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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훈

(K팝 프론트맨) 박성일 음악감독 “K OST, 한류 열풍과 함께 뻗어나갈 것”

‘이태원 클라쓰’ ‘미생’ ‘시그널’ 등 명품 OST 탄생의 주인공

2020-03-2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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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지훈 기자] 박성일 음악감독은 2014tvN ‘미생을 시작으로 시그널’, ‘나의 아저씨’ ‘아스달 연대기’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OCN ‘구해줘, ‘구해줘2’, JTBC ‘이태원 클라쓰등 수많은 인기 드라마의 명품 OST를 탄생시킨 주인공이다. 최근작 이태원 클라쓰는 음원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가호의 시작을 비롯해 김필 그때 그 아인’, 윤미래 ‘Say’, 하현우 돌덩이OST 다수를 차트 100위권에 랭크 시키며 뜨거운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호기심스튜디오를 만든 박성일 음악감독은 기존 OST 제작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체계를 갖추는 데 힘썼고, ‘이태원 클라쓰로 이 값진 성과를 거뒀다. 호기심스튜디오는 음악감독은 물론, 엔지니어, 작사가, 홍보, 행정 담당자까지 드라마의 모든 것을 공유한다. 엔지니어는 녹음 전 가창자의 음색을 삽입될 장면에 최적화 시키고, 작사가는 작품 주인공의 마음 속에 들어가 노랫말을 만들어내며, 홍보 담당자는 풍성한 소개글을 작성해 리스너들의 감상 이해도를 높인다. 이 촘촘한 체계는드라마가 성공하면 남녀 주인공의 러브라인을 그린 OST’ 역시 성공한다는 기존 성공 공식을 깼다. 차트에 랭크된 다섯 곡 가운데 ‘Say’만이 조이서(김다미 분)과 박새로이(박서준 분)의 러브라인을 노래한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한국 드라마가 한류 열풍을 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되자 OST 시장 역시 이와 함께 변모, K OST라는 새로운 옷을 갈아입고 있다. 박성일 음악감독은 이태원 클라쓰’ OST K OST의 미래를 내다봤다. 음원들은 해외에서 드라마가 정식 방영 전임에도 음원차트 상위권에 랭크 됐고, 해외 드라마와의 OST 작업 역시 물꼬를 텄다. 박성일 음악감독은 K OST가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한 해답을 영상 음악본질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드라마에 단 한 순간 삽입돼도 그 순간이 빛나면 시청자와 리스너 모두가 움직인다는 그의 철학은 앞으로도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담길 전망이다.
 
 
박성일 음악감독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는 호기심스튜디오에 대해 소개해달라
방송에 적합한 음악을 기획, 제작하는 과정을 체계화한 스튜디오에요. 뮤지션이 주체가 아닌 방송 음악이 주체가 되는 그런 곳이요. 여기 모든 식구들은 들어갈 작품의 시놉시스를 비롯해 모든 데이터를 공유해요. 녹음실 버튼을 누르는 엔지니어조차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요. 본격적인 체계를 갖춘 지는 3년이 좀 넘었어요.”
 
이 체계화된 제작 방식이 OST를 작업하는 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나
“모든 부분에 있어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면 한계가 생기기 마련이에요. 드라마 현장에 있는 분들은 현장을 보고, 우리는 작품 자체를 중점으로 보니 시각의 차이는 분명히 있어요.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니 설득이 불가피한데 우리는 이해도가 있어서 이 설득 과정이 조금 더 수월해졌어요.
 
이태원 클라쓰가 이태원을 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힙합 음악이 많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 틀을 깼다. 록 장르 노래가 많은데 이유가 있었나.
제가 판단에 한국 영상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은 포크에요. 힙합은 힙한 분위기로서 티저 음악으로 사용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OST 전체를 힙합으로 가면 드라마 캐릭터가 가진 성격과 부딪히는 부분이 생길 거라고 봤어요. 한국 음악 시장은 흑인음악, 힙합, 알앤비가 잘되잖아요. 이제는 메이저라고 할 수 있는 데 생각해보면 영상에서 그렇게 많이 들어보진 못하셨을 거에요. 아시아 배우들이 나왔을 때 이상하게 안 묻는 게 블랙 뮤직이에요. 그래서 일부러 피해간 것도 있어요. 그래서 외국에는 마론파이브가 있고 락이지만 팝에 가까운 캐릭터가 많은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가수가 별로 없어서 기반을 거기에 뒀어요.”
 
가호 시작이 음원차트 1위를 기록했다. 예상했던 결과인가.
아뇨. 절대요(웃음). ‘시작은 주인공을 따라가는 노래에요. 노래 자체가 박새로이가 됐어요. 노림수는 없었어요. 만약에 OST가운데 차트 상위권에 올라가는 노래가 있어도 시작이 아니라 멜로 장면에 붙는 발라드가 될거라고 예상했거든요. ‘시작은 정말 작품을 위해 만들어진 거지 차트를 겨냥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 신기한 체험이에요.”
 
OST 작업 방식은 보통 어떻게 진행되나.
처음에는 시놉시스를 받아요. 감독님, 작가님이 음악감독 컨택 전에 작품을 팔로우 하시잖아요. 그러니까 그분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게 첫 번째에요. 그리고 나면 그 분들이 비틀즈부터 최신 아이돌 노래까지 음악적인 그 계산이 없이 담겼으면 하는 분위기의 노래를 모두 다 말씀해주세요. 처음 영상 음악을 할 때는 거기에 끌려 다녔어요. ‘비틀즈? 밴드인데 그냥 밴드 사운드를 담고 싶다고 하시는 건가?’ 하면서요. 지금은 그 안에 담길 중요한 정서를 파악할 줄 알게 됐어요. 거기에 조금 더 구체화된 음악을 선별하고 제작진 분들과 함께 조율해요.”
 
OST 이전에는 대중가요 작곡가로 활동했다. OST 작업 방식과 차이점이 있는 가.
“‘이태원 클라쓰는 피지컬 앨범이 네 장으로 나와요. 출시 안 하는 트랙까지 치면 100개가 넘어요. 드라마는 작업 속도가 빠르니까 미리 예측하고 준비해둬도 급박해질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예상치 못한 그림이 나오더라도 당장 뚝딱 만들어야 해요. 이런 작업의 속도감이 가장 다른 거 같아요. 그리고 일반 가수들 노래는 전조에요. 우리는 그런걸 못해요. 1절 뒤에 엔딩이 붙어야 하니까요(웃음). 그런 부분까지 다 생각해서 작업을 해야 해요. 그리고 후렴이 나오기 직전에 브레이크가 있어요. 잔잔하게 나가다가 주인공이 짠 등장하면 후렴이 나와야 해서 그래요. 그런 형식이 드라마 제작 환경에 맞춰지게 됐어요.”
 
박성일 음악감독
 
 
 
OST 시장에 오래 있었으니 변화도 몸소 체험했을 것 같다.
이게 불과 5~10년사이에 엄청나게 신이 바뀌고 있어요. 가수를 생각하고 작업하면 대중가요가 되고, 영상을 먼저 생각하면 OST가 돼요. 예전에는 기존에 만들어진 노래를 드라마에 싣는 형식이었어요. 가요와 별 차이 없는 노래들이요. 작품만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닌 노래들이 많았고요. 그때만해도 감독님들 역시 ‘OST는 원래 이런 거다하셨을 거에요. 이제는 연출감독님들이 본인 작품에 잘 어울리는 음악을 찾아요. 정말 몇 년 사이에 변한 거에요. 다른 작곡가분들이 저보다 좋은 멜로디를 만들 수 있을지언정, 작품 정서에 초점을 맞춰 저보다 좋은 노래를 만들기는 어려워요. 저는 정보를 다 가지고 작업하니까요.”
 
작사는 직접 하지 않는다. 작가들이 따로 있나.
만약에 대중가요면 제가 작사 욕심이 날 거 같아요. 하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요. 없는 소질에 작사를 하느니 다음 곡 진도를 나가는 게 맞아요(웃음). 손발을 맞춰본 작가님들이 몇 분 있는데 정말 역할들을 잘 해줘요. 깊이 있는 노랫말은 연차가 좀 있으신 분, 트렌디한 가사는 정말 이태원에 놀러 갈 것 같은 어린 작가분들. 그런데 신기하게 가사가 진짜 그렇게 나와요. 가사에 있어서는 드라마 작가님들, 연출감독님이 정말 민감해요. 음악은 이미 다 가이드를 해서 들려드리니까 본인 정서로 기억하지만, 가사는 가수들이 컨택되기 전에 미리 그분들에게 컨펌을 받으려고 해요.”
 
음악감독으로서 경력이 쌓이고 있다.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겼을 것도 같은데
경험이 쌓이면서 영상이 빛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시그널작업 할 때는 장범준이라는 캐릭터가 OST를 처음 했어요. 한창 인기가 많으셨을 때인데 우리는 그 분의 음악을 작품에 한번밖에 안 썼어요. 그런데도 그 노래가 엄청난 인기를 얻었어요. 작품에 많이 쓰고 안 쓰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한번을 써도 어떻게 쓰이는지가 곡과 작품, 가수 모두에게 도움 돼요.
 
지금까지 OST를 작업하며 기억에 남는 뮤지션이 있는가
자기 앨범보다 더 애착을 가지고 작업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정말 감사해요. 환경상 짧은 시간에 만들어진 노래인데 그 노래에 영혼을 담는 가수들. 소향, 양파, 김필 이런 분들은 정말 영혼을 갈아서 넣어요. 특히 김필 씨는 저와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해주셔서 정말 감동 받았어요. 녹음 할 때 그 분은 이미 계산이 다 돼있었어요. 멜로디를 외워서 부르는 게 아니라, 본인만의 해석과 계산이 충분히 숙지된 상태에서 왔어요. 저보다 더 해석이 잘 돼 있어서 요구할게 없었어요. 들으면 알아요. 이 가수가 노래 몇 번 들었구나 하는 걸요.”
 
지금까지의 활동을 쭉 보면 그다지 다작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연기자들이 그렇잖아요. 센 캐릭터를 만나면 그 캐릭터에서 빠져나가기 힘들어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지금은 기존 작품에서 빠져 나와서 다른 작품으로 전환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요. 작품마다 감정이 다르니 거기에 맞는 노래들을 들으며 조금씩 빠져드는데 막상 빠져들고 나면 작업하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아요.”
 
지금까지 작업한 OST의 수가 얼마나 되나.
“OST만은 몇 곡인지 모르겠는데 저작권 협회에는 550곡정도 될 거에요. 작품이 많다고 해서 금액이 올라가는 건 아니에요. 제 저작권료에 기여하는 건 20곡이 안될 거에요. 노래가 인기를 얻어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기 마련이니까요. 이렇게 이태원 클라쓰처럼 멀티히트가 되면 마음이 정말 따뜻해요(웃음). 그렇다고 죽을 때까지 일을 안 해도 되는 건 아니니까. 저는 앞으로도 계속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낼 거에요.”
 
 
박성일 음악감독
 
 
K OST 시장이 조금씩 활성화되고 있다. 최근들어 달라진 점을 느끼고 있나.
한국 시장이 무르익었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중국에서 저작권료를 받기 시작했어요. 과거의 중국은 당연하게 OST 음원들을 무료로 썼어요. 그 가운데 아주 미미하게 저작권이 들어왔어요. 그런데 최근에 중국 무료 스트리밍이 없어졌대요. 우리나라처럼 무료로는 1분밖에 못 듣는대요. 분명 OST 시장은 달라지고 있어요.”
 
OST의 해외 진출이 점점 더 많아질 거라고 보는 가.
이미 원활하게 진출하고 있어요. 과거에는 저작권료 해외지분의 90프로가 일본이었어요. 그게 지금 해외시장이 막히고 정치적으로 문제가 생기면서 천천히 중국으로 옮겨가는 중이에요. 중국이 정말 큰 규모로 올랐어요. 중국 오리지널 작품 OST 의뢰가 오기도 하고요. 우리가 체감하는 게 그간 일본 시청자들이 이 노래를 듣겠구나하는 게, 이제는 중국으로 바뀌었어요. 첫 번째가 일본에서 중국으로 바뀐 거죠.”
 
한국 OST 작업 환경의 특징 같은 게 있는 가
정말 지금 전세계에서 드라마를 이렇게 빨리 제작하는 나라가 우리뿐이에요(웃음). 매 드라마마다 오리지널 송을 많이 만드는 것도 우리나라뿐이고요. 외국은 있는 노래를 선곡해서 써요. 매회 유명한 사람을 섭외해서 짧은 기간 안에 작업하고, 발매하고, 사업적으로 맞춰놓은 나라는 우리나라뿐이에요. 이제는 이 시스템이 정착됐고요. OST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우리는 이제는 독보적이라고 자신해요.”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는 음악 드라마다. 음악 감독으로서 뜻 깊은 작품일 것 같다.
그 작품은 정말 힘들었고 그만큼 의미가 깊었어요. 일반적인 OST 작업은 현장 스태프를 볼 일이 없어요. 그런데 그 작품은 현장에 모든 스태프와 하이파이브를 할 정도로 친해졌어요. 현장에서 배우들을 지도하는 것까지 모든 순간을 함께했어요. 정경호 배우는 이 작업실에서 근 1년을 살았어요. 긴 시간이었고, 음악의 양으로 따져도 일반적인 작품보다 훨씬 많았어요. 후시 작업도 마찬가지고요. 그만큼 애정이 정말 많이 들어갔어요. 드라마에 오디션 장면이 있는데 특별출연 부탁을 받아서 주인공 옆에서 무게 잡고 앉아있기도 하고(웃음). 미디어의 힘이 쎄더라고요. 전화 엄청 받았어요.”
 
음악감독이라는 직업에 있어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
주류음악에 편승하려 하지 않아도 되고, 매번 음악적인 아이덴티티를 바꿀 수 있어요. 예전에는 가장 부러운 게 자기 음악을 하는 사람이었어요. 뮤지션이 자기 음악을 하려면 기존 색을 유지해야 해요. 한때는 그런 사람들이 부러웠는데, 지금으로서는 이런 거 했다가 저런 거 했다가 할 수 있는 것도 엄청난 복인 거에요. 힙합이 필요한 작품을 만나면 힙합 음악을 할 수 있어요. 그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
 
타율이 정말 좋은 음악감독 중에 하나다.
작품 수에 비해서 좋은 작품들을 많이 만났죠. 운이 좋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어요. 스튜디오 드래곤 김원석 감독님이랑 많이 했어요. 함께 했던 미생이 음악감독으로서는 처음이었는데 그 결과가 좋았어요. 앞으로 얼마나 더 좋은 감독님들과 만나 작업할지 모르겠지만, 제 생명력은 좋은 파트너가 날 찾아주고, 제가 잘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는지가 제일 중요할 것 같아요. 많은 작품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여러 감독님을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에 시작하는 위치에요. 김준석 선배님의 경우에는 음악감독으로 엄청 오래 활동했어요. 저는 이제부터 제 영역을 개척해나가야 해요. 작곡을 하던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분들보다 비교적 노래를 조금 더 용이하게 쓴다는 것 정도가 제 강점이에요. 기존 음악감독님들과는 접근 방식이 다르니까요. 지금도 음악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는 꾸준히 연락이 와요. 감사하게도 제 장점이 잘 작용하고 있어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좋은 드라마 음악을 만들어야겠죠. 음악 드라마에 대한 시도가 계속되는 걸 보면, 분명 뭔가 큰 한방이 있을 거에요. 우리나라가 참 음악을 소재로 한 작품이 인기가 많아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다 외국 작품이에요. K 드라마가 장르적으로 완성된 것처럼 이제 곧 한국 음악을 소재로 한 멋진 영화나 드라마가 나올 때가 됐어요. 어떤 형태로 누구 손에서 나올지는 모르겠어요. ‘라라랜드를 보면서 충격적이었던 것 중에 하나가 음악을 소재로 하는 데도 자연스럽다는 것이었어요. 우리도 자연스럽게 변할 때가 된 것 같아요. 그리고 그건 아마 저밖에 못할 거에요(웃음). 저는 특화된 사람이고, 회사도 특화되어 있어요.”
 
유지훈 기자 free_fro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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