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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htengilsh@etomato.com

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코치가 다 한거래

2024-07-26 15:07

조회수 :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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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축구 감독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생각보다 성적이 잘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때 뒤 따라오는 말이 있습니다. "코치가 다 한거래."
 
그런 말이 나온 사례 중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슈틸리케 감독 때 신태용 수석코치 케이스입니다. 슈틸리케는 부임 초기인 2015년에 아시안컵을 준우승했습니다. 한국에서 준우승은 가볍게 볼 수 없는 성적입니다. 한 번이라도 메이저 대회 우승을 해본 나라 중 우승 못한 기간이 가장 긴 나라가 한국입니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슈틸리케호는 악화일로를 걸었습니다. 나중에는 월드컵을 못 나갈 지경이 되자 슈틸리케는 경질되고 맙니다. 슈틸리케호 수석코치였던 신태용은 지휘봉을 넘겨받고 나서 대표팀을 월드컵에 진출시켰습니다.
 
그리고 신태용 감독은 자신이 아시안컵에서 사실상 라인업을 거의 다 짜고 전체적인 훈련을 지도했다는 후일담을 늘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코치가 다했다는 추측이 저렇게 다 시원하게 진실로 밝혀지는 건 아닙니다.
 
전북 현대의 최초 그리고 다수의 리그 우승, 2번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일궈낸 최강희 감독은 대표팀 감독을 거친 이후로 세밀한 전술을 짤 줄 모른다는 일각의 혹평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대표팀에서의 경기력은 눈 뜨고 보기 힘들었던 건 맞았고, 일부 대표팀 선수들은 "감독이 전술 지시 안 해서 알아서 전술을 짰다"고 증언해 혹평에 더더욱 힘이 실렸습니다. 또 시간이 흐를수록 전북에서 키 큰 공격수 2명을 전방에 세워놓는 라인업을 시도할 때마다 더더욱 그런 소리를 들었습니다. 공격이 단순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온 이야기는 이흥실 수석코치가 세부 전술을 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흥실 코치가 감독으로 거둔 성적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합니다. 최강희 감독이 대표팀으로 불려 나갔을 때는 대행을 맡아서 리그 2위를 했습니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는 1:5 패배를 두 번이나 기록하고 탈락하면서 큰 충격을 주기도 했는데요. 전북을 나와서 이런저런 몇 개의 팀을 맡았더니 전북에서의 리그 2위가 고점이 돼버렸습니다. 다른 팀들에서는 하위권을 맴돌았습니다.
 
세부 전술을 다 짜다시피 했다는 게 낭설이든가, 세부 전술 짜는 것만으로는 감독의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보는 게 맞아 보입니다.
 
역시 전북 현대 감독이었던 모라이스 감독과 김상식 수석코치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모라이스 감독은 리그 우승은 2번 했지만 경기력에 대한 잡음이 나왔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는 2년 연속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습니다.
 
여기서도 김상식 수석코치가 전술을 짜줬다는 말이 돌았습니다.
 
하지만 김상식 코치가 전북 지휘봉을 잡고 나서는 점점 처참하게 일이 흘러갔습니다. 역시 전술을 짜줬다는 게 낭설이든가 전술을 짜준 게 감독을 대신할 만큼 큰 의미가 있는 게 아니든가 둘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홍명보 신임 대표팀 감독이 외국인 코치를 영입한다고 하는데 그걸 보면서 위와 같은 일들이 생각났습니다.
 
유럽 출장을 마친 홍명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5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아본다는 코치 자체도 클린스만처럼 이름값만 높고 실속은 없다는 추측이 있거니와, 좋은 코치라고 한들 감독 역량이 부족하더라도 좋은 성적을 낼 거라는 환상은 시간이 흐르면서 깨지게 됩니다. 걱정됩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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