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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정

(피플)한국증권 생존 특명 "번 만큼 보수 주는 상품 만들어라"

신긍호 상무 "수요자 중심의 금융상품 개발 주력"

2015-11-29 12:00

조회수 : 2,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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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연동형 수수료 상품을 만들어라'
 
한국투자증권 고객자산운용부가 최근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으로부터 받은 특명이다. 수요자 중심의 금융상품 개발을 통해 진정한 고객 동반자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한 것이다. 역량과 신뢰 등 '무기' 확보 없이는 2016년 최대 격전이 벌어질 사모펀드 자율경쟁 시장에서 증권사의 자산관리형 상품이 위협 받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 하에서다.
 
"제조업이 앞서 그랬듯 금융상품 시장도 공급자 중심에서 점차 고객 저마다의 성향과 투자목적에 맞춰 운용되는 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변모해 갈 겁니다. 대고객 상품 제공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는데 집중할 생각입니다."
 
신긍호 한국투자증권 고객자산운용부 상무는 27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내년도 투자자(수요자) 이익 중심의 판매문화 정책 전환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기존의 커미션 베이스(commission base·성과에 관계없이 운용 보수 받는 것)에서 피 베이스(fee base·성과에 따라 운용보수 받는 것)로 바꾸는 것으로 자연히 회사는 고객 수익률 제고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지주 의지가 강한데다 직접 령을 받은 만큼 이미 내부적으로 관련 전략과 상품구성을 마친 상탭니다. 수익률이 0% 이하면 보수를 받을 수 없는 구조기 때문에 과거 트랙레코드(실적)를 통해 반드시 '될 것'에만 투자할 생각입니다. 첫 시동을 걸 상품은 고배당주 랩어카운트입니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가 여러 자산운용서비스를 하나로 묶어(wrap) 고객 기호에 맞게 자산을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수수료를 받는 맞춤형 자산종합관리계좌 서비스다.
 
 
◇사모펀드 시장 선점 경쟁 '승부수'…"성과연동형 상품 확대할 것"
 
한국투자증권이 이처럼 성과연동형 상품에 공을 들이는 것은 녹록지 않은 내년 시장 환경과 맞물린다. 정부의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 투자규제 완화로 사모펀드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고객 입맛을 돋울 승부수를 띄우지 않고선 내년도 격화될 사모펀드 경쟁에서 대항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고배당주랩을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2010년 출시한 고배당주랩은 배당수익률이 시장금리의 두배 이상 되는 종목에만 투자한다. 원칙을 지킨 이 상품은 5년간 한번도 연 평균 10%를 밑돈 적이 없다.
 
"고배당주랩은 한국투자증권의 첫 성과연동형 상품이 될 겁니다. 어떤 상황에서건 성과를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절대적 타이밍에 집중한 수익 확보에는 자신있기 때문이죠. 먼저 시도한 후 다른 상품으로 점차 확대할 계획입니다."
 
새해 출시를 앞둔 '성과연동형 고배당주랩'(가칭)은 수익률이 0% 이하면 보수가 없고 성과가 나오면 그 성과의 20%를 보수로 받는 구조다. 예컨대 10% 수익에서는 2%를 성과수수료로 떼어가는 것이다.
 
현재 배당수익률 3% 이상을 충족하는 종목은 50종목. 이들 종목 편입으로 올해도 11월 현재 13%의 수익을 낸 상태라 90% 이상 담았던 고배당주 비중은 현재 30% 정도로 낮췄다. 계절성을 띄는 고배당주 지수는 통상 연말로 접어드는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빠지기 때문에 주식비중을 조절해두는 것이다. 또 주식매매차익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는 반면 배당에는 과세(15.4%)한다는 점도 염두에 뒀다.
 
◇저금리 속 기회는 '해외투자'…브라질·러시아 '주목'
 
글로벌 시장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축소된 변동성으로 국내 시장의 기대수익률이 절대적으로 낮아진 만큼 바다 건너 해외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한다는 복안이다.
 
"해외투자는 필수고 저금리 기조 아래 기회는 분명 해외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브라질과 러시아 등을 주목하고 상품화하려 합니다. 국가 내부적으로 극단적인 상황이 진행되곤 있지만 역사적 저평가 수준의 종목, 특히 은행 종목과 원자재 종목 등을 주목하고 있어요."
 
베트남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9년 만에 베트남 관련 상품인 '신짜오베트남펀드랩'을 출시한 배경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 9월부터 베트남 증시가 외국인에 추가 개방되고 장기금리가 추세적 하향 곡선을 이어가고 있어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2006년 당시 베트남 펀드 출시 시기는 다소 성급했다고 자평했다. 중장기적 안목의 성장 기대감은 옳았지만 구조적 성장단계에 이르기도 전에 투자규모를 너무 키웠다고 했다. 하지만 장기 횡보국면을 지속하던 베트남 주식시장의 상승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베트남펀드랩은 7%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2006년 베트남이 구체적인 경제성장 내용이나 상장기업의 이익증가세 없이 막연한 '넥스트 차이나'였다면 현재는 안정적인 경제성장과 기업이익 증가 등 구체적인 주식시장 상승요인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어요. 아직 베트남 내부에 장기투자성 매수기반이 확충되지 않고 있지만 외국인 주식투자한도가 확대되고 장기금리가 추세적인 하락을 보이고 있어 주식시장을 한 단계 상승시키는데 유효할 것으로 봅니다."
 
신짜오베트남펀드랩은 현재 한국투자신탁운용 호치민 현지법인과 한국투자증권 이머징마켓팀의 투자의견을 반영해 주식자산과 현금성자산의 투자비중을 결정한다. 주식자산은 한국운용, 동양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HDC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베트남주식형펀드에 분산투자하고 현금성자산은 국내 단기금융상품에 투자된다.
 
◇맞춤옷 같은 지점운용형랩 '인기몰이'
 
신 상무는 최근 자산가들이 자문형랩보다 지점운용형랩을 보다 선호하게 된 점에 주목했다. 본사에서 관리하는 본사운용 자문형랩(투자전문인력에 운용권한 일체 일임)과 달리 지점운용형랩의 장점인 '맞춤성'이 마치 맞춤 옷처럼 고객 성향에 맞게 효율적으로 자산배분을 해준다. 개별 종목이나 업종별 지수 변동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실제 지난 5월 출시해 현재 설정액 2000억원을 돌파한 '마이스터랩'의 경우 전체 설정액 가운데 1900억원(95%)이 지점운용형이고 본사운용 자문형랩은 100억원(5%)에 불과하다.
 
"상품자체가 수요자 중심인데다 고객의 니즈를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지점직원의 역할이 더 커지고 있다는 얘깁니다. 가이드라인은 본사에서 내려주지만 운용실행은 지점직원들이 하는 구조라 주식, 채권, 주가연계증권(ELS) 등 랩에 담을 다양한 투자자산을 고객이 선택해 운용하는 과정에서 긴밀히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죠."
 
1990년 한국투자신탁운용에 입사해 26년간 영업사원부터 리서치팀장, 주식운용매니저 등 고객자산과 밀접한 자리를 두루 거친 신 상무지만 질 좋은 상품제공을 위한 공부는 게을리하지 않는다.
 
"2005년 한국투자증권으로 올 때 나이가 마흔셋이었는데 스스로 펀드매니저로는 나이가 많다고 느껴지더군요. '아, 이제 운용은 그만두고 투자컨설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영업당시 고객들과 대면하며 고객의 마음을 읽었던 게 지금까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둔 상품 판매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초 성과연동형 고배당주랩 출시와 더불어 마이스터랩, 베트남펀드랩, 그리고 후강퉁랩 등을 통해 시장상황에 연계한 안정형 상품 판매를 통해 기회를 찾겠다고 신 상무는 말했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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