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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하

jin-h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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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지 않은 나라

2024-06-27 22:18

조회수 :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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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명의 사상자를 내고 23명의 사망자를 낸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아리셀 화재사고는 예정된 사고란 말이 나옵니다. 특히 사망자 중 18명은 외국인 일용직근로자에 무허가 불법파견을 받았다는 의혹에 사고가 발생한 날 이틀 전에도 화재가 있었지만 이를 쉬쉬했다는 안전불감 문제까지 정부의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입니다. 
 
26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당국은 전날 오전 11시 40분 기준 마지막 사망자를 수습해 23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 6명이 경상을 입은 것으로 최종 확인됐습니다. 사망자 중 18명은 외국인이며 중국인 17명, 라오스 1명 등인데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기까지 하루가 걸렸습니다. 
 
또 사고의 원인 아직 규명 중이지만 사망자 대다수가 출입구가 아닌 반대편 공장 내부에서 발견된 점을 고려해 보면 기본적인 사업장 내 안전교육이 이뤄진 것이 맞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특히 중소영세업체에서 제대로 안전교육이 이뤄지는지 점검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국내 노동자들 중 외국인 노동인력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지만 이들을 고용하는 사업장은 대부분 중소·영체 업체입니다. 이런 점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가 충분한 안전교육을 받지 못하고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업계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 사업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아지면서 산업재해 사망자 비중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고용부의 '2023년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사고사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산재 사망자는 85명으로 전체 812명으로 10.5%에 달합니다. 전년도 9.7%에서 0.8%p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런 사고 발생이 커지는 이유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체로 우리말이 서투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7조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는 안전보건표지를 해당 근로자의 모국어로 작성해 부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요.
 
대체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근무하는 환경이 영세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조치는 없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사고가 난 아리셀은 파견 대상 업종도 아니고 외국인 고용 허가 대상 사업장도 아니라고 하는데요. 허가 조건은 피하면서 값싼 노동력을 짧게 쓰고 계약을 해지한 것이 아닌가 의구심마저 듭니다.
 
지난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취업자는 사상 처음으로 90만 명을 넘어 92만3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일각에선 취업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람까지 포함하면 100만 명도 넘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대부분 내국인 기피업종에 빈자리를 채우게 되는데요. 그러면서 산업재해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 인력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로 전략했기 때문인데요. 그런 가운데 국내 이주노동자의 높은 비율을 보이는 베트남과 중국에서도 저출산으로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에 따라 10년만 지나도 해외에서 우리나라로 오는 인력 시장도 크게 변동될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외국인 노동자 90만 명을 넘은 시대에 안전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 대한 대책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보는 계기가 되길 희망합니다.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 참사 나흘째인 27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다문화어울림공원에 마련된 추모 분향소에서 추모객이 묵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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