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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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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디지털 약자가 될까요

2024-08-29 16:49

조회수 :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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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부모님을 둔 자녀들은 부모님들의 스마트폰, 컴퓨터 사용 관련 질문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입니다. 저는 부모님을 돕기 위해 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진입 과정을 일일이 캡처하고 동그라미까지 친 뒤 사진으로 전송하거나 화면 녹화를 통해 실제 진입 과정 화면을 보여드리기도 했습니다. 간혹 과정이 너무나 복잡해지면 제가 대신하거나 설명을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슬프게도 다수 중장년들이 디지털 약자입니다.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아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지요. 중장년이 되어 새로운 기기 사용법을 익히는 데 큰 흥미를 보이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조금만 복잡해져도 자녀들에게 도움을 청하기 일쑤인데요. 자녀들은 이럴 때마다 짜증을 내지 않고 침착하게 알려드리려 마음 속 다짐을 반복하곤 합니다.
 
생성형 AI가 등장한 뒤 이제는 저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아졌습니다. 자연스럽게 체득하기보다는 똑똑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사람들의 사용법을 따라하게 됩니다. 그마저도 익숙지 않아서 몇 번 맛보다 마는 수준입니다. 기술, 기기들의 지능 고도화 속도를 제가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더 많은 기회를 가지라고 세상이 진화하고 있지만 저는 그 기회를 잡지 못한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몇십 년 후면 저도 중장년이 되겠지요. 문득 두려워졌습니다. 세상은 더 빠르게 변화하고 기술은 더 빠르게 발전할 텐데 저는 지금보다 훨씬 더 처져있는 디지털 약자가 되어있지 않을까요? 게다가 저는 방법을 물을 자녀도 없을 예정이기에 그 누구보다 난감한 상황이 많을 것이라는 막연한 걱정이 듭니다. 아무리 지방자치단체가 수많은 1인 가구들을 위해 각종 지원책을 편다고 해도 사사로운 것까지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저도 지금의 디지털 약자처럼 배움을 포기하고 어느 정도 체념한 채 살아가게 되려나요.
 
결혼과 출산이 줄고 고립되는 1인 가구가 늘어난다면 십여 년 후 분명 디지털 약자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로 기술이 더 발전해서 더 쉬운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면 금상첨화겠지만 지금처럼 사용자의 똑똑함을 요구한다면 디지털 약자 급증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은 자녀들이 얼마간 역할을 감당한다지만 이후에는 얘기가 달라지겠죠.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놀라기만 할 때가 아니라, 미래 디지털 약자에 대한 고민도 이제는 시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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