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의료 대란에 비대면 진료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응급환자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응급환자들을 받아줄 상급병원이 없어 뺑뺑이를 돌다 결국 구급차에서 목숨을 잃는 일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답답한 상황부터 해결해야 하는데 정부는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것이 현실이죠.
하루빨리 문제해결에 나설 정부는 작금의 의료 대란 책임을 회피하며 핑계 대기 급급한 실정입니다. 중증응급진료 제한은 오래된 문제라는 둥 필수 의료 인력 부족 탓이라는 변명을 늘어놓는가 하면 심지어 국무총리라는 사람은 대정부질문에 나와 응급실 뺑뺑이로 환자가 속출하고 있음에도 가짜뉴스라며 현실 왜곡까지 하고 있습니다.
무능하고 한심한 정부의 행태에 가만히 있어도 분노가 치솟는 판에 정윤석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오히려 설날에 비해 이번 추석에 응급실 내원 환자가 줄어 우려했던 의료 대란은 없었다며 황당하기 그지없는 자화자찬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여지없이 추석에도 응급실 뺑뺑이를 하다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는데도 단순히 응급실 내원 환자가 줄어 의료대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발상과 발언이 어떻게 관료의 입에서 나올수 있을까요. 의료 대란으로 불특정다수의 국민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인데 행정부 수반의 상황 파악 능력은 참담합니다. 무정부상태나 다름없는 지금 국민들이 각자 알아서 자구책을 찾아야 합니다.
그나마 대안이라고 기댈 수 있는 비대면 진료는 의료 공백을 메꾸기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정부가 전공의 집단 사직에 따른 의료 공백에 대응하고자 지난 2월 임시방편으로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한 결과 상반기까지 이용 건수는 전년 대비 35%가량 증가했죠. 상급종합병원보다는 병원급 의료기관에서의 비대면 진료가 가파르게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제대로 준비도 안 된 채 급하게 실행된 면피용 정책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정부는 의료 대란이 임박해서야 비대면 진료가 원칙적으로 금지됐던 초진 환자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의 비대면 진료를 대책 없이 허용했죠. 그 결과 약제 처방이 이뤄지지 않거나 약국에서 건강보험 청구가 되지 않은 처방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규제를 무제한으로 풀었지만, 지금 의료현장에서 실행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가 환자의 의료접근성을 확대하는 목적에 부합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의정 갈등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능력이 없는 정부에게 대책 마련을 촉구하거나 의료 대란 사태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무의미한 현재 내 주변만큼은 비극이 닥치지 않길 바라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지난한 상황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