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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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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은 네가 넘었어”

2024-08-08 14:57

조회수 :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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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은 네가 넘었어”
 
드라마 스토브리그에 나오는 명대사입니다.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진 않았지만 박은빈 배우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친 저 대사만큼은 각인됐습니다. 기자로서 사회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도 어느 정도 공감한 대사였지만, 기자가 된 지금 다시 들어보니 등골이 서늘합니다. 마치 저에게 하는 말 같기도 하거든요.
 
취재를 하고 출입처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사람마다 본인이 그어놓은 선이 있습니다. 취재원들과 소통을 할 때 기자는 공과 사의 경계에 서있어야 합니다.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이어야 하면서 기사를 쓰기 위해 팩트에 기반한 정보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때론 기자와 취재원 간 긴밀한 관계에 취해버려서 아슬아슬하게 선을 타는 상황에 직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회 초년생이어서 실수였다는 변명은 언제까지 영원할 수 없습니다.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개인적으로 반성을 많이 하는 부분입니다. 선을 눈 앞에 두고 위태롭게 서있을 때 주위에서 위험하다는 조언과 시그널을 보내주는 사람이 있다면 다행입니다. 그 조언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 단계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고 배울 게 가득한 사회에서 언행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고 자만하지 않는 것은 필수입니다. 기자는 책임감이 무거운 직업입니다. 맑은 정신으로 취재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늘 가져야 하죠. 익숙해진 내 말과 행동이 적절했는지 곱씹는 시간을 더 자주 가져야 한다고 되뇌입니다.
 
한 선배가 해준 말이 생각납니다. "기자는 교도소 담벼락을 걷는 사람이다". 발을 헛딛여서 떨어졌을 때 교도소 바깥으로 떨어지면 다행이지만 교도소 안으로 떨어지면 그대로 죄수가 됩니다. 맑은 정신으로 걷지 않으면 언제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명함 이름 석자 옆에 기자라는 직업이 적혀있는 것이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합니다. 누군가에게 "선은 니가 넘었어"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스스로를 세심히 살피겠단 다짐을 해봅니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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