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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팀 쿡 체제 2년..애플을 떠나는 '천재들'

2013-08-2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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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오는 24일(현지시간)로 애플 사령탑에 오른 지 만 2년을 맞게 되는 팀 쿡(Tim Cook) CEO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과거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아이폰을 들고 세상을 놀라게 했던 핵심 인력들이 하나둘 애플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로이터통신 등 일부 외신에 따르면, 팀 쿡이 애플 CEO에 오른 이후 애플 내에서 전례 없이 많은 핵심 인력들이 이미 빠져 나갔거나 이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채용 담당자는 "메시지와 이메일을 통해 이직을 원하는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며 "과거에는 애플을 떠날 것 같지 않았던 사람들도 이직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애플 안팎으로부터 팀 쿡 CEO 부임 이후 예전처럼 애플의 창조성이 발휘되지 않는다는 지적과도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 팀 쿡은 소위 '워커홀릭'(일 중독자)에다, 체계적이고 꼼꼼한 스타일의 업무 방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 철저하게 수익성, 데이터에 근거한 의사결정 방식을 선호해 전임자인 스티브 잡스와는 차이점이 많다. 잡스가 감성적 CEO였다면 쿡은 이성적 CEO로, 혁신을 바라는 대중들에게는 감성적 측면이 잘 맞닿는다.
 
◇팀 쿡 애플 CEO.(사진출처=애플 홈페이지 동영상 캡처)
 
국내외 전문가들은 팀 쿡 CEO가 개발과 디자인보다 유통과 마케팅에 특화된 전문가라는 점을 강조한다. 로이터 통신은 애플의 한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회의 중에 팀 쿡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한마디를 던지고 나면 그걸로 모든 논의가 끝나게 된다"며 그의 권위적인 경영방식을 꼬집기도 했다. 권위와 고집을 강조한 건 잡스도 마찬가지였다.
 
팀 쿡이 CEO로 일하면서 과거 스티브 잡스가 두 달에 한 번 꼴로 열었던 아이폰 소프트웨어(SW) 회의도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브 잡스는 이 회의를 통해 아이폰에 탑재되는 모든 기능을 세세히 검토하고, 직원들과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지만 팀 쿡과는 맞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애플도 최근 직원들 사이에 달라진 경영 방식에 불만이 형성돼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올 초 하드웨어 부문 직원들의 사기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물론 애플이 팀 쿡 리더십 아래 직원들의 사기 문제가 대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글로벌 이퀴티 리서치 분석가 츠립 차우드리는 올 초 "애플 직원들이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찾고 있다"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전한 바 있다.
 
구글, 삼성전자와의 경쟁 구도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하루가 다르게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애플 iOS 특유의 폐쇄성이 문제로 지목되기도 했다.
 
국내 경쟁업체의 한 관계자는 "과거 독보적이었던 애플의 시장 점유율이 안드로이드 등장으로 양분화된 이후 특허 소송에 매달리는 애플의 모습에 광범위했던 마니아층도 예전 같은 충성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론도 있다. 팀 쿡 이후 애플의 시장 점유율이 삼성전자에게 크게 밀렸지만 이를 전적으로 CEO의 문제로 귀속시키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애플이 추구해온 방향성이 마케팅 및 가격 경쟁이 가장 큰 화두가 된 스마트폰의 현 시장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본질적 문제라는 지적이다. 애플도 이 부분을 인식하고 저가형 아이폰, 아이워치 등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또 팀 쿡이 전임자들보다 문제해결 과정에서 장점을 나타낸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올 초 중국 폭스콘에서 노동자 근무 여건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향적인 태도로 문제를 즉각 시인하고 시정을 약속하기도 했다. 지난해 애플 지도가 구글 지도를 대체하면서 부족한 데이터와 각종 오류가 발생하자 곧바로 소비자에게 사과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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