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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강성 팬덤 문화 놓고 민주당 '설왕설래'

개딸 따른 계파 갈등 확산 양상 진정 국면 맞아

2022-06-1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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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들머리에 이재명 의원 지지자들이 보내온 화환들이 놓여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강성 팬덤 문화로 인한 민주당의 계파 갈등 확산 양상이 진정 국면을 맞은 분위기다. 하지만 강성 팬덤 문화를 그대로 둬선 안 된다는 의견과 지지를 표하는 의견이 맞붙는 등 당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9일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에 '치매냐'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던 이재명 의원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의 사과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 "지역사무실 입구에 모욕적인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던 분께서 어제 꽃다발을 들고 사과하러 오셨다"며 "사과를 받아들이며 다시는 그 같은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친문 핵심이자 차기 전대 출마를 준비 중인 홍 의원은 지방선거 참배 후 '이재명 책임론'을 집중 거론하고, 이 의원의 전대 출마 자체를 반대하면서 개딸의 표적이 됐다. 홍 의원은 개딸들로부터 욕설 등 인신공격으로 채워진 문자 메시지를 1000통 이상을 받고, 지역구 사무실에 3m 길이의 비난성 대자보가 붙었다고 호소해왔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 붙은 홍 의원을 비난하는 대자보. 대자보는 3m 길이의 대자보에 "치매가 아닌지 걱정된다"는 내용과 함께 치매센터 번호가 쓰여있는 등 홍 의원을 조롱하는 글이 적혀있다. (홍영표 의원실 제공, 뉴시스 사진)
 
이에 이재명 의원은 같은날 페이스북을 통해 개딸들에게 문자폭탄 등 강성 행동에 대한 자제를 촉구했다. 그는 "'이재명 지지자'의 이름으로 모욕적 언사, 문자폭탄 같은 억압적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비호감 지지활동이 저는 물론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은커녕 해가 됨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애초 이 의원은 지난달 14일 지지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딸 현상을 가리켜 "저는 세계사적 의미가 있는 새로운 정치 행태라고 생각한다"며 "정말 우리가 큰 대세를 만들고 있다.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이라고 칭찬한 바 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만에 입장이 바뀐 것은 개딸들의 행동이 지방선거 참패 후 일고 있는 친문 대 친명 간 계파 갈등을 더 부채질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개딸들에게 공격당한 홍 의원이 강성 지지자 뒤에 배후 세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등 친문 대 친명 계파 싸움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는 9일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한 발언이 강성 지지자들에게 전달이 되고 이후 문자 폭탄을 받는다. 갈수록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조짐을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이 의원의 권고 후 개딸이 바로 사과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개딸이 직접 홍 의원에게 사과했는데 계파 갈등 상황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이 의원이 적절할 때 잘 나섰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로 첫 등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강성 팬덤 문화 놓고 여전히 시각 차가 존재한다. 박용진 의원은 10일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강성 팬덤 정치가 문제라는 건 모두 안다. 그걸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문제"이라고 지적했다. 야권 원로인 유인태 전 의원은 9일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선거에서 세 번 연거푸 진 것도 저런 강성 팬덤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며 "강성 팬덤이 있는 게 자산일 수는 있지만 거기에 끌려다녀서는 망하는 길"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친명 안민석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 "최근 당의 일각에서 패배의 원인으로 팬덤과 문자에 대해 성토한다. 세상 어디에도 당원 탓 국민 탓을 하는 정당과 정치지도자는 없다"며 "문자가 무섭다면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10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팬덤 정치 자체를 비판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정치인의 태도다. 겁내고 졸아서 할 말, 할 걸 못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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