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신태현

htengilsh@etomato.com

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잉글랜드를 멈춘 전승 우승

2024-07-16 14:09

조회수 : 78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이번 유로 대회는 '노잼', 즉 재미없다는 평가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가장 성토의 대상이 된 팀은 잉글랜드였습니다.
 
막강한 스쿼드를 꾸리고도 소극적인 경기 운영으로 지키기에 몰두하고 승점을 챙겨가고 다른 라운드에 진출하는 게 축구팬들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겁니다.
 
잉글랜드는 조별예선에서 C조에 속해 1위를 하긴 했지만 거둔 성적은 1승 2무였습니다. 조별 1위를 한 팀들 중에서는 꼴찌에서 2번째입니다. 
 
바로 밑에 1승 1무 1패의 루마니아가 있기는 했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잉글랜드에 한참 뒤떨어질뿐더러 루마니아가 속했던 E조는 모든 팀이 1승 1무 1패를 거둬 가장 치열한 조였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루마니아를 제외한 다른 1위 팀들은 2승 아니면 3승은 거뒀습니다.
 
이후 잉글랜드는 16강에서는 슬로바키아와 연장 끝에 2:1, 8강에서는 스위스와 1:1로 접전을 벌이다 승부차기 승리를 거뒀습니다. 4강 네덜란드전에서는 연장까지 가지는 않았으나 결승골을 90분 넘어서 넣었고 2:1로 이겼습니다.
 
토너먼트에서 네덜란드를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쉬운 대진 덕을 보면서도 연장까지 가는 모습을 보인 겁니다. 그렇게 결승까지 올라와 한국시간으로 오늘 새벽 4시에 스페인과 맞붙게 됐습니다.
 
잉글랜드가 우승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들이 많았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반대편에서 결승까지 올라온 스페인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대진 속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이탈리아와 크로아티아가 속한 B조에서 3승을 한 것은 물론 무실점을 달성했습니다.
 
이후 토너먼트에서는 1경기당 1골만 먹히고 더 많은 골을 넣어 승리하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16강 조지아전 4:1, 8강 독일전 2:1, 4강 프랑스전 2:1이었습니다.
 
8강 독일전은 미리 보는 결승전이라는 별칭이 붙었고, 4강에서 만난 프랑스는 2022 카타르월드컵 준우승국입니다. 조지아만 약했을 뿐 대진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결국 스페인은 결승에서 연장을 가지 않고 잉글랜드에 다시 2:1로 승리를 거뒀습니다. 7전 7승의 전승이었습니다. 1984년 5전 5승 전승을 거둔 프랑스 이후 최초의 전승 우승입니다. 7경기를 거치고 전승한 일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스페인의 미켈 오야르사발(가운데)이 14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의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열린 유로 2024 결승전 잉글랜드와의 경기 후반 47분 팀의 두 번째 골을 넣고 있다. (베를린=AP/뉴시스)
 
 
클린스만과 비교하는 게 잉글랜드 사우스게이트 감독에게 모욕적일 수도 있지만, 잉글랜드는 클린스만 감독 하에 아시안컵에 임한 한국과 비슷한 면모가 있었습니다. 소극적으로 전술 운용을 하다가 압도적인 선수 역량으로 후반 막판이나 연장에서 승부를 보는 모습이 서로 비슷했던 겁니다. 여기에 교체가 적중하는 것까지 유사했습니다.
 
결승에서도 잉글랜드의 교체는 적중했습니다. 후반 초반부터 1:0으로 끌려가던 잉글랜드는 25분에 콜 파머를 교체 투입했고, 콜 파머가 동점골을 넣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조금 앞선 후반 23분에 투입된 스페인의 오야르사발이 후반 막판에 결승골을 넣으면서 승부는 끝이 나버렸습니다.
 
그러니깐 교체로 재미를 볼 뻔한 잉글랜드는 역시 교체가 적중한 스페인에 막혀버린 겁니다.
 
한때 '클린스만호'가 4강까지 올라가는 걸 보면서 전술은 모자라도 교체가 적중하는 요행이 끝까지 먹히길 기대했지만 요행은 요행일 뿐이었습니다.
 
잉글랜드가 거둔 성적을 요행이라고만 할 수는 없겠지만, 한계 지점을 보완해야 할 과제는 남게 됐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잉글랜드가 유로에서 우승을 한 번도 못했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아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서 언더독을 미는 마음으로 잉글랜드를 응원했지만 애석하게도 준우승에 그쳤습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잉글랜드를 이끌고 2018년 월드컵 4강도 가보고 이번까지 유로 준우승을 2번이나 연속으로 했습니다. 잉글랜드로서는 대단히 좋은 성적입니다. 196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한 걸 제외하고 잉글랜드는 1990년 4강, 2018년 4강이 최고 성적입니다. 유로는 준우승조차 지난 대회가 처음입니다. 그걸 이번에도 달성한 겁니다.
 
결국 잉글랜드는 사실상 가장 좋은 성적을 택할 것이냐, 경기력을 택할 것이냐의 양자택일의 기로에 섰습니다.
 
p.s. 스페인은 16세의 야말을 내세우는 등 평균 연령이 27세를 넘지 않는 젊은 팀을 운영했습니다. 팀이 젊으면 경험이 없기 때문에 승부차기에서 약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번에 스페인은 승부차기를 한번도 가지 않았습니다. 그럴만한 능력도 있었고, 승부차기를 가지 않을 만한 지혜도 발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 신태현

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