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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동반성장 전문가 절반 "대·중소 경쟁력 강화가 1순위"

중소업계·시민단체 "전경련 설문조사 공신력 없어"

2012-11-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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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동반성장 및 중소기업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상당수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이 '대·중소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전경련이 이번 조사를 위해 사전에 선정한 응답자 명단에서 대기업에 대한 규제강화를 주장하는 진보 및 개혁성향의 전문가들이 대거 제외됨에 따라 조사의 공신력에 대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가 학계·연구소 등 국내 동반성장 및 중소기업 전문가 47인을 대상으로 조사해 14일 발표한 '현 정부의 동반성장 성과 평가 및 차기정부의 정책방향 인식조사'에 따르면, 전문가들의 절반가량(44.7%)이 차기정부의 동반성장 제1정책과제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를 통해 전경련은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제고하는 포지티브형(78.0%) 정책이 '경제민주화' 등 네거티브형(22.0%) 보다 3.6배가량 높다"며 여론의 힘을 빌어 정치권에서 주도하고 있는 경제민주화 광풍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전경련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44.7%)와 '협력시너지 제고'(21.3%) 등 대·중소기업 모두의 파이를 키우는 정책(66%)을 '하도급 불공정거래 근절'(19.1%)과 '양극화 해소를 통한 경제민주화'(10.6%) 등 대·중소기업간 파이를 나누는 정책(29.7%) 보다 2배 이상 높게 선호했다.
 
또 차기 정부가 추진해야 할 바람직한 동반성장의 정책 수단에 대해서도 '중소기업 자생력 제고'(23.4%), '미래 파이를 키우는 CSV(공유가치창출)'(15.6%) 등 포지티브형 방식(78.0%)이 '법·제도적 동반성장 이행장치 마련'(13.5%), '현재 파이를 나누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2.1%), '중소기업 사업영역 보호'(2.1%) 등 네거티브형 방식(22.0%) 보다 3.6배가량 높은 지지도를 보였다.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반면 정치권에서 경제민주화 일환으로 입법을 추진 중인 '납품단가 협상권 조합 위임'과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시 징벌배상제 도입'에 대해서는 '6대 4'의 비율로 팽팽한 찬반 대립을 나타냈다.
 
중소기업 사업자단체에 납품단가 협상권을 위임하게 될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교섭력 격차 완화로 공정한 단가책정 가능'(29.8%), '납품단가 교섭기간 단축'(8.5%) 등이 긍정적인 측면으로 꼽혔고, '카르텔(담합) 인정으로 소비자 권익 침해'(21.3%), '해외업체로 모기업의 공급선 변경 등으로 중소기업 납품기회 축소' (21.3%) 등은 부정적인 측면으로 지적됐다.
 
현 정부의 지난 2년간 동반성장 추진성과에 대해서는 10명 중 8명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문가 78.8%은 지난 2년 동안(2010.10~2012.9) 현 정부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성과 대해 "좋아졌다"고 느끼고 있으며, 추진 주체별로는 대기업(70.4점), 정부(69.5점), 중소기업(68.2점) 순으로 평가점수(100점 만점)를 매겼다.
 
한편 중소기업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번 조사에 대해 중립성의 문제를 지적하며 신뢰성에 의문을 표했다. 전경련이 설문조사 대상으로 구성한 전문가 집단 자체가 지나치게 편향적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전경련이 조사 대상으로 선택한 응답자 면면을 보면 총 응답자 47명 중 곽수근 서울대 교수(동반성장위원회 위원)를 비롯해 중소기업연구원, 대중소기업협력재단 등 중소기업 분야의 전문가들은 다 합쳐봐야 7~8명 수준이었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 관련 단체의 전문가 숫자와 거의 차이가 없는 셈이다.
 
또 동반성장과 관련한 이슈에서 전경련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연합 등의 시민단체를 비롯해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등의 중소기업단체들도 패널 선정에서 아예 제외되면서 설문조사로서의 공신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전문가로 선정된 교수 명단을 살펴봐도 그간 전경련과 주로 함께 활동한 교수들이 다수 포함됐다. 특히 이정희 경실련 중소기업위원장 등 일부 진보적인 견해를 지닌 전문가들은 패널 선정에서 아예 제외되기까지 했다.
 
김한기 경실련 재벌개혁위원회 국장은 "전경련의 설문조사는 일단 객관성과 공정성의 결여가 가장 큰 문제"라며 "관변학자나 기변학자(기업을 대변하는 학자)뿐만 아니라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전문가들의 의견도 조사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결국 설문조사 결과가 전경련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하는 격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전경련 관계자는 "동반성장 이슈와 관련된 전문가들이 다수 참여하긴 했지만 시민단체나 중소기업단체 전문가가 포함되지 않은 건 사실"이라며 "다음 설문조사부터 개선해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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