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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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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위험한 관계' 30년대 상해서 사랑을 배우다

배우 장동건 장쯔이 장백지, 감독 허진호 기자간담회

2012-10-05 19:04

조회수 : 4,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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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올 가을을 책임질 멜로영화이자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리젠테이션 초청작인 <위험한 관계>의 주역들이 5일 부산을 찾았다.
 
장동건, 장쯔이, 장백지 등 한국과 중화권 대표배우들, 그리고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를 연출한 허진호 감독의 만남으로 일찍부터 주목을 끈 <위험한 관계>는 쇼데를르 드 라클로가 18세기에 쓴 연애심리소설 <위험한 관계>를 중국판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돈과 권력을 소유한 모지에위(장백지)가 희대의 카사노바인 세이판(장동건), 남편과 사별 후 자선사업에만 몰두해온 뚜펀위(장쯔이)를 유혹한다는 이 이야기는 이미 세계 각국에서 영화로 리메이크된 바 있다. 맨하튼을 배경으로 한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에서부터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국내작 <스캔들>에 이르기까지 시대적 변주도 다양하게 이뤄졌다.
 
이번 작품의 경우 1931년 중국 상하이를 시대적 배경으로 택했다. 화려하면서도 퇴폐적이었던 당시의 상하이 사교계 문화를 그렸다. 덕분에 스크린에는 화려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고전 속 세 인물을 예전과는 다른 감독, 다른 배우들이 어떻게 그리는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허진호 감독의 작품이다 보니 아무래도 관능적인 면보다는 인간 사이 관계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돋보인다. 영화 속에서는 당대의 시대적 환경 속에 사랑에 대한 진심을 잃어가는 인물들의 모습이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착한 남자 장동건이 나쁜남자로, 당찬 매력의 장쯔이는 정숙한 여인으로, 청순미의 대명사 장백지는 팜므파탈로 변신해 신선한 매력을 선사한다.
 
이날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서툰 한국말이지만 환한 얼굴로 한국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넨 장쯔이와 기자회견 시작부터 끝인사인 '수고하셨습니다'를 던져 웃음을 자아낸 장백지, 대한민국 대표미남 장동건 외에도 허진호 감독, 제작자인 첸 웨이밍이 이 자리에 함께 했다.
  
- 한국 관객에게 인사 부탁한다.
 
▲ (장쯔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오게 돼 너무 기쁘다. 부산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영화 <위험한 관계>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다. 한국 배우와 작업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좋은 기억이었다. 캐릭터도 좋게 남게 되어 기쁘다."
 
▲ (장동건) "부산영화제는 개인적으로도 인연이 많은 영화제다. <해안선>과 <굿모닝 프레지던트> 등 개막작으로 두 번이나 방문했고 <위험한 관계>도 이번에 갈라 프로그램으로 초청됐다. 프로모션 형식으로 다닐 때가 많은데 그런 때보다 훨씬 뿌듯하다. <위험한 관계>는 어려웠지만 즐겁게 촬영한 작품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이 두 여배우들과 즐겁게 촬영했다. 여러분이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
 
▲ (장백지) "처음 부산에 와서 기쁘고 흥분된다. 한국은 여러 번 와 봤는데 부산은 처음이다. 영화제 자체도 좋지만 해안가여서 휴양지의 느낌이 난다. <위험한 관계>, 많이 성원해 달라."
 
▲ (첸 웨이밍) "부산영화제와는 인연이 오래됐다. 이번에는 제작자로서 방문하게 돼 기쁘다. 훌륭한 배우, 감독과 제작한 것에 대해 행복하게 생각한다. 중국에서 며칠 전 개봉했는데 흥행성적, 평단의 평가 모두 좋다. 한국관객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 두 여배우의 영화 속 캐릭터가 서로 다르기는 하지만 두 사람 다 사랑을 두려워한다. 현실에서 두 사람의 애정관은 어떤지 궁금하다.
 
▲ (장백지) "나는 실제 인생에서 여러가지 사랑을 겪어왔다. 여전히 사랑을 믿고 있고, 진정한 사랑은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 (장쯔이) "사랑에는 확신이 필요하다.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가까이 다가서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진실한 사랑을 느낀다면 누구든 마음의 문을 확실히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캐스팅이 무척 화려한데 어떻게 성사된 것인지?
 
▲ (허진호) "<위험한 관계>를 처음 제의 받았을 때 한국감독이 1930년대 상해를 배경으로 영화를 찍는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이 영화를 어떻게 만들까 고민을 많이 하다 한국 배우 한 명이 같이 작업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장동건은 중국영화를 해본 경험이 있는 데다, 장동건이라는 배우가 극중 세이판, 나쁜 남자 역할을 하면 굉장히 새로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마침 장동건도 새로운 역할, 나쁜 남자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어서 이야기가 잘 됐다.
 
  장쯔이는 감독이라면 누구라도 함께 하고 싶은 배우다. 이제까지 보여줬던 강한 역할보다 순수하고 소녀같은 역할이 내면에 숨겨져 있는데 그걸 잘 표현하지 않을까 싶었다. 장백지는 <파이란>에서 너무나 순수한 모습을 보여줬고, 누구에게나 로망이었던 배우다. 당시에는 저렇게 청순한 배우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는데 이번 영화에서 이렇게 강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사실 나이도 장동건보다 많아야 했다. 장백지를 처음 만났을 때가 새벽 5시경이었다. 세수도 안 한 상황에서 만났는데 그 때 자기 삶과 비슷하다는 얘기를 했다. 결과적으로 영화를 봤을 때 다른 배우들이 역할을 맡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모두들 잘 어울려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 (장동건) "장백지는 이번 작품이 두번째 만남이다. 한국에서 20년 가까이 작업하는 도중 한 여배우와 두 번하는 건 장백지가 처음이어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장씨이기도 하고(웃음). <무극> 이후 7~8년 만이다. 그때만 해도 어린 소녀같은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처연하고 성숙한 느낌이 든다. 웬만한 일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여유도 생긴 듯하다. 그런 점들이 고스란히 연기로도 묻어나는 것 같다.
 
  장쯔이는 예전에 작품을 같이 할 뻔한 적이 있었다. 그때 당시 한 신, 한 커트까지도 본인 캐릭터를 스스로 콘트롤하는 느낌이었다. 현장에서 너무나 프로페셔널하다. 배우의 자존심을 걸고 연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극이 많이 됐고 배울 점도 많았다.
 
▲ (장쯔이) "'위험한 장(웃음)'. 장동건을 처음 봤던 곳은 LA로 기억한다. 미팅을 했었는데 장동건이 영화 준비과정에서 크게 다치는 바람에 합류에 늦어지면서 같이 못하게 됐다. 그때 너무 좋은 배우, 프로페셔널로 느껴졌다. 사실 그동안 영화로 만난 모든 한국 배우 분들이 굉장히 프로페셔널했다. 연습하다가 다치는 경우도 많고. 이번에 중국매체들과 인터뷰하면서 기자들에게 '장동건은 정말 프로페셔널하다'고 말했다. 사실 장동건을 캐스팅하면서 영화가 장동건에게 요구하는 게 많았는데 장동건이 캐릭터를 믿고 자신감을 가지고 영화하는 것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영화 작업할 때 프로페셔널한 배우와 하면 행복감을 느끼는데 이번엔 잘 생기기까지해서 더 행복했다."
 
▲ (장백지) "장동건은 7~8년 전에 함께 작업한 이후 오랜만에 만났는데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프로페셔널하다. 딱 하나 다른 점은 내가 아이의 엄마가 된 것처럼 장동건도 아이의 아빠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빠가 되어서인지 장동건에게서 남자의 성숙한 눈빛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맡은 모지웨위와 장동건이 맡은 세이판은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매 장면마다 다른 눈빛으로 대화를 나눈다. 다양한 대화 속에서 성숙한 남자 배우로서의 모습을 봤다고 생각한다."
 
- 여러 번 리메이크 된 작품인데 부담은 없었는지? 각자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 (장백지) "모지에위 역할은 내게 도전이었지만 이 도전은 굉장히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모지에위를 연기하면서 매일매일 그녀와 소통했고, 그녀를 이해하려 했다. 당시 모지에위라는 여성이 사회에 대한 스트레스, 압박감을 크게 느꼈는데 그걸 나중에는 이해할 수 있었다. 스스로 캐릭터를 알아간 부분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장동건, 장쯔이, 허진호 감독 덕분이기도 했다. 이들 덕분에 나의 여러가지 모습이 영화에서 만들어질 수 있었다. 만족스러운 도전이었다."
 
▲ (장쯔이) "<위험한 관계>의 원작이 워낙 유명하고 전세계에서 다양하게 만들어졌다. 그만큼 기초가 탄탄한 작품이라는 뜻도 되기에 큰 부담은 없었다. 다만 내가 맡은 역할은 배우로서 행복한 역할이지만 굉장히 복잡하고 힘들기도 했다. 배우가 관객을 감동시키려면 내가 먼저 그 감정을 느껴야 한다. 캐릭터를 연기하려면 내 마음을 다 써야 한다. 앞으로 <위험한 관계>를 원작으로 하는 많은 작품들을 보고 싶고 다른 버전에서 연기하고 싶기도 하다. 그 때는 모지에위 역할을 꼭 하고 싶다(웃음)."
 
▲ (허진호) "예전에 내가 주로 만들었던 작품과는 달리 두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이 나오는데다 인물의 감정이 밖으로 표출된다. 나로서는 재미있고 새로운 도전이었다."
 
▲ (장동건) "대중이 내게 기대하지 않는 것들, 아직 꺼내보이지 않은 것들을 꺼내 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스스로에게 실증이 나고 있던 상태였고 나쁜 남자, 옴므파탈 역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그런 욕망과 작품이 잘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허진호 감독이 제가 그동안 영화작업을 해왔던 방식과 많이 달라서 초반에 어려웠다. 허진호 감독은 특별한 디렉팅이 없다. 그런 것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렵기도 했었는데 반면에 그 어떤 때보다 내가 해야 하는 역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관심과 호기심, 생각의 깊이가 생겼다. 적응된 다음부터는 현장에 가는 게 굉장히 즐거웠다.
 
  무엇보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중국어로 연기해야 했다는 것이다(웃음). 처음에는 중국어로 처음부터 끝까지 하겠다는 마음을 못 먹고 촬영에 들어갔는데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오히려 한국어로 연기하는 게 더 어색하고 감정 이입도 안 되는 것 같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잠을 못 자고 대사를 외우기도 했다. 그런데 현장에 가면 감독님이 대사를 바꾸기도 하고 해서...(웃음)"
 
▲ (허진호) "나는 현장에서 대사를 많이 바꾸는 편인다. 굉장히 여러 번 바꿨는데 장동건은 화를 안 낸다. 아마 속으로 욕했을 것이다. 그 짧은 시간에 대사를 다시 외우는 것보고 '세상에 이런 일이'같은 프로에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웃음)."
 
▲ (장쯔이) "장동건은 <위험한 관계>를 중국어로 찍었으니 이제 러시아어, 아랍어, 독일어, 전세계 어느 나라 어느 언어로 영화를 찍어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웃음)."
  
- 마지막으로 영화 <위험한 관계>의 매력에 대해 말해달라.
 
▲ (장백지) "내가 배우로서 이 영화에서 한 캐릭터로 연기한 것 자체가 아직도 꿈 같다. 내게 이 작품은 아직 깨어나지 않은 꿈이다. 모지에위 역할이 나의 현실, 삶, 인생과 많이 닮아 있어 몰입된 부분이 있다. 영화 속에서는 진정한 사랑을 찾고 그것을 지켜나가기 위해 대립하는 여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나는 이 작품이 사랑에 대해 교육할 수 있는 하나의 소재가 아닌가 생각한다. 진지한 생각으로 몇 번 보다보면 교육적 소재라는 제 말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1930년대, 인간과 인간의 관계, 사랑을 하는 태도 등 이 모든 게 교육의 소재다. 인간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배움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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