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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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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버그가 바꾼 여름 풍경

2024-07-01 17:22

조회수 :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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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건 대낮에 한 쌍의 벌레가 뒤엉켜서 하늘을 수놓습니다. 한 쌍도 아니고 고개를 돌리니 십여 마리가 쌍쌍으로 붙어서 시야를 방해합니다. 붉은등우단털파리인 러브버그의 모습입니다.
 
지난주 북악산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동식물을 참 좋아하는데요.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에 호감이 있어 곤충도 꽤나 흥미롭게 바라보는 편입니다. 하지만 러브버그떼를 보고선 제 한계를 마주했습니다. 우선 암수가 붙어 다니는 모습이 흉측했기 때문입니다. 잠시 짝짓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러브버그는 이름에 걸맞게 암수가 붙은 채로 비행을 하더군요. 어떻게 결합을 했는지 붙은 채로 이동을 했습니다. 사람을 피하지도 않고 그런 모습으로 맴도니 호감을 가지려야 가지기 어려웠습니다.
 
북악산을 빠져나와서도 그 일대에는 러브버그가 가득했습니다. 난간을 잡기가 겁이 날 정도로 모든 거리를 러브버그가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기후변화가 문제라며 러브버그 발생을 원망해 보려고 스마트폰을 잡았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해충은 아니고 오히려 익충이라는 말에 말문이 막혔습니다. 인간을 공격하지 않으며 독성도 없고 질병도 옮기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성충은 화분 매개자 역할을 하고, 애벌레는 토양 유기물을 분해해 토양을 기름지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곤충과 새들의 먹이가 되기도 합니다.
 
해충은 아니라고 하는데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징그러움이 사라지질 않습니다. 아무래도 암수가 붙은 모습이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습니다. 러브버그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지방자치단체에는 관련 민원도 급증했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시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2022년 4418건에서 지난해 5600건, 올해 8121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기후변화로 인해 러브버그가 이른 시기에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후가 고온다습해지면서 나타난 변화이비다.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해 러브버그를 먹어치울 천적의 숫자는 부족한 실정인 거죠.
 
민원이 넘쳐나자 자치구 곳곳에서는 방역에 나서면서 시민들에게 러브버그가 좋아하는 밝은 색 옷 착용을 자제해 달라는 정도의 지침에 그치고 있습니다. 해충이 아니다보니 별다른 지침이 없어서 자치구와 시민들만 난감한 상황입니다.
 
지난달 26일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러브버그는 '공포·불쾌감을 유발하는 벌레' 순위에서 바퀴벌레(66%·중복선택), 빈대(60.1%)에 이어 세 번째(42.6%)를 차지했습니다. 김선주 서울연구원 도시환경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해충의 범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러브버그와 같이 대량 발생으로 인해 시민에게 불쾌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곤충은 법적 관리대상 해충 범위에 넣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저는 살생을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억울한 익충을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지는 못하겠습니다. 다만 변해가는 기후로 몸살을 앓는 것 같아 우선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이상 기후로 빛깔을 잃어버린 지난해 단풍과 초여름을 뒤덮은 러브버그떼를 보며 앞으로 마주할 풍경이 얼마나 달라질지 걱정이 앞섭니다.
  • 변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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