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상식과 논리로만 살 수 없습니다. 가치관, 신념 등 눈으로 볼 수 없는 무형의 것들이 인생에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도 합니다. 상식과 논리, 가치관과 신념 간 균형을 잡지 않으면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상식을 넘어선 신념과 믿음이 무서운 이유입니다. 맹목적인 믿음은 인간을 뜯어먹고 종국엔 사회에 걸림돌이 됩니다.
지난 14일 서울 마포경찰서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을 제작한 조성현 PD를 성폭력 특별법 위합 혐의로 서울 서부지검에 불구속 송치했습니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사이비종교 교주 4명의 범죄를 상세하게 다뤘습니다. 경찰은 기독교복음선교회(JMS)를 이끄는 정명석(79) 총재를 위해 나체 영상을 찍은 여성들의 영상이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부분을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조PD는 지난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경찰이 피해자가 아닌 정명석을 보호하기 위해 움직였다며 경찰과 JMS의 유착 정황 사진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명석 JMS 총재를 지키기 위해 경찰까지 발 벗고 나서서 조PD를 공격했다는 겁니다. 조PD에 대한 공격이 법정으로까지 이어지자 언론과 국민들은 사건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맹목적인 믿음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고 자유의지로 무엇을 믿는 존중 받아야 합니다. 다만 믿음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벌인 범죄와 파렴치한 행각은 용인되서는 안됩니다. 사회를 좀먹고 인간의 정상적인 사고를 마비시키는 악행입니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든 분노할 짓임에도 맹목적 믿음은 사람의 사고를 뜯어먹어 아무렇지 않게 악행을 하도록 이끕니다.
이들에게 믿음은 마약과 같습니다. 종교에 중독된 사람은 그 무엇도 들리지 않습니다. 내가 믿는 종교를 공격하고 교주를 괴롭히는 사람을 향해 짐승처럼 달려듭니다. 영화에 나오는 좀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회적 공분을 사는 정명석 JMS 총재 사건은 종교문제로 보이지만 시야를 넓히면 소소한 '믿음 중독'과 무관치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의 가치관에 심취하거나 내 신념에 맹목적인 사람들은 그 어떤 말도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가치관과 신념은 뜨겁습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과 신념을 고스란히 전달하면 받는 사람은 뜨거운 물건에 손을 데인 듯 피합니다. 개인이 가진 가치관, 신념을 표출할 땐 차가운 속성을 지닌 상식과 논리가 병행해야 합니다. 뜨겁기만 한 믿음은 타인을 넘어 스스로를 잠식시킬 수 있으니까요.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