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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jieunee@etomato.com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건강한 기사를 작성하겠습니다
준비물

2024-06-28 18:30

조회수 :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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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을 갈 때 반드시 준비해야 할 물품들이 있습니다. 입장권은 물론 수영복이 반드시 필요하죠. 시험을 보러 간다면 필기도구가 있어야 할 것이며, 마라톤을 하겠다는 생각이면 편안한 운동화를 필수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카지노에 한번 들어가 본 일이 있었는데요. 입장권도 있어야 했지만, 현금이 필수더라고요. 한번이라도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요.  
 
요새 퇴근 후 아이에게도 하는 잔소리 결론은 준비물로 끝이 납니다. '내일 학교 준비물 다 챙겼니?'라고 말이죠. 잔소리가 듣기 싫은지, 아이는 알림장을 다시 살피며 제출할 숙제나 선생님이 말씀해 주신 준비물 챙기기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필요한 것을 제때 가져가야 한다는 것을 어쩌면 어린 시절부터 배워왔습니다. 
 
스테이지엑스 로고. (사진=뉴스토마토)
 
지난해부터 도입하겠다고 시끌벅적했던 제4이동통신사를 놓고 진통이 여전합니다. 5000만 인구에 이미 휴대폰 회선 수는 인구 수를 넘어선 상황. 제4이통이 필요한 것이란 논쟁부터 시작됐죠. 7전8기 도전이라며 이제는 나올 때도 됐다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우려와 기대 속에 지난 1월 제4이통을 위한 주파수 경매가 마무리됐고, 순조롭게 진행되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불과 5개월이 지난 지금 제4이통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고, 사업진행을 지속하겠다는 사업자와 정부는 제4이통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업자라는 논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정부는 사업자의 재무적 건전성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사업자인 스테이지엑스는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 바뀐 결과 막대한 매몰비용을 떠안게 됐고, 그동안의 준비가 물거품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죠. 제4이통이 무산으로 결론이 난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놓고 장기간 설전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스테이지엑스는 자본금 2050억원을 주파수 할당대가 10% 납입기일인 지난달 7일까지 내지 못했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재무적 능력으로 제4이통 사업을 할 수 없다고 본 것이고, 스테이지엑스는 주파수 할당 후 자본금을 출자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말이에요. 단순하게 생각하면, 자본금 납입 문제가 해결됐다면 현재와 같은 논쟁은 벌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신생 사업자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준비물'은 무엇이었을까요. 통신시장 혁신을 일으키겠다는 열정이었을까요, 아니면 통신3사에 대적할만한 자본력이었을까요. 통신 서비스는 단순히 한번 팔고 나면 끝나는 상품이 아닙니다. 원활한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사업자가 서비스를 더이상 제공할 수 없게된다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자본력을 엄격한 기준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준비물을 잘 챙겼는지 엄격하게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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