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강명연

공급 단지 종류만 15개…"산업구조 변화 고려해야"

기업 수요·국토개발 고려 컨트롤타워 필요…전문가들 "구역 정하는 방식 탈피"

2019-10-20 18:00

조회수 : 3,081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산업단지 과잉공급은 지자체와 중앙부처가 경쟁적으로 단지 조성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민주화 이후 과거 중앙집중 개발 방식에서 벗어났지만 지자체와 각 부처로 권한이 분산되면서 발생한 부작용이다. 
 
특히 인천 경제자유구역이나 대덕연구단지특구, 판교테크노밸리 등 일부 지역의 성공사례에 대한 질적 평가보다는 단지 늘리기에만 치중하는 상황이다. 제조업 중심에서 4차 산업혁명 등 산업구조 변화에 맞춰 기업유치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 전경. 사진/산업통상자원부
 
20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가 공급하는 각종 단지 종류는 15개에 이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960년대부터 지정된 국가산단 관리 외에 경제자유구역, 자유무역지역, 외국인투자지역, 국가혁신융복합단지 등 5개를 담당한다. 국토부 역시 국가산단 입지 외에 혁신도시, 기업도시, 물류단지, 새만금사업지역 등 5개를 관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구개발특구, 과학비즈니스벨트, 과학연구단지를, 중소벤처기업부는 지역특화발전특구를, 보건복지부는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지정·관리하고 있다.
 
이 외에 광역지자체는 100만㎡ 미만의 산단을 지정할 수 있다. 30만㎡ 미만의 경우 시장·군수 등 기초지자체가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이러다보니 전국에 지정된 단지는 1600여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중복 지정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국가혁신융복합단지는 기존의 산단이나 경자구역, 특구 등을 활용해 성장거점을 육성한다는 취지로 작년 말 산업부가 14곳의 광역지자체를 선정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광역자치단체가 해당된다.
 
국가혁신융복합단지로 지정된 세종시의 경우 단지조성이 완료된 세종미래일반산단과 현재 조성 중인 도시첨단산단 분양률은 각각 66%, 65%다. 인접한 대전에 과기부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부처 간 조정 없이 진행되다보니 조성된 산단의 절반이 넘게 빈 것이다.
 
제작/뉴스토마토
 
경남 창원시 진해구 마천공단 전경. 사진/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각종 산단이 과도하게 들어서자 조정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형식상 총리실과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있지만 작동하지 않고 있다. 기업수요를 고려하면 산업부가, 국토개발 관점에서 국토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부처 간 경쟁으로 각종 단지나 특구가 난립해 기업의 최적의 입지 선정 비용이 늘고 있다"며 "기업 수요를 사전에 파악해 계획적으로 입지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산업부 중심으로 제도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국가산단은 공급조절이 되지만 그 외 단지는 각 부처와 지자체로 권한이 분산되면서 산업입지 전체를 들여다볼 방법이 없어졌다"며 "부처별 특성에 맞는 계획을 세우되 수급전망과 개발현황 등을 고려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총리실은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개발을 맡는 국토부가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제조업 의존을 탈피하고 4차 산업혁명 등 신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산단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입주업종 제한 완화 등 일부 변화가 있지만, 특정 구역 내 기업에만 혜택을 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들이 혁신할 유인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과기부의 연구개발특구나 올해 지정된 강소연구개발특구 등 기업의 기술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구역을 정해 혜택을 주는 것이 올바른 접근인지 의문"이라며 "과거와 달리 업종 간 융합과 이업종과의 관계 등이 중요해진 만큼 다양한 산업과 문화적인 특성이 살아날 수 있는 방식의 지원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배 산업연구원 국가균형발전연구센터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대규모 제조산단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추가 산단지정을 위해 경쟁하기보다 기존 산단의 경쟁력 확대와 도심지 내 집적형태의 입지 등 향후 입지수요 변화에 맞는 다양한 공급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인천 투모로우시티는 새로운 기업입지 방식으로 꼽힌다. 인천시는 2009년 준공 이후 10여년 간 방치돼온 유휴건물인 투모로우시티를 활용해 창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제안으로 지난 7월 중소벤처기업부의 스타트업파크 조성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향후 바이오클러스터 등 주변 단지와 연계한 특화 창업 지원, 자율주행 테스트베드 등을 제공할 방침이다.
 
 
세종=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 강명연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