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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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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둥둥 아중천

2024-09-2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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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기간 고향 전주를 방문했습니다. 본가에 내려갈 때마다 강아지와 함께 매일 저녁 집 앞 아중천을 산책합니다. 아중천은 전주시가 2019년부터 생태하천 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점점 깨끗해지고 있었는데요. 명절을 앞두고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오랜만에 간 아중천엔 빗물 통로로 기름이 유출돼 기름이 둥둥 떠 있었습니다.
 
아중천 생태하천 복원 사업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7km 구간·교량 8개소를 정비 중입니다. 좁은 하천이지만 복원 사업이 실시된 이후 수질이 좋아지면서 산책 명소로 꼽혔는데요. 물고기는 물론 오리, 수달까지 아중천에서 노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생태하천으로 거듭나던 하천에 '기름 폭탄'이 떨어진 겁니다. 지난 12일 오후부터 주민들은 "강가에서 기름 냄새가 난다"며 신고하기 시작했고 저녁 무렵 구청 직원과 소방관들이 투입됐습니다. 주민들이 많이 오가는 산책로 중간 지점에서 유출된 기름은 물살을 타고 하류로 흘러가는 중이었는데요. 아중천 물길 곳곳에 기름 오염을 막기 위한 간이 거름막을 설치하고 유출이 시작돼 기름이 둥둥 떠 있는 곳은 기름종이로 덮었습니다.
 
구의원, 시의원, 전북환경운동연합 등 관계자들이 나와서 상황을 인지하고 후속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직접 가본 아중천은 겨울철 석유난로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당분간 물고기나 수달은 구경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기름이 유출됐습니다.
 
많은 주민이 나와서 걱정어린 시선으로 하천을 바라봤습니다. 주민들은 전주시가 나서서 아중천을 개발하기 전부터 정성을 다해 천변을 조성했기 때문에 애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전주 안골노인복지관 어르신들은 봉사단을 조직해 아중천 살리기에 나선 지 어언 15년이 됐습니다. 정기적인 노력의 성과로 천변은 한층 깨끗하고 계절마다 피는 꽃들도 풍성해졌습니다.
 
고즈넉한 아중천은 복잡한 서울살이에 지친 직장인에게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고마운 장소입니다. 좋은 기억이 가득 담긴 고향 천변에서 맡는 기름 냄새는 코뿐만 아니라 마음도 찔렀습니다. 지자체에서 발 벗고 나서서 주민들이 사랑하는 아중천을 빠르게 회복시켜줬으면 합니다.
 
지난 봄, 전주 우아동 아중천에 벚꽃이 만개해 있는 모습 (사진=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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