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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빈

조선업계, 대형-중소형사 '차별화' 심화

2010-08-1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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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성빈 기자] 최근 조선업체들의 업종 트렌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차별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 전반의 극심한 선박 수주 가뭄 속에 대형조선업체들은 그나마 확보된 유동성과 금융권의 지원을 업고 수주에 성공한 반면, 경쟁력이 달리는 중·소형 조선사들은 수주를 한 척도 받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했다.
 
결국 중소형사들의 수주부진·영업부진은 구조조정 확대로 이어져 우량 대형업체와 중소형업체와의 차별화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 상반기 대형사 수주 '독식'
 
국내 조선업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대미문의 불황기를 맞으면서 2008년 10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약 1년 반동안 수주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현대중공업(009540)은 지난 2008년 10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유조선·LNG선 같은 상선 수주를 한 척도 받지 못한 채 경비함 등 특수선을 10척 가량 수주하는 데 그쳤다.
 
다른 조선사도 마찬가지였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지난해 1월 잠수함 창정비 1척 수주를 받은 뒤 2~ 5월까지 수주가 한척도 없다가 6월에 페리선 2척, 바지선 1척을 수주했다. 이후 7~10월까지 또 수주가 전무했다가 11월초 겨우 선박 1척 수주에 만족해야 했다.
 
삼성중공업(010140)은 지난해에는 LNG FPSO 1척(7억달러), 유조선 9척(7억달러) 등 14억달러 수주에 그쳐 규모가 2008년 153억달러의 10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STX조선해양(067250)은 지난해 준설선·매립선 등 특수선박과 철강석 운반선을 비롯해 소형 상선들 위주로 15억달러, 21척 수주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들어 글로벌 경제가 조금씩 회복되면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상장사 조선업체들은 수주 회복의 싹을 틔웠다.
 
올 1월에서 6월말까지 현대중공업은 51척 70억달러를 수주했다. 벌크선 36척, 유조선 7척, LPG선 2척, 자동차운반선 2척, 해양플랜트 4건 등이다.
 
대우조선은 올해 상반기에만 상선 27척, 해양플랜트 3기를 수주하면서 29억6000만달러의 수주액을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집중적인 수주가 쏟아지면서 한달간 수주액이 40억달러을 넘어섰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8월 현재까지 유조선 32척, LNG FPSO 1척, LNG선 2척, 컨테이너선 10척 등 총 51억달러 수주를 기록 중이다.
 
STX조선해양은 올 6월말 현재 42척의 선박을 수주 중이며 수주액은 총 28억3000만달러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전체 수주 31척, 25억달러를 이미 상반기 중에 넘긴 셈이다.
 
◇ 중·소형사 '설상가상'..수주 고갈·금융권 지원도 끊겨
 
이렇게 수주 회복의 싹을 틔운 대형사들과는 달리 중소형사들의 상황은 열악하기 그지 없다.
 
상대적으로 대형조선사들은 풍부한 수주잔량과 대규모 회사채 발행 등으로 중형선박 등 저가 선박 수주에 나선 것과는 반대로 중소형 조선사들은 수주잔량과 건조자금 부족 등으로 치명적인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그나마 성동조선, 대선조선(031990), SPP조선 등 6개 업체들만이 수주에 성공했을 뿐 대다수의 중소형사들의 경우 3분의 2 이상이 자본잠식 상태며, 사실상 퇴출 가능성이 높은 기업도 절반 수준에 이른 지경이다.
 
은행들의 선별적인 금융지원도 조선업계의 차별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채권단이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형사에 대한 RG(선수금회수보증)를 원활하게 해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소형사들은) 수주 받은 선박에 대한 건조는 이상이 없지만 신규수주가 원할하게 돌아가지 않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소형 조선사들이 중소형 선사들로부터 낮은 가격에 수주를 당긴 뒤 선수금을 많이 받아 재무구조 개선에 투입하고 있다"며 "중소형사들이 그만큼 상황이 급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대형-중소형 조선사를 비롯해 중소형 조선사 끼리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하반기로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형 조선사의 구조조정 속도 역시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성기종 대우증권 연구원 "중소형 조선사들은 선주들과의 수주협상이 끝났음에도 은행들의 RG발급이 없어 최종 결제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도 은행들의 조선사 차별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이성빈 기자 brick7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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