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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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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업은 하면 안돼"라는 말

2024-09-2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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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CI·영풍 CI. (사진=연합뉴스)
 
"동업은 하는게 아니다." 아주 오랜시간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던 조언입니다. 막역한 사이일지라도 결국엔 싸운다는 간단한 이유에서입니다. 정말 동업은 해선 안되는 걸까요? 75년이라는 장기간 동업 관계를 유지해온 영풍과 고려아연의 현 상황을 보면 그 말에 또 한번 고개가 끄덕여 집니다.
 
지난 75년간 동업 관계를 이어온 고려아연과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이 최근 경영권 분쟁 격화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난 2년간 벌여온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과 이사회·주주총회 충돌을 넘어 영풍이 사모펀드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공식 선언하면서 이제 양측 모두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벌이게 됐습니다. 최근엔 서로 간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법적공방'까지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양사는 고(故) 장병희, 최기호 창업주가 함께 세운 그룹사입니다. 두 창업주는 1949년 ㈜영풍의 모체인 영풍기업사를 합명회사로 공동 창업하고, 25년 후인 1974년 자매회사이자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을 설립했습니다. 또 대형 서점으로 유명한 영풍문고도 이 영풍그룹이 설립한 계열사입니다.
 
고려아연은 글로벌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으로, 전자,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 국내 첨단산업에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공급망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영풍그룹은 창업 이후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담당해왔습니다. 
 
이같이 75년간 이어졌던 관계는 지난 2022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취임 전후로 최 회장 일가와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일가 간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라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경영권 분쟁의 주요 관계자인 최 회장은 고 최기호 창업주의 장남인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2007년 고려아연에 입사했습니다. 최 회장은 1975년생, 올해 49세로 비교적 젊은 경영인에 속합니다. 또 다른 핵심 인물인 장 고문은 고 장병희 창업주의 차남으로, 1993년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으며 2015년부터 영풍 명예회장 및 고문으로 있습니다. 1946년생인 장 회장은 올해 78세입니다.
 
양사 갈등은 지난 13일 영풍이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개 매수를 진행한다고 밝히면서 극에 달하기 시작합니다.
 
영풍은 MBK파트너스에 자사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절반과 1주를 넘기고, 고려아연 지분 약 7∼14.6%(144만5천36∼302만4천881주)를 공개 매수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른 공개매수 대금은 약 2조원 수준입니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 최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포함해 33.99%, 영풍 장 고문 측이 약 33.1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 중입니다.
 
이같은 경영권 분쟁은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졌습니다. 고려아연의 계열사 영풍정밀은 지난 20일 고려아연 지분 공개 매수에 나선 영풍의 장 고문과 사외이사 3인, MBK파트너스와 김광일 부회장 등 5명을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했습니다.
 
그러자 영풍도 지난 25일 고려아연의 최 회장과 노진수 전 대표이사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냈습니다. '맞고소' 양상이 나타난 겁니다.
 
뿐만 아니라 양사는 이와 관련된 기자회견을 각각 개최하면서 여론전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한 지붕 두 가족'의 결말에 관심이 쏠립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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