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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인터뷰)김도헌 대구시 새 야구장 현장소장

2013-11-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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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고향에 전국 최고의 야구장을 짓는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부담과 책임감도 함께합니다. 그럴 수록 더욱 명품 야구장을 짓겠다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명품 야구장은 관중, 선수, 구장 운영자 모두 만족하는 구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어진 예산 하에서 최고의 구장을 짓겠습니다."
 
대구지하철 2호선 대공원역을 나오면 지난 봄과 현재 달라진 점이 있다. 바로 5번출구 뒷편 야산이 통째로 없어진 대신 큰 공사 현장이 생겨난 것이다. 높은 산은 아니었지만 대구 중심 가로인 달구벌대로의 연호동 구간은 오랫동안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였던 곳이기에 변화는 쉽게 눈에 띄었다.
 
바로 이 곳이 대구 시민들은 물론 전국 야구팬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대구시 새 야구장의 공사 현장이다.
 
지난해 12월27일 기공식을 치르며 시작된 대구시 새 야구장 공사는 2015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공사는 대우건설 컨소시엄(대우건설 40%, 계룡건설 20%, 화성산업 17%, 신흥건설 13%, STX건설 10%)이 맡으며, 11월 1일 현재 공정률은 대략 7% 정도 수준이다. 
 
대구시 새 야구장 공사의 현안과 향후 일정, 그리고 완공 이후 계획을 들어보기 위해 현장 책임자인 김도헌 현장소장(기술사)과의 인터뷰를 지난 1일 현장에서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도헌 대구시 새 야구장 공사현장 현장소장. (사진=이준혁 기자)
 
◇폭넓은 준비를 거쳐 시작된 새 야구장 공사
 
- 현재 짓고 있는 신축 야구장 주요 특징에 대해 설명해 달라.
 
▲국내 야구장은 외야 모양이 부채꼴인 형태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대구시의 새 야구장은 센터와 1·3루가 직선으로 이어지며 구장이 전체적으로 다이아몬드 형태로 구성된다. 미국 메이저리그 여러 구장이 취한 형태다. 경기장 외형도 팔각형으로 지어 국내 다른 야구장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게다가 주변 녹지율도 높아 공원같은 느낌을 준다.
 
- 많은 면에서 기존 구장과 다르다.
 
▲기존 구장은 물론 내년 개장할 광주 새 야구장에 비해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야구장은 자주 건설되는 시설이 아니기에 제대로 설계하고 시공할 인력풀이 부족하다. 실제로 광주와 대구는 같은 설계사에서 구장 설계를 맡았다. 시기상 광주시 새 야구장 설계가 먼저 이뤄졌고 이후 여기(대구시 새 야구장) 설계가 바로 이뤄졌는데 정말 좋은 야구장이 설계됐다.
 
- 그동안 야구장 건설은 국내 중견 건설사가 많이 해왔다. 대우건설이 이번 공사에 참여한 계기가 있나.
 
▲대우건설은 최근 대구시에 여러 공사를 진행하면서 지역사회에 기여할 방안을 생각하다 야구장을 택했다. 익히 보도된 대로 공사비는 적고 공사해야할 것은 많기에, 이윤은 박할 것이다. 하지만 경북도청, 대구시민회관, 동산병원 등 대구에서 많은 공사를 하는 입장에서 지역의 현안과 바람을 외면하기 어려웠다. 지역에 여러모로 좋은 야구장을 짓겠다.
 
- 대우건설은 야구장 공사는 처음이다. 전문성 측면에서 문제는 없나.
 
▲대우건설은 국내 메이저 건설사로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 공사를 해왔다. 비록 야구장이 처음이긴 하나 광명의 돔 경륜장 공사를 해봤고, 인천의 박태환 수영장도 대우건설이 건설한다. 서브(공동참여사)로서 참여한 공사는 적잖다. 공사 전문성에 전혀 문제없다. 세계적으로 폭넓은 공사 경험이 야구장 건설 과정에 오히려 좋은 쪽으로 작용할 것이다.
 
- 야구장 건설을 위해서 많은 준비를 했다고 들었다.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4월 초에 미국 메이저리그(MLB) 구장을 살폈다. 추신수 선수의 소속팀인 신시내티 레즈의 홈 구장인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 4억 5700만 달러의 천문학적 공사비가 투자된 펫코파크(샌디에이고 파드레스 홈구장), 개장 6년 차로 최신식인 미국 수도 워싱턴의 내셔널스파크(워싱턴 내셔널스 홈구장) 등 여러 구장을 봤다. 선진 야구장을 보며 새롭게 지을 야구장에 대한 다양한 구상이 들었고, 공사에도 적극 반영됐다.
 
- 한국 야구장에 비해 이번에 견학했던 야구장은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실용주의 국가로 꼽히는 미국답게 야구장 인프라에도 실용적 건설이 이뤄졌음을 느꼈다. 야구의 본고장이자 세계적 강대국인 선진국인 미국답게 야구장은 빼어나다. 그렇지만 벽천 공사 작업과 대리석 등의 고급 마감재를 필수로 생각하는 한국과 다르게 미국은 콘크리트 바닥과 시멘트 처리 등 다소 의외의 모습을 보였다. 대신 관중의 좋은 관람을 위해 비용을 썼다. 비싼 가격을 받는 좌석은 당연히 그만한 고급 마감을 했다. 그러나 일반 좌석에서도 한국 구장과 달리 관중을 배려하는 세심한 점이 느껴졌다.
 
- 혹시 그것이 무엇인지 말해줄 수는 없나.
 
▲(웃으면서) 아직까진 비밀이다. 설계를 최근 마친 상태에서 작은 세부 변경은 대구시와 협의로 가능한데, 일단 공개할 수 있을 때 공개를 하도록 하겠다.
 
기자는 김 소장의 '비밀'을 들었다. 그리고 수백여 장에 달하는 관련 자료를 살피고, 향후 공사 구상과 이를 위한 준비도 듣게 됐다. 김 소장을 비롯한 공사 관계자가 정말 최상의 야구장 건설을 위해서 여러가지 준비를 했음이 느껴졌다.
 
현장소장실 벽면 한 쪽은 미국 메이저리그(MLB) 구장 30개소의 사진으로 가득했다. 예산과 수요(관람인원) 등으로 MLB 구장과 같은 규모와 웅장한 시설을 짓기는 쉽지 않겠지만, MLB 구장과 맞먹는 '좋은' 야구장을 만들기 위한 의지다.
 
김 소장이 직접 지시해 야구장 사진을 수집하고 인화지로 출력해 부착한 이같은 구장 사진은 이 현장의 관계자에게 동기부여의 역할도 함께 한다. 실제로 이 현장의 관계자들은 "사진을 보며 많은 구상을 하게 된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대구시 새 야구장 현장소장실 벽면에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구장 30곳의 사진이 있다. 김 소장이 직접 지시해 사진 이미지를 정식 수집하고 이를 인화지를 통해 출력해서 직접 부착했다. (사진=이준혁 기자)
 
◇대구 출신으로 고향 야구장을 짓는 남다른 자부심과 책임감
 
- 지방의 공사라 아무래도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아니다. 대우건설은 국내 메이저 건설사로서 전국에 많은 공사를 해왔다. 게다가 나도 대구에서 태어나고 자란 대구시 출신이다. 건설사 엔지니어들의 특성상 대우건설에 지난 1994년 취업한 이후 대구에서 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계성고와 영남대 건축학과를 졸업해 대구라는 도시가 친숙하다.
 
- 그동안 대구나 인근 현장에 배치된 경험은 없었나.
 
▲20년간 고향을 떠나서 인천 인천국제공항 청사, 말레이지아 프라자 라키아(Plaza Rakyat), 서울 무교동 소재 오피스텔, 강원랜드 카지노 호텔, 인천 송도 아이타워 등을 거쳤다. 대구 현장은 이번 현장이 처음이다. 그렇지만 고향이라 익숙하고 책임감도 남다르다.
 
- 고향에 상징물이 될 건축물을 지으며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다. 소식을 들은 지역의 지인들에게 연락을 종종 받는다. 야구장 현장 앞의 도로를 지나다가 연락한 지인의 연락도 받곤 한다. 고향 대구의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전국 야구팬 또한 애정어린 관심으로 지켜보고 있다. 주어진 예산 하에서 최고의 구장을 짓도록 하겠다.
 
- 관심이 많은만큼 부담도 있을 것 같다.
 
▲국내 최고 야구장을 짓는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렇지만 동시에 부담과 책임감도 함께 한다. 그럴수록 더욱 명품 야구장을 짓겠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명품 야구장은 관중, 선수, 구장 운영자 모두 만족하는 구장이라고 생각한다. 기존 야구장의 좋은 면을 벤치마킹하고 어느 야구장에서도 접할 수 없던 더 창의적인 야구장을 만들겠다.
 
- 애로 사항도 있지 않나.
 
▲아무래도 예산이 문제다. 익히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된 대로 현장 공사비는 적고 공사해야할 것은 적잖기에, 이윤은 박하다. 본래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겠지만 고려를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다. 야구장은 한 번 건설하면 옮길 수 없는 것은 물론 또 짓기 어렵다. 좋은 아이디어가 적지 않은데, 비용 문제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 어제(10월31일) 보스턴이 우승했는데 보스턴 홈 구장인 펜웨이파크 야구장은 100년간 썼다. 그리고 오랫동안 손때가 묻었지만 명품 구장으로 인정받는다. 이 야구장이 그렇게 되길 바란다.
 
- 대구시에서 발주하지만 실사용자는 삼성 라이온즈다. 대구시나 삼성과의 협의는 원만한가.
 
▲거의 매주 한 번씩 관련 회의를 진행 중이다. 대구시도 삼성도 설계에 만족하고 있고, 적극 도와주고 있다.
 
- 아무래도 현장에 삼성 라이온즈 팬이 많겠다.
 
▲(웃으면서)원래 삼성 팬도 있고, 야구에 관심이 덜하다 현장에 배치되고 삼성 라이온즈 팬으로 된 사람도 있다. 기존 삼성 팬도 단순한 팬에서 팬 중에서는 전문가로 꼽아도 손색없을 수준으로 확 지식이 늘어난 이도 있다. 나도 라이트 팬에서 열성 팬으로 변했다. (폭소)
 
- 삼성 라이온즈 선수 중에 누가 맘에 드나.
 
▲과거엔 현 감독인 류중일을 좋아했다. 류 감독 현역 때 유격수 쪽으로 공이 가면 주자가 뛸 생각을 하지 못했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가 깔끔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감독이고, 현재까지 선수인 사람 중에선 이승엽 선수다. 타고난 선수인 데다 노력해 기량이 빼어나다. (이승엽 선수가) 최근 조금 부진한데 곧 살아났음 싶다. 결정적인 순간에 크게 활약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 끝으로 하고픈 말은.
 
▲2015년 가을 완공해 2016년 시운전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기존의 계획에 맞춰 최고의 야구장을 차질없이 만들겠다. 개인적으론 대구가 고향이기도 하다. 1948년 지어진 야구장을 65년째 쓰고 있는 대구 시민의 야구장에 대한 열망을 안다. 주어진 예산 하에서 최고의 구장을 짓도록 하겠다. 비싼 마감재과 호화 장식 대신 외국에서 야구 관계자가 찾아와도 "한국에도 이런 구장이 있네"라는 호평이 나오는 자랑스러운 구장을 짓도록 제반여건 하에서 최대한 노력하겠다.
 
◇대구시 새 야구장 조감도. (사진제공=대우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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