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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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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효진 기자입니다.
인생 계획 세우기

2024-06-28 15:05

조회수 :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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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에 입사한 지 벌써 5개월 정도 돼갑니다. 수습도 떼고 제대로 월급을 받다 보니 앞으로 어떻게 사는 게 좋을지 인생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1. 다른 언어 공부하기
2. 살 빼기
3.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하기
4. 편집 기술 배우기
5. 카메라 찍는 구도 배우기
6. 사진에 대해 알아보기
7. 악기 공부하기
8. 경제에 대해 공부하기
 
참 평범한 인생 계획이죠. 아, 제 계획은 아닙니다. 저와 비슷하게 취업한 지 6개월 된 한 19살 청년 A씨의 메모입니다. A씨는 이 밖에도 '남에 대한 얘기 함부로 하지 않기', '하기 전에 겁먹지 말기', '기록하는 습관 들이기', '운동하기' 등 여러 목표를 적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며 A씨와 비슷한 다짐을 하곤 했기에 공감이 많이 갑니다. 이렇게 미래에 대한 기대가 많았던 청년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전북 전주시 한 제지 공장 3층 설비실에서 작업을 하던 A씨는 의식을 잃은 채 바닥에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A씨는 특성화 고등학교에 다니던 지난해 해당 제지공장에서 현장 실습을 하고 졸업 후 정규직으로 채용된 지 얼마 안 된 신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당시 혼자 작업 중이었습니다. 게다가 작업하던 설비실은 종이 원료 찌꺼기가 부패하면서 황화수소 등 유독가스가 발생할 수 있는 현장이었습니다.
 
어리숙한 신입의 실수로 일어난 참사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A씨의 수첩엔 각종 업무 관련 메모도 가득했습니다. 공장설비에 대한 글부터 "안전하려면 자기가 일하는 설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조심히 예의, 안전하게 일하겠음"과 같은 각오도 담겨있었습니다.
 
공장 측은 기관 조사에서 유독 가스가 검출되지 않았고 초과 근무 사실도 없었다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하지만 통상 2인 1조로 근무해야 할 현장에 A씨가 혼자 근무하고 있었던 점은 의문입니다. 
 
전주 제지공장 청년만의 일이 아닙니다. 이전에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 작업을 하던 19세 김 모씨,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 벨트에서 석탄을 치우던 25세 김용균씨, 그밖에도 수많은 청년 노동자가 있었습니다. 그들도 여러가지 인생 계획이 있었을 겁니다. 산업재해가 꿈 많은 청년들의 미래에 정지 버튼을 누르지 않는 세상이 오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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