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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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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썩이는 유럽

2024-06-18 17:53

조회수 :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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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14일 독일 뮌헨 '푸스발 아레나'에서 열린 '유로 2024' 독일과 스코틀랜드의 개막전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유럽사람들이 '내셔널리티(Nationality, 국가관)'를 대놓고 내세울 수 있는 때가 있습니다. 
 
자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국가를 들으며 감격스러워하고, 라이벌 국가와 장외 혈전도 불사하지 않는, 이른바 국뽕'에 취하는 시기. 바로 월드컵과 유로가 열리는 때입니다. 
 
공식명칭 UEFA 유로피언 풋볼 챔피언십. 축구팬들이 흔히 '유로'로 일컫는 이 대회는 4년에 한 번씩 열리며 스타 선수들이 오직 조국의 명예를 위해 온 몸을 던지는 그런 대회입니다. 우리 시각으로 늦은 밤이나 새벽에 열리는 이 대회를 감상하며 유럽 축구에 푹 빠지게 되는 한국 축구팬들도 많죠. 때로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만 뺀 월드컵이라는 평을 듣기도 합니다. 그만큼 경기 수준이 높다는 이야기죠.
 
유로가 열리는 시기에 유럽 사람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모습과 조금은 달라집니다. 대체적으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유럽인들(물론 모든 유럽의 나라가 그렇진 않습니다)이 축구장 안팎에서 마치 이웃국가와 전쟁이라도 치를 태세로 '국수적'인 모습으로 바뀝니다. 
 
2009년 네덜란드에서 교환학생 시절을 보냈던 기자도 유로대회를 향한 유럽사람들의 진심을 느꼈던 순간이 있습니다. 각국에서 모인 학생들이 축구이야기를 한창 나눴었는데, 바로 전년도 2008년 유로 대회의 성과를 이야기하며 유럽 국가 학생들이 언성을 높이던 때가 있었죠. 
 
2008년 유로 대회는 '티키타카'로 세계축구계를 한동안 지배했던 스페인 축구대표팀의 영광이 시작됐던 그 대회입니다. 스페인 학생들은 유로 2008 대회 이야기가 시작되자 연신 미소를 감추지 않았던 게 기억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세계 축구계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스페인이었기 때문이죠. 
 
네덜란드 학생들은 한 때 그들을 식민지배했던 스페인의 성공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두 국가간의 미묘한 라이벌 의식도 있었고요. 재미있었던 건 네덜란드 사람들은 한국인들이 가장 고마워하고 존경하는 네덜란드인, 바로 거스 히딩크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토로했다는 점입니다.
 
유로 2008 당시 히딩크는 러시아 대표팀 감독이었습니다. 네덜란드는 유로 2008에서 이탈리아, 프랑스, 루마니아와 같은 조였는데요. 당초 프랑스와 이탈리아보다는 열세로 예상됐지만 막상 본대회에 들어서더니 이탈리아를 3대0, 프랑스를 4대1로 셧아웃시키는 쾌거를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8강에서 마주한 팀이 히딩크의 러시아였습니다. 히딩크는 이 경기를 앞두고 "(조국의) 배신자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겠다"는 인터뷰로 화제가 됐었죠. 결국 이 경기는 히딩크의 러시아가 네덜란드를 연장 승부끝에 3대1로 꺾으며 또 한 번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유로 대회가 열리는 시기에는 이런 유럽 국가간의 흥미로운 스토리들이 넘쳐납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우리와 일본, 우리와 중국, 혹은 일본과 중국 사이처럼 뿌리 깊은 역사적 앙금을 가진 국가가 유럽에는 더 많이 국경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유럽 국가끼리만 붙는 이 대회에서 출전국 국민들은 더 깊숙하게 애국심에 도취되는 것이죠. 
 
17번째 유로 대회가 독일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24개 참가국 모두 잊지 못할 역사를 만드려고 합니다. 거기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을 치르는 우크라이나 같은 국가도 있죠. 
 
이번 유로 대회에서는 어떤 팀이 또 하나의 감동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낼 지 무척 기대가 됩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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