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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해진 오미크론…코로나 치료제 개발사들 고민 쌓인다

지난달 기준 국내 치명률 0.13%…계절독감 수준

2022-06-1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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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이 낮게 유지되면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에서도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사진은 화이자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사진=팍스로비드)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약해진 독성으로 치료제를 개발 중이거나 임상시험을 준비 중인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존 방식의 임상으로는 치료 효과를 부각하기 어렵다는 계산 때문이다.
 
10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오미크론 변이의 국내 치명률은 0.13%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가운데 0.13%만 사망한 셈이다.
 
당국은 알파나 델타 등 앞서 유행했던 변이에 비해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낮아져 현재는 계절독감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앞서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달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오미크론) 치명률 0.13%는 2~3달 이상 유지되고 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2~3번째로 (낮은) 치명률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계절독감의 치명률은 0.05~0.1% 정도인데 0.13%의 (오미크론) 치명률은 계절독감 치명률 범위 내에서 가장 높은 치명률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높은 독성을 가진 새 변이 출현 우려는 있지만, 오미크론의 낮은 치명률은 코로나19 풍토병화를 앞당기는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된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 "낮은 치명률을 유지하고 유행을 관리할 수 있다면 최종적으로 오미크론도 다른 감염병과 같은 관리 체계로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이거나 임상을 계획 중인 제약바이오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오미크론 유행으로 치명률이 낮아져 기존 방식의 임상으로는 후보물질의 치료 효과를 드러내기 쉽지 않아서다.
 
임상에선 1차 평가지표와 2차 평가지표를 설정해 허가당국의 승인을 받은 뒤 참여자를 모집한다. 환자모집이 종료되면 임상 과정에서 쌓인 데이터를 분석해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는지 살펴본다. 1차 평가지표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면 다음 단계의 임상을 추진하거나 허가, 긴급사용승인 등을 신청한다.
 
지금까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별 디자인을 보면 일반적으로 중증 악화나 입원 또는 사망을 막는 효과가 1차 평가지표로 설정됐다. 화이자가 개발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임상에서도 경증~중등증 고위험 비입원환자 2246명에게 투여한 뒤 입원 및 사망환자가 얼마나 감소했는지를 확인했다.
 
업계에선 오미크론 유행으로 상황이 달라져 임상 방식 전환도 선택지로 두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입원환자나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을 당시 치료제 임상의 관건은 중증 악화를 얼마나 막고 입원이나 사망을 얼마나 방지하는지였다"며 "지금은 백신 접종자가 대부분이고 오미크론에 걸리더라도 고위험군이 아니면 대대적인 치료가 없어도 되는 상황이라 치료제 임상을 원래 계획대로 마치기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모든 임상의 성패는 1차 평가지표를 달성하느냐에 달렸는데, 국면이 급격하게 달라졌다"며 "코로나19 치명률이 낮아진 점은 다행이지만 개발사 입장에선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생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오미크론의 낮은 치명률 때문에 임상 과정에서 변화를 주려는 곳들도 나타나는 모양새다. 유효성을 평가하는 지표 중 개선 정도를 환자 스스로 입력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준비 중인 제약사 관계자는 "임상에서 치료제를 투여한 뒤 환자가 느끼는 개선 정도를 점수로 매겨 지표화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며 "환자모집 자체가 쉽지 않은데 오미크론 유행으로 치명률까지 낮아져 익숙한 방식의 임상으로는 효과를 강조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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