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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

장애인의 자립

2023-04-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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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동진 기자] 지난 19일 인터뷰를 위해 시각장애인 유현서 씨를 만났을 때 저는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주변에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친구들은 몇 명 있지만, 시각장애인을 만나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인터뷰를 하기 위해 옆 건물로 이동하는 잠깐 동안에도 그의 보행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수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렇게 손을 쥐었다 폈다 불안해하며 그의 뒤를 따르던 중 쿵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현서 씨가 결국 출입구 유리문에 머리를 찧은 겁니다. 그는 “원래 문이 이쪽으로 열려있지 않은데 누가 돌려놓은 걸까요”하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지만 저는 도움을 망설인 그 짧은 몇 초간이 미안해 연신 괜찮으시냐는 말을 건넸습니다. 
 
현서씨는 오히려 기자님 잘못이 아니라며 저를 위로하고 나섰습니다. 종종 있는 일이고 그러면서 좀 더 조심하게 된다는 겁니다. 그는 인터뷰 중에도 “장애인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려는 사람들의 마음은 정말 감사하지만, 장애인들이 직접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면 그건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일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장애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극복하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그는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많은 장애인들이 사회적 능력을 갖춰 비장애인들과 회사에서 함께 어울려 일할 수 있게 된다면 장애에 대한 차별은 자연스럽게 사라지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그런 고민 속에 현서 씨가 찾은 답은 교육입니다. 그는 시각장애인 복지관에서 220여 개의 온라인 콘텐츠를 개발해 시각장애인들 교육을 돕고 있습니다. 그는 도움을 받은 시각장애인이 “공부하고 싶었던 것을 제때 할 수 있게 도와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할 때 가장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장애인의 대학 진학률은 여전히 20% 수준으로 전체 고등학교 졸업생의 진학률인 73.7%를 크게 밑돌고 있고, 시각장애인의 취업률은 2.6%에 그치는 상황입니다. 장애인 교육지원제도의 정비가 하루빨리 이루어져 현서 씨의 바람대로 장애인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길 응원해봅니다. 
 
'장애인평생교육법 교육위원회 심의 촉구' 긴급농성 결과보고 기자회견 (사진 = 뉴시스)
 
정동진 기자 com2d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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