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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현석

사장부터 협력사까지..석화업계, '유독물질 관리' 총력전

2013-05-0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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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최근 유독물질 누출사고가 잇따르면서 유독물질 취급이 잦은 석유화학업계가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총력전에 돌입했다. 기업 대표부터 협력사까지 유독물질 관리에 올인하고 있는 것. 
 
기업마다 유독물질 유출 예방책은 각양각색이지만 대체로 사후수습보다는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예방책'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 의미가 크다. 기업들이 이제야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다.
 
실제 지난해 9월 발생한 구미산업단지 불산 폭발 사고로 23명의 사상자와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 폭발 사고가 있었던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일대를 중심으로 '특별재난구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SK하이닉스와 LG실트론 등 대기업 공장에서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고, 지난달 14일엔 삼성정밀화학 울산공장 염소가스 누출 사고가 있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1월에 이어 이달 2일에도 화성 반도체 공장에서 불산 누출 사고가 잇따르면서 사고 방지를 위한 예방책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었다.
 
◇여수공단의 석유화학 산업단지(사진=염현석기자)
 
이에 유독물질 취급이 많은 석유화학업계는 유독물질 관리방안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현장 근로자 교육과 함께 기업 대표들이 직접 공장에 내려가 안전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대표적 사례가 금호석유(011780)다. 박찬구 회장이 직접 나서 안전관리 강화를 강조하면서 현장의 긴장감이 부쩍 높아졌다. 당연히 사고 발생의 위험도는 줄어들었다.
 
박 회장은 매년 1월 울산 및 여수공장 방문을 시작으로 매 분기마다 1박2일 일정으로 생산현장에서 직접 주요현안을 돌보고 있다. 무엇보다 강조되는 지점은 안전관리를 중심으로 한 직원들의 건강과 안전이다.
 
금호석유는 현장 안전강화 일환으로 야간·주말·휴일에 불필요한 작업을 금지했다. 꼭 필요한 작업의 경우 공장장 승인 후 진행하도록 했고, 해당 팀장이 출근해 직접 작업 관리를 하도록 관리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여기에 배관 높이가 낮아 이동 중에 넘어지거나 파손 등의 우려가 있는 곳에 다리를 설치하고, 형광 페인트 채색을 해 식별성을 높였다. 제품 샘플 테스트 시 발생하는 유리 비이커도 알루미늄 호일 컵으로 대체해 안정성을 높였다.
 
LG화학 역시 안전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박진수 LG화학 사장은 "100에서 1을 빼면 99가 아닌 '0'이다. 안전환경이라는 1 없이 달성한 생산과 품질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안전환경은 모든 사업활동에 최우선 되어야 한다"고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사실 LG화학(051910)의 관리기준은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유해화학물질 입고에서부터 사용, 저장, 폐기까지 각 단계별로 세분화된 절차와 기준, 책임권한 등을 명시한 '유해화학물질 관리 내규'를 지난 95년부터 수립해 운용하고 있고, 2000년에는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인 OHSAS 18001 인증도 받았다.
 
환경안전보건(ESH; Environment, Satety, Health) 시스템과 공정안전관리 제도(Process Safety Management; PSM) 등 다양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운영 중이며, 올해는 본사와 사업장의 안전환경 전담인원을 10명 이상 신규 채용했다.
 
시설투자에 있어서도 안전환경 분야 투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등 안전관리 투자를 대폭 강화하는 추세다. 이외에도 화학물질 배출량 조사(Toxics Release Inventory; TRI)를 통해 유해화학물질 사용 이력을 과학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방한홍 한화케미칼(009830) 사장도 여수공장 방문 빈도를 높이면서 유독물질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안전관리시스템이 생산설비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공장 유지와 보수 등에 있어 협력사들과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장기적 협력을 통해 안전관리에 있어 숙련도를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환경안전재난관리 담당 연구원은 "한화케미칼은 현대이엔아이(구 현대계전)와 1995년부터 19년째 관계를 이어오고 있어 협력사의 기술적 숙련도 상승으로 업무 완성도가 높다"며 "한 회사와 오랜 협력관계로 인해 협력회사가 회사의 환경안전 관리규정을 잘 이해하고 숙지함으로써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들의 유독물질 관리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우려는 좀처럼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이 여전히 사고가 터진 뒤 늑장 대응이나 은폐 축소하는데 급급해 피해규모를 키운 데다, 관리당국의 관리감독 소홀이라는 근원적 병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마디로 인재라는 얘기다.
 
한 재난관리 전문가는 "사고가 발생하기까지 300번 이상의 이상징후가 발생한다는 통계도 있다"며 "관리당국이 법집행을 하지 않으면 개정된 법도 결국은 무용지물이 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 염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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