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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표

위기의 리더 신동빈, 앞날도 '산 넘어 산' 예고

검찰, 롯데 오너가 정조준…상장·M&A 등 줄줄이 발목…'신동주 공세'도 부담거리

2016-06-13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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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검찰의 롯데그룹 오너일가에 대한 비자금 수사가 신동빈 회장을 정조준하며 롯데의 글로벌 기업 도약 꿈도 기로에 서게 됐다.
 
특히 롯데그룹의 전 사업 부문이 경영난에 봉착할 위기에 놓인 가운데 지난해 7월 가시화된 '형제의 난'까지 다시 안갯속에 빠지며 신 회장은 그야말로 '산 넘어 산'과 마주하게 됐다.
 
13일 검찰에 따르면 롯데그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는 12일 신격호 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자금관리를 맡고 있는 이모 씨 등 전무 2명과 실무자 1명을 불러 조사했다. 전날에는 이들의 주거지도 압수수색했다. 지난 10일 그룹 차원의 압수수색을 단행하면서는 신격호 총괄회장 부자의 개인금고도 확보했다.
 
지난 10일부터 진행된 검찰의 고강도 압수수색은 롯데 계열사 대표 구속 등으로 정점에 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이었던 롯데월드타워 완공은 물론 호텔롯데 상장, 서울시내면세점 재승인 등이 줄줄이 난항을 겪으며 신동빈 회장의 꿈 실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이런 위기감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13일 롯데케미칼(011170)은 "미국 석유회사 액시올 인수를 위한 제안서를 제출했으나 성사되지 않아 계획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이어 "액시올을 인수하기 위해 추가 제안을 통해 노력했지만 인수 경쟁이 과열된 데다 롯데가 직면한 어려운 국내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더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이번 인수를 발판 삼아 롯데케미칼을 글로벌 12위 화학사로 도약시키려고 했지만 비자금 수사가 발목을 잡으며 대형M&A를 놓치게 됐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올 상반기 내 상장 예정이었던 호텔롯데도 7월로 상장계획이 연기됐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호텔롯데는 오는 7월까지 상장작업을 마무리해야 하지만 절차 이행이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호텔롯데 상장은 일본 주주의 지분율을 낮추고 주주 구성을 다양화하는 등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 사안인만큼 주관사 및 감독기관과 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이 불거지며, 면세점 운영사인 호텔롯데의 상장 일정에 치명타를 입은 게 사실이다. 일각에선 검찰의 롯데그룹의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됨에 따라 상장 자체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호텔롯데의 상장계획이 차질을 빚으며 다른 계열사의 상장도 줄줄이 난항이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 이후 코리아세븐과 롯데리아, 롯데정보통신 등을 추가 상장할 계획이었다.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마무리될 듯 보였던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도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일대반격으로 다시 혼돈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신영자·신동빈 남매가 금품수수와 비자금 조성 혐의로 수사를 받는 상황을 틈타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공세가 거세진 것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여전히 일본 롯데홀딩스와 한국 롯데그룹 경영진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신동빈 회장이 유리한 위치지만 최근 터진 검찰의 수사확대가 신동빈 회장에 대한 지지가 동요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를 노린 신 전 부회장은 최근 '롯데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모임'이라는 일본 홍보사이트에 '한국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 보도에 대해'라는 긴급성명을 냈다.
 
광윤사 명의로 된 성명에서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압수수색의 목적은 한국 롯데의 사업과 관련해 거액의 비자금 만들기와 임원에 의한 횡령, 배임혐의로 돼 있다"며 "당사는 이를 롯데그룹의 사회적 신용과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심각한 사태로 인식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이달말로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게 롯데 안팎의 해석이다. 특히 신 전 부회장측은 이번 정기주총에서 다시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현 롯데홀딩스 임원진의 해임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총을 앞두고 검찰 수사를 받는 신동빈 회장측을 최대한 압박하고 흠집내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단순한 흠집내기가 아니라 검찰수사를 기반으로 공세를 펼치고 있어 신 회장에게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며 "그보다 압수수색 과정서 증거물 은폐 정황이 포착되는 등 검찰의 작심한듯한 수사가 예상돼 신 회장과 롯데에겐 험난한 앞날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호텔롯데 기업공개(IPO)설명회에 참석했던 신동빈 회장 모습. (사진/뉴스1)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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