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송정은

jeongeun.song2@etomato.com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
감독이라는 자리

2024-06-26 17:56

조회수 : 12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오스트리아의 랄프 랑닉 감독이 현지시각 25일 독일 베를린의 올림피아슈타디온 베를린에서 열린 유로 2024 조별리그 D조 3차전 네덜란드와 경기를 승리로 마친 후 환호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프로스포츠에서 감독이라는 자리는 참으로 영광스럽고도 고통스러운 자리입니다.
 
한국시간 새벽 1시에 열린 'UEFA EURO 2024(유로 2024)' D조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네덜란드가 오스트리아에게 2대3으로 패하자 네덜란드 팬들이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네덜란드는 지난 1990년 이후 오스트리아와 7번 만나 단 한번도 지지 않은 절대 강세를 기록했기 때문이죠. 세계 최고 수비수로 꼽히는 버질 판데이크(리버풀)을 비롯해 기라성 같은 수비수들을 바탕으로 우승까지 노려볼 전력이라 평가받았죠. 심지어 김민재의 직장 동료인 마테이스 더리흐트(바이에른 뮌헨)는 예선 3경기 내내 벤치를 지킬 정도였으니깐요.
 
거기에 다소 부침이 있었지만 유럽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로날트 쿠만 감독이 강력한 카리스마로 이끌고 있으니 네덜란드 팬들도 "이번만큼은..." 하고 기대를 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졸전 끝에 오스트리아에게 34년만에 패하고 조 3위로 간신히 16강에 진출하게 되자 분위기가 상당히 험악해졌습니다. 네덜란드 축구대표팀의 인스타그램 공식계정인 '@onsoranje'에는 쿠만 감독을 성토하는 목소리로 가득차 있습니다. 좋은 이야기는 당연히 없습니다. "진심으로 내 인생 최악의 감독"이라는 댓글이 가장 위에 보입니다. 몇 개월 전 아시안컵에서 큰 실패를 겪은 우리 대표팀의 모습을 보는 거 같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스트레스 받는 직업 상위권에 꼭 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단 10명뿐인 프로야구팀 감독입니다. 지난 25일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아 타이거즈는 롯데 자이언츠와 시즌 9차전에서 역사에 남을 만한 대첩을 기록했습니다. 
 
14대 1로 이기고 있던 경기를 15대 14로 역전까지 내주더니 결국 15대15로 간신히 비긴거죠. 초보감독이지만 팀을 1위로 이끌며 KBO 최다 우승팀의 자존심을 세워준다고 칭찬받던 이범호 감독에 대한 평가도 한순간에 뒤집혔습니다. 하마터면 13점차 역전을 당할뻔 했습니다. 안 좋은 의미로 세계기록을 세울뻔 했죠. 좋은 소리를 들을 턱이 없습니다.
 
그 어떤 직업보다 '결과'로 평가받는 게 프로스포츠 감독입니다. 리그든 대표팀이든 다 마찬가지죠. 능력과 책임감을 갖춘 사람을 갖다 놓아도 결과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운도 따라야하니깐요. 그만큼 힘든 자리입니다. 당연히 아무나 대충 뽑을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됩니다. 
 
곧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대비한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이 중요한 자리를 왜 이렇게 무성의하게 뽑으려한다는 느낌이 들까요. 팬들은 불안함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막중한 책임감을 져야하는 자리,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랄뿐입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 송정은

싱싱한 정보와 살아있는 뉴스를 제공하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