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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현장에서)일본 관함식 취소를 바라보는 시선

2019-10-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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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정치부 기자
일본 해상자위대(해자대)가 14일 가나가와현 사가미만 해상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국제관함식이 취소됐다. 태풍 하기비스가 일본 열도에 상륙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피해 대응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다.
 
이를 바라보는 우리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관련 기사 댓글을 보면 "(해자대 함정이) 욱일기 달고 바다를 누비니 이순신 장군이 노하신 것"이라거나 "고소하다"는 류의 반응이 주를 이룬다. 지난해 10월 우리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노동 피해자 배상판결을 빌미로 7월부터 일본 정부가 이어온 핵심소재 수출규제·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조치 등을 감안하면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해자대 관함식 취소 소식에 우리 국민들이 보이는 반응을 보니 문득 지난해 제주 앞바다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 상황이 겹친다. 당시 욱일기 게양 문제로 해자대가 불참했고, 일본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이 탑승한 좌승함 일출봉함에 충무공 이순신을 연상케 하는 '조선수군 대장기'(수자기·帥子旗)를 게양한 점을 문제 삼았다. 그 여파로 일본 측은 이번에 우리 측에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다. 정치학에서 통용되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하는 '팃 포 탯'(tit for tat) 전략이 악순환으로 끝난 대표적인 예다.
 
발칙한 상상을 해본다. 욱일기 게양 문제를 수습하고 지난해 우리 해군 관함식에 일본 해자대가 왔더라면, 일출봉함 뒤를 따라 국민사열함으로 쓰인 독도함에 예를 갖추는 장면이 연출됐을 것이다. 이 장면이 우리 국민들의 뇌리에 깊이 박히고 양국의 감정싸움은 한동안 진정되지 않았을까. 올해 4월 중국이 개최한 국제관함식에 욱일기를 게양한 해자대 함정이 별다른 문제없이 참가했기에 아쉬움은 더해진다.
 
역대 정부에서 한일관계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였다. 2005년에 일본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하자 노무현 대통령은 "외교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초강경 발언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2012년 독도를 전격 방문해 한일관계를 경색시키는 단초를 제공했다. 다만 이때도 대화를 위한 '출구전략'은 있었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는 "노무현정부는 6자회담 체제에 일본을 계속 참가시켜 북핵문제 해결과 동북아 다자안보협의체 구축 논의를 지속했으며, 이명박정부도 양국간 안보협력 기조는 유지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문재인정부에서는 한일관계 개선 의지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오는 22일 일왕 즉위식에 이낙연 총리가 참석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청와대가 지난해 말 발간한 '국가안보전략서'에서 국가 전략목표를 "평화적 접근을 통한 비핵화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제시하고, 정책과제로 "주변 4국과의 협력외교"를 들었다면 이를 위한 기본적인 노력은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해자대 관함식 취소를 놓고 나오는 반응들을 보여 든 단상이다.
 
최한영 정치부 기자(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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