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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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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현희 "죽음까지 생각했다…대통령실, 전방위 사퇴 압박"

권익위 3년 임기 만료…"마지막 1년, 시련의 연속"

2023-07-06 06:00

조회수 : 6,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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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달 27일 3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습니다. 민주당 재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지난 2020년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전 전 위원장은 윤석열정부의 사퇴 압박에도 3년 임기를 다 채웠는데요. 그는 퇴임식에서 "지난 1년은 시련의 연속이었다"고 소회를 밝히며 "안타깝게도 오늘날 대한민국은 '정치의 부재와 정쟁의 과잉' 시대"라는 쓴소리를 남기고 권익위를 떠났습니다.
 
전 전 위원장은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며 "죽음까지 생각할 정도로 공포스럽고 두려웠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원칙을 지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소신 발언을 이어갔는데요. 현 정권을 향해 거듭 "분노를 느낀다"고 작심 발언을 한 그를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뉴스토마토>에서 만났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입니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뉴스토마토>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권익위 사태 본질, 전 정권 인사에 대한 표적감사"
 
-권익위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됐습니다. 장관급 기관장에 대한 복무기강 감사는 전례없는 일입니다. 이 사태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윤석열정부 들어서면서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을 쫓아내고 새로운 사람을 임명하려는 차원에서 '사퇴압박', '표적감사'라고 생각합니다.
 
-여야 공방도 컸습니다. 야권 일각에서도 '정무직이기 때문에 사퇴하는 것이 맞지 않냐'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장관급 기관장들은 원칙적으로 대통령 임기와 일치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국정 효율을 높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정권과 협조하면서 함께 국정철학을 공유하면서 가야 할 기관이 있고, 그와 반대로 독립적으로 기관 운영을 해야 하는 기관이 있습니다. 후자에 해당하는 기관이 감사원, 권익위, 방송통신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으로 어느 정권과 상관없이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업무 수행을 해야 하는 대표 기관입니다.
 
-그 기관들의 특징은 모두 법률에 의해서 기관장 임기가 보장돼 있지 않나요.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 부처 장관의 경우 임기가 법에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바뀌면 임명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권익위원장은 업무 자체가 중립적이고 독립적으로 해야 하는 업무를 가진 기관이라 대통령과 임기를 오히려 엇갈리게 해야 합니다. 그것이 입법 취지에 맞고 업무와 맞습니다. 왜냐하면 권익위는 일종의 정부 내에서 대통령에게 쓴소리하면서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정부 내에서 하는 기관이니까요. 일종의 '워치독(감시견)'입니다. 이번 계기로 임기를 엇갈리게 해서 정권과 완전히 독립되게 하는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앞서 표적감사라고 말씀하셨는데, 법적으로 직권남용이 아닙니까.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태의 경우 대법원에서 이미 위법하다고 판결이 났습니다. 직권남용입니다. 감사를 통해서 사퇴를 압박하고 옷을 벗기는 것은 직권남용이라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이미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사퇴 압박을 종용하며 감사를 통해 쫓아내려고 한 것은 대법원 판결과 견줘 직권남용 성립 소지가 매우 높습니다.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등을 형사 고발한 이유도 이 때문인가요. 결과는 언제쯤 나오나요.
 
공수처에서 작년 12월에 이미 고발했고 현재까지 총 3번의 고발을 했습니다. 민주당의 경우 6번 정도 했습니다. 공수처에서 해당 사건을 몇 달째 계속 수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익명의 제보로 시작된 감사허위 조작 프레임"
 
-감사 근거가 된 것이 감사원에 접수된 익명 제보였습니다.
 
유병호 사무총장 감사 초기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권익위 고위관계자가 제보했다고 언론을 통해 여러 번 밝혔습니다. 그 사람의 제보를 통해 감사가 개시됐고, 그 내용은 제가 알기로는 10가지 사유로 알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 내용 보면 익명 제보 핵심 중 하나는 상습적인 출퇴근 미준수와 차명 사무실 의혹이었습니다.
 
차명 사무실 문제는 물타기 하는 것입니다. 사실 감사원이 조사도 안 했습니다. 터무니없는 내용인데, 그렇게 박아서 마치 제가 차명 사무실을 운영한 느낌이 들도록 언론을 통해 인신 모독하는 내용입니다. 근무시간 미준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근무 태만 등 한 적 없습니다. 근무시간 미준수라는 프레임 자체가 저를 망신 주기 위한 인신모독입니다. 두 가지 모두 터무니없는 허위 조작 프레임입니다.
 
-윤석열정부에서 1년을 버텼습니다. 어떤 심경이었습니까.
 
작년 6월쯤 대통령이 국무회의 참석할 필요 없는 사람이 왜 오냐 이런 식의 신호로 국민의힘 지도부 등이 '모두 사퇴하라, 지난 정권의 알박기다, 후안무치하다, 염치없다' 이러면서 사퇴 종용했습니다. 나가지 않고 한 달 정도 계속 '법에 정해져 있는 기관장 임기다, 정치적 중립기관으로서 임기 신분 보장돼 있고 지키는 것이 법치주의다'라고 메시지 냈습니다. 그랬더니 느닷없이 감사원 감사가 시작됐습니다. 물러나라 했는데, 물러나지 않으니 감사원 감사 통해 저를 쫓아내기 위한 표적감사였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탄압이 시작됐습니다. 
 
-'1년을 버텨야겠다'라고 생각한 것은 정권교체 된 순간부터 하셨습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법률가 출신이다보니 법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고,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임기는 국민과 약속이다. 물러나라 할 때, 국민과의 약속이라 생각하고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또 법에 정해져 있습니다. 이것은 국민과의 약속이고 민주주의 원칙이고 법치주의 원칙입니다. 물러나는 것은 책임을 방기하는 비겁한 일입니다. 민주주의,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임기를 지키는 것은 원칙적으로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정부에서 직·간접적으로 압박을 했을 것 같습니다. 예산 배정 등 구체적인 압박 정황이 있었나요.
 
부처 간 협의해야 하는 일이나 예산 인력 확보해야 하는 일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었습니다. 우리가 이해충돌방지법 주무 부처입니다. 법 통과 후 인력 확보 해야 하니 요청했습니다. 인력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 저희들이 내부에서 인력을 조달해 임시 태스크포스(TF) 만들어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국무조정실에서 정부업무평가를 하면서 권익위를 최하위 등급을 줬습니다. 그 사유가 이해충돌방지법 통과 뒤 인력 확보가 안 됐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런 식이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압박?노코멘트 하겠다"
 
-여권에서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등이 직접 전화하지 않았나요. 여권 고위 관계자들이 전방위 압박을 했을 것 같은데요.
 
노코멘트입니다. 어쨌든 대통령실에서도 많은 압박이 있었습니다.
 
-압박받을 때 어떤 마음가짐이었습니까.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입니다. 제가 생각했던 법과 원칙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민주주의 원칙, 법치주의 원칙이라 말씀드렸습니다. 법령에 규정돼 있습니다. 그것을 지키는 것이 저의 책무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사로운 입장에서 사퇴하라는 것은 마음에 안 듭니다. 지난 정권에서 임명돼서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은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일입니다. 그에 굴복할 수 없었습니다.
 
-1년을 버틴 데 따른 정치적 실익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후회는 없나요.
 
원칙을 지킨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대가는 너무나 참혹했습니다. 거의 죽음까지 생각할 정도로 공포스럽고 두려웠습니다. 오늘도 무사하길 늘 기도하면서 보내는 하루하루였습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길을 걸어가더라도 누군가 미행하는 것 같았습니다. 모든 것이 저를 감시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정권이 '검찰독재, 검찰공화국' 이런 상황인 데다, 정권 초기지 않습니까. 서슬 퍼런 초기 정권에 혼자서 맞서 싸운다는 것은 엄청나게 두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십자가를 지면서 1년을 보냈습니다. 야권을 포함해 진보진영에 조언을 구하셨습니까.
 
중간중간 탄압 등이 너무 무섭고 공포스러워 죽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 상황이 되니까 사람이라면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당연히 들겠죠. 하지만 정말 도망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구속되거나 그런 일이 있더라도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치적 중립기관이다 보니, 거리를 가져야 하니까 조언 등을 구하지는 못하고 고립무원이었습니다. 의논할 사람도 없고 고립무원 상황에서 1년을 보냈습니다. 
 
"수세인 제1막과 달리, 제2막 땐 공세 펴겠다"
 
-권익위를 둘러싼 감사원 문제 등 정치적 공방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마무리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시나요.
 
모든 증거 종합하니 판사들이, 감사위원들이 각각 저에 대해 감사원 사무처가 공소 제기한 모든 공소 사실이 위법, 부당함이 없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1년간 정권 공격이 무위로 끝났습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결 났습니다. 여기에 대해 범죄 행위를 저지른 관련자들은 모두 응분의 법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여태까지 수세였지만, 이제는 제가 공세로 전환합니다. 2막이 열렸다고 생각합니다. 1막 수세, 2막 공세입니다. 거기에 역량을 집중할 생각입니다.
 
-정권 무도함은 권익위 사태에 그치지 않습니다. 윤석열정부 들어 일종의 권력 폭주가 일상화된 상황인데, 1년 동안 부침을 겪으면서 굳이 윤 정부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정권을 둘러싼 권력에 대한 집착과 권력 남용이랄까요. 권력의 달콤함, 이런 것을 유지하고 지켜나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대통령 중심으로 주위에 몰려있는 권력을 지키려는 자들의 일련의 행위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후임으로 김홍일 전 부산고검장 지명됐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검찰 출신을 임명한 것은 권익위도 제2의 감사원처럼 만들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안 그렇다면 대통령과 가까운 검사 출신을 임명해서는 안 되는 자리입니다. 그런 우려가 있는데, 새 위원장께서 우려 불식시키고 정치적 편향성이 없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윤 대통령과 결별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치적 편향성 없이 독립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권익구제 역할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특혜 채용, 가상자산 전수조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어떻게 마무리될까요.
 
검찰 출신 부위원장이 조사단장을 맡아서 선관위 조사 열심히 하고 있고, 퇴임 직전 보고 받았는데 잘 진행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법과 원칙에 따라서 공정하게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원 가상자산 전수조사는 국회의원이 권익위에 본인들 전수조사해 달라고 결의안 보냈습니다. 모든 국회의원 전수조사해 달라는 결의안인데, 모든 의원의 개인정보동의서가 필요합니다. 현재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만 제출했습니다. 모두 제출해야지만 조사 착수가 가능합니다. 아직 지켜봐야 할 때입니다.
 
-정권마다 부처 통폐합 문제는 항상 있었습니다. 권익위도 이명박정부 때 3개 위원회가 통합되면서 출범했습니다. 권익위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중앙부처 중 '국민' 이름이 들어간 유일한 부처가 권익위입니다. 부패방지위원회, 고충처리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 3개 기관이 합쳐져서 국민권익위원회가 됐습니다. 국민이 어렵고 힘들 때, 국민 신문고이자 민원 해결을 위해 권익위를 찾습니다. 국민 권익 해결하는 역할이 중심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국민들이 어려울 때, 호소할 데가 없을 때, 북을 울려서 나라님께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능을 되살리는 것이 권익위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년 총선 출마 고려하고 계십니까.
 
총선 출마 얘기한 적 없고, 향후 정치 참여 일정은 차차 고민해 볼 생각입니다. 후쿠시마 관련해서 퇴임 때 목소리 낸 것은 국민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현안 문제입니다. 아직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삶의 좌우명이 있습니까. 
 
좌우명을 정해놓지는 않았습니다. 정치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물어보면 '소명', 하늘이 저한테 부여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 행복 소중히 여기고 싶어하는 사람이라, 사실 정치고 뭐고 다 떠나서 조용히 행복하게 개인의 삶을 즐기면서 살고 싶은 것이 소망입니다. 그러나 소명은 다릅니다. 소명은 제가 저 자신을 희생하고, 하고 싶은 일 하지 않으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해서 제 능력을 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어렵고 사회적 약자들에게 힘을 좀 더 보태주고 힘이 되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권익위원장으로 일하면서 생각했고, 그런 것이 정치를 해야 하는 소명의 동기입니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뉴스토마토>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대담=최신형 정치부장, 정리=박진아·최수빈 기자 toyouja@etomato.com
  • 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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