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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원

의심받는 진정성

2023-06-1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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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관측은 빗나갔습니다.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됐습니다. 민주당은 이날 표결을 의원 개개인의 자율 투표에 맡겼는데요. 표결을 앞두고 당 안팎에서는 체포동의안 가결을 점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방탄 정당’이라는 비판을 의식하는 분위기가 당내에 흘렀기 때문입니다. 
 
방탄 비판 우려가 이번에 처음 나온 건 아닙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에는 노웅래 의원, 지난 2월에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각각 부결시켰습니다. 지난 3월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 체포동의안 가결과 대조적이었습니다. 하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에 국민의힘은 ‘불체포 특권 포기’를 이유로 가결을 사실상 당론으로 정했습니다. 과반 의석수로 노 의원과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을 주도했던 민주당으로서는 신경 쓰일 만한 대목이었죠. 
 
그렇기에 돈봉투 의혹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윤 의원과 이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을 두고 방탄 비판 부담은 민주당에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는데요. 결과는 부결이었습니다. 부결 배경에 대해 당내에서는 이런 의견이 나왔습니다. “검찰 수사에 대한 의원들의 감정이 부결로 이어졌다(김한규 원내대변인).” “검찰의 무리하고 불공정한 수사에 대한 방어권이 작용했다(이원욱 의원).” 검찰이 야당을 겨냥해 과도한 수사를 벌이는 데 대한 반발심이 작용했다는 겁니다.
 
이런 주장은 방탄 이미지에 대한 비우호적 여론을 감수하더라도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짚고 싶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요. 문제는 시점입니다. 윤 의원, 이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은 민주당이 한창 쇄신을 부르짖을 때 이뤄졌습니다. 한 달 전쯤 민주당은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거액의 가상자산 보유 논란으로 탈당한 김남국 의원 사태를 계기로 ‘제 식구 감싸기’를 통렬히 반성하겠다 선언했습니다. 이어 당내 혁신기구 설치에 착수했죠.
 
다만 윤 의원, 이 의원 체포동의안에 무더기 반대표를 던지며 쇄신 의지는 퇴색한 모습입니다. 민주당은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혁신기구 구성 계획을 밝혔지만, 방탄 프레임으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그 취지를 깎아 먹은 셈입니다. 가뜩이나 천안함 자폭설 등을 제기해 혁신위원장 임명 하루 만에 낙마한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으로 민주당의 혁신 행보에 물음표가 제기됐던 상황에서 또 다른 의구심을 남긴 겁니다.
 
검찰은 민주당 전·현직 의원 29명이 돈봉투 의혹에 연루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민주당을 향한 검찰의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둘 사이의 신경전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의 혁신을 향한 진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비슷한 논란이 재발할 여지를 배제할 수 없는 겁니다. 그럼에도 혁신 기치는 세워졌고, 민주당은 그 책임을 안고 있습니다. 당 지도부가 새 혁신위원장 인선에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유일 겁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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