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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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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절될 수 없는 제약 리베이트

2024-06-24 18:51

조회수 :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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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모습. (사진=뉴시스)
 
끝모를 의정 갈등 대치 국면이 불법 리베이트 파동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고려제약이 의사 천여명을 대상으로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천만원 상당의 현금이나 금품, 골프 접대 등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정황을 파악했다며, 수사망이 다른 제약사까지 전방위로 확대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는데요.
 
제약사 리베이트 파문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업계에서는 수십 년간 ‘좋은 게 좋다’ 내지 ‘누이 좋고 매부 좋다’ 식의 영업 관행으로 고착된 악습이죠. 정부가 2010년 리베이트 근절을 주창하며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와 제공한 제약사를 함께 처벌하는 쌍벌제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불법 리베이트는 암암리에 뿌리를 내리며 의료계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업계 내에서도 제약사와 의사 간 유착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불법 리베이트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탄하고 있죠.
 
전문의약품 시장은 의사가 전문의약품 처방전을 써주지 않으면 제약사가 약을 팔 수 없고 영업에 큰 타격을 입는 구조입니다. 의사한테 제약사의 전문의약품 매출을 좌우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이 주어진 셈이죠.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특정 의사나 병원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해 영업에 유리한 환경만 조성하면 매출을 쉽게 올릴 기회가 널려 있는데 이를 활용하지 않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죠.
 
특히 제네릭 위주의 제약 시장 경쟁 구도에서 제품의 차별성, 우월성을 내세우는 것도 한계가 있고 영업 사원의 영업력, 회사의 브랜드가치가 시장 경쟁력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실적을 내려면 리베이트는 불가피하다고들 토로합니다.
 
그나마 현실성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처방전에 특정 회사의 제품명이 아닌 성분명 처방으로 바꿔 의사의 처방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인데요. 하지만 의료계와 약업계의 견해 대립으로 실현되기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의사들은 대체조제가 환자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오히려 약사에게 리베이트가 확산할 것이라고 반발하는 반면 약사들은 리베이트 유인이 줄어든다고 주장하고 있죠.
 
현행 대체조제는 병원에서 처방한 약이 약국에 없을 때 활용되는 제도로 처방전에 명시된 제품이 아니지만, 성분·함량·제형이 같아 해당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상표의 약을 환자에게 제공합니다. 다만 약사가 대체조제를 하려면 의사에게 이 사실을 반드시 통보해야 하죠.
 
대체조제는 현행 약사법에 명시된 공식적인 제도인 만큼 리베이트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수단으로 도입을 검토하는 것도 의료개혁의 일환으로 추진 돼야 할 사안입니다. 의정 갈등 상황 속에 경찰이 뜬금없이 리베이트 수사로 의료계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불필요한 의혹을 받는 것 보다, 리베이트를 근절할 대안을 정부 차원에서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이 의료 개혁의 진정성을 입증하는 길일 것입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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