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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대내외 악재 속 승진한 이우현 OCI 사장, 본격 검증대 올라

2013-04-0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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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늦었지만 승진 축하드립니다."(이우현 OCI사장)
 
"저도 마찬가지입니다."(박기홍 포스코 사장)
 
지난 4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윤상직 산업통상부장관과 30대그룹 사장간의 간담회 자리. 이우현 OCI 사장(사진)은 다소 긴장한 모습으로 30대그룹 사장단에게 깍듯이 인사했다.
 
이날 간담회는 이 사장이 지난달 중순 사장으로 승진한 뒤 처음으로 참석하는 외부 공식 행사다. 경영자로서 첫발을 내딛는 데뷔 무대인 셈이다.
 
이수영 OCI 회장의 장남인 이 사장은 지난 2005년 전략기획 본부장(전무)으로 OCI에 입사했다. 그 후 2년 뒤인 2007년 사업총괄 부사장(CMO)을 맡으며 폴리실리콘 등 핵심사업 전반을 주도해왔다.
 
그러다 지난 3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는 태양광업황이 장기침체기를 맞은 상황에서 단행된 터라 그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졌다는 평가다. 기존 사업총괄뿐만 아니라 경영관리 등 최고경영자(CEO)로서 1인2역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가 당면한 최대 과제는 폴리실리콘 사업의 회복이다. 이 사장은 최근의 가격 반등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업황 개선의 신호는 분명 왔다. 그러나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면서 완전한 회복 여부에 대한 판단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올초 폴리실리콘 값이 반등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가격 하락세에 비해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속도가 더디다는 이유에서다.
 
이 사장이 꼽은 또 다른 난제는 주요 고객사들이 포진한 지역의 시장 상황이다. 그는 "중국에서 반덤핑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 여기에 수요량이 많은 유럽과 미국 시장의 경기상황이 좋지 않은 점도 시장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이 사장은 가격 반등세와 수요 회복에 힘입어 2분기부터 가동률이 10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1분기엔 재고조정을 하느라 공장가동률이 낮았다"면서 "고객사들도 재고가 바닥인 상황이어서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늘어난 수요에 발맞춰 판매 가격이 생산원가를 넘어서는 수준까지 이르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OCI의 지난 1분기 가동률이 대폭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2월만 하더라도 평균 가동률이 50%에 머물렀으나 3월 들어 90% 이상 40%포인트 넘게 끌어올린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OCI를 비롯한 폴리실리콘 제조사와 웨이퍼, 셀·모듈 업체들이 모두 가동률을 낮추며 재고소진에 나선 때문으로 풀이된다.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경영전면에 나선 만큼 그의 머릿속은 '실적 회복'이라는 단어가 깊이 뇌리에 박힌 듯했다. 이 사장은 "폴리실리콘 사업은 당분간 굉장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원가를 낮춰가며 실적을 개선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OCI(010060)에게 올해는 여러모로 중요한 한해다.
 
폴리실리콘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탓에 그동안 대외 경기에만 민감했을 뿐, 국내외에선 이렇다할 위험 요인이 없었다. 그러나 올해 말과 내년 초 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삼성정밀화학과 한화케미칼이 폴리실리콘 생산에 본격 나서며 경쟁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자본력을 앞세운 삼성정밀화학(004000)은 기존 지멘스 공법에 비해 전력사용량과 공정 운영비용이 낮은 신공법을 적용해 폴리실리콘 양산에 나설 예정이다.
 
한화케미칼(009830)은 폴리실리콘 공장을 완공할 경우, 한화그룹은 기초 소재 생산에서부터 발전사업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하며 태양광 사업의 연속성을 갖추게 된다. 지속적으로 수익이 창출되는 발전사업과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 한화케미칼 역시 무시 못할 경쟁상대가 될 것으로 관련 업계는 평가한다.
 
폴리실리콘 사업이 가격 변동에 취약한 점도 여전히 상존하는 리스크다. OCI가 지난달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태양광발전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정관 변경안을 통과시킨 것도 변동성에 취약한 태양광 사업에 대한 자구책 마련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재계와 관련 업계 안팎에선 올해부터 이 사장의 경영능력이 본격적인 검증대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태양광 시장 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면서 "시장가격에 휘둘리지 않고, 탄탄한 실적을 낼 수 있는 내실을 다져가는 지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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