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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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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이 생기면 발생하는 일

2024-09-03 15:26

조회수 :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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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에 노하우가 쌓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대표적인 것이 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대를 거치며 많은 시행착오를 해온 끝에 현재의 식문화가 자리 잡은 겁니다. 만약 천재지변이 일어나 식문화의 맥이 완전히 끊긴다면 어떨까요. 인류는 별 수 없이 다시금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겁니다. 어쩌면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지 못하는 것을 구분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죠.
 
명맥이 끊긴다는 건 세대를 거쳐 쌓아온 노하우가 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는 사극이 그렇습니다. 꾸준히 대하 사극을 제작해온 KBS마저 제작비를 이유로 어느 순간 대하 사극 제작에서 손을 뗀 상태입니다. 어느샌가 대하 사극은 자본이 허락되는 곳에서 간헐적으로 생산되는 장르가 돼버렸습니다.
 
그러면서 가장 많이 나오게 된 논란이 바로 역사왜곡입니다. 앞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역사왜곡 논란으로 방영 2회 만에 폐지됐고, '철인왕후'도 방송 내내 역사왜곡 논란에 시달린 바 있는데요. 최근 방영을 시작한 티빙 오리지널 '우씨왕후'를 둘러싸고도 여론이 시끌시끌 합니다. 과한 노출에 대한 논란뿐만 아니라 중국풍 의상·상투 등의 논란까지 더해지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적은 수의 대하 사극인데, 나오는 작품마다 역사왜곡 논란을 겪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하 사극 제작의 명맥이 끊기면서 한국 드라마 제작 시장에 정통 사극을 제작할 수 있는 감독, 사극을 집필할 수 있는 작가, 정통 사극 대사 톤을 구사할 수 있는 배우의 맥도 함께 끊어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퓨전사극, 판타지 사극 등이 그 자리를 채우면서 퓨전 혹은 판타지라는 이유로 역사 왜곡 여부조차 검증하지 않게 됐습니다. 
 
최근 통영 소반 국가 무형문화재 추용호 소반장 선생이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통영 소반의 맥을 이어온 유일한 장인이 세상을 떠나면서 통영 소반 노하우가 상실될 위기에 처한 겁니다. 지금은 소반을 쓰는 사람도 없다 보니 사람들의 관심도마저 떨어진 문화재입니다. 비단 소반장 선생만의 일이 아닐 겁니다. 편중된 문화 육성 정책으로 인해 무관심 속에 많은 무형문화재가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사극이라 하면 그 나라의 역사를 수많은 문헌과 고증을 바탕으로 만드는 작품인데 불과 몇 년 동안 맥이 끊기자 작품 제작의 기본 원리부터 흔들리고 있습니다. 하물며 무형문화재는 어떨까요. 한번 명맥이 끊기면 다시 맥을 잇기가 여간해선 쉽지 않을 겁니다. 
 
요즘 같이 어려운 시대, 무형문화재는 대하 사극보다도 돈이 더 안되니 그냥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요? 기억해야 할 점은 무형문화재는 소중하게 지켜나가야 할 우리 문화의 유산이라는 것입니다. 지금도 시시각각 중국은 대한민국의 문화를 자신들의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죠. 맥이 끊기고 공백이 생기기 시작하면 무엇이 우리 것이라 주장할 강력한 근거가 줄어들게 될 겁니다.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티빙 오리지널 '우씨왕후' 포스터.(사진=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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