 문제를 다루기 위해 절차법이 없는데, 헌법개정절차법 만들어놔야 합니다. 선거제 역시 이대로 갈 수 없습니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가만히 보면 제3당, 4당이 존재합니다. 결국 비례대표제를 확대하고 소선거구제를 혼합형으로 바꾸는 등 개정해야 하는데, 개헌보다 더 힘들 수 있습니다. 여야 간 협상을 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선 상당히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국회가 어느 정도까지 발전을 하고 기능 임무 수행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정부 예산은 600조원을 넘어섰는데, 국회는 1조원이 안됩니다. 현재 국회 인력 가지고 정부를 통제하고 방향을 잡아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가령 우리 입법조사처도 미국과 비교하면 지원 기능 차이가 많이 납니다. 이런 것들을 보강하는 것이 국민 위하는 길이라고 보고 생산적인 국회가 돼야 합니다. 생산적인 국회가 되려면 입법부로서 결국 입법으로 시작해서 입법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제대로된 법을 만들수 있게끔 우리 입법조사처도 최선을 다해 지원할 계획입니다.
 
-남은 임기 동안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무엇을 할 예정입니까.
 
입법지원 기능과 국정감사 기간에 지원을 제대로 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조사관들이 자부심을 갖고 안정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참고 왔던 잘못된 관행 방향을 바꿔 정상화하게끔 독하게 마음먹고 있습니다.
 
박상철 국회입법조사처장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입법조사처 집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대담=최신형 정치부장, 정리=뉴스토마토 박진아·최수빈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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