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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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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 기자입니다
'그래도 되기' 때문이다

2024-05-13 19:21

조회수 :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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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아까운 목숨이 희생됐습니다. 무려 '가족'의 손에요.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는 50대 대형로펌 출신 변호사, 그는 별거 중인 아내를 때려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후 피해자를 향한 폭행이 지속적이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며 누리꾼들은 더욱 분노헀습니다.
 
가해자는 10여년 간의 결혼생활동안 상습적으로 피해자를 폭행해 왔습니다. 폭행을 반복해도 처벌 받기는커녕 고작 '이혼 소송' 제기된 데 그쳤죠. 기세등등해진 가해자는 피해자를 쇠파이프로 가격해 제압하고, 쓰러진 피해자의 목까지 조르며 원없이 분풀이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전에도 숱하게 때렸지만 별 일 없었거든요. 그렇게 피해자는 광기 어린 괴물의 손에서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눈앞이 깜깜해진 가해자는 5선 의원을 지낸 검찰 출신 변호사 아버지를 긴급히 호출했습니다. 가정폭력은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 불벌죄'라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피해자의 의사 표시만 있으면 됐었는데 살인은 그것이 통하지 않으니 큰일 났다 싶었겠지요. 
 
폭행은 대개 힘의 균형이 무너진 관계에서 발생합니다. 물리력을 행사해도 상대가 반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은 가해자의 잔인성을 더욱 부추깁니다. 여기에 사법 시스템마저 엉성한 탓에 가해행위가 적발돼도 처벌 받지 않고 넘어가는 일이 다반사다 보니 경각심을 느낄 새가 없었을 겁니다.
 
전문가들은 바로 이같은 제도적 허점이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지적합니다. 폭행을 행사해도 처벌을 면할 수 있는 '때려도 되는' 상황의 반복이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겁니다. 가정폭력 범죄의 반의사불벌 폐지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처음 폭행 사실이 발각됐을 때 피해자의 의사를 묻지 않고 강력한 처벌이 행해졌다면 폭행해 제동이 걸릴 것이고, 최소 계속 폭력에 방치돼 죽는 상황만큼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죠.
 
가정폭력 피해자 대부분이 피해사실이 알려질까봐, 가해자에게 다시 보복당할 것이 두려워 가해자의 처벌을 포기한다고 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가해자의 처벌을 원한다고 말할 수 있는 피해자가 얼마나 될까요. 
 
대체 몇 명의 피가 더 뿌려져야 참혹한 가정폭력의 악순환이 끊길지, 더뎌도 너무 더딘 법제화 속도에 피가 바싹 마릅니다.
 
아내 살해 혐의를 받는 50대 미국 변호사 A씨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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