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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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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 죽음과 일상적 무지

2024-08-1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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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하다 죽은 노동자들'이라는 이름의 SNS 채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매일매일 일어나는 산재 사망 사고 기사를 아카이빙한 개인 계정입니다. 최근에는 개인 사정인지 활동이 뜸해졌지만 그 계정에는 정말이지 글이 올라오지 않는 날이 하루도 없었습니다. 기사화된 죽음만 올리고 있었으니 우리가 모르는 죽음은 그보다 훨씬 더 많았겠지요.
 
실제로 산재사망사고는 일상이나 다름없이 벌어집니다. 지난해 한 해동안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2016명입니다. 최근 5년으로 범위를 넓혀도 2000명 아래로 떨어진 적은 없으니, 늘 하루 5명 가량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셈입니다.
 
사고가 벌어졌던 구로역 9번 선로와 10번 선로 (사진=뉴스토마토)
 
누군가에게는 일상이 된 죽음이지만 그들의 죽음은 현장 밖을 벗어나지 못한 채 머무를 뿐입니다. 지난 9일 구로역에서 두 명의 철도노동자가 일하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명확한 안전수칙 없이 평소처럼 작업하다 일어난 사고였습니다. 피해자의 직장 동료들은 "21세기에, 그것도 공기업에서 사람이 죽는다는 게 참담하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나 구로역을 지나가는 시민들은 사고가 일어났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구로역을 자주 오가는 사람들에게 물었지만 하나같이 "그런 일이 있었어?"라고 되묻거나 "워낙 일이 많다보니 잘 눈에 띄지 않는 것 같다"고 대답할 뿐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흔적은 더욱 흐려집니다. 뉴스토마토가 위치한 합정동 인근에서도 산업재해로 누군가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지난 6월 당인리 문화발전소 공사현장에서 적재물 추락사고로 50대 남성이  사망했습니다. 일상이 된 죽음은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두 달이 지난 지금, 죽음의 흔적은 그 어느 곳에도 없습니다. 현장 사무실에 붙어있던 현수막이 기억납니다. "이 현장에는 당신이 다쳐가면서 할 일은 그 무엇도 없습니다." 죽음 이후에는 아무런 부질없는 말일테죠. 죽음이 일상인 세계에서 우리는 언제까지 이 모든 죽음을 '남의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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