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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서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이 기록될 모습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속 박무진이 시찰단에 있다면

2023-05-2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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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제16회.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2019년 작품인 <tvN>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주인공 박무진(지진희)이 등장하는 장면은 아직도 인상 깊습니다. 드라마 속, 박무진은 한국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벌일 때 등장합니다. 미국은 한미 동맹을 수차례 언급하며, 한국 자동차에 대한 규제 완화를 요구합니다. 미국도 환경 영향 평가 보고서를 함께 첨부합니다. 자동차 규제 완화로 수입될 미국산 자동차는 5만대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한 겁니다. 
 
이 협상장에 앉아 있던 박무진은 노트에 열심히 필기하면서 계산하기 바쁩니다. 그러더니 미국 측에 이런 말을 합니다. “자동차 규제가 완화되면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적용됩니다. 때문에 미국이 주장한 5만대가 아니라 실제 125만대로, 인구 밀집 지역인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에 악영향을 미칩니다”라고요. 통쾌했습니다. 강대국 미국 앞에서도 국민 건강을 먼저 생각해 소신 발언을 하는 국무위원, 멋있었습니다. 
 
‘지금 한국 정부에 박무진이 있을까’ 문득 이런 질문이 스칩니다. 요즘, 국민 건강권에 적신호가 들어와서인 것 같습니다. 일본이 올해 여름 후쿠시마 앞바다에 오염수를 방류할 계획입니다. 일본에서는 오염수를 방류하더라도 4~5년이 걸려 한국 해역에 도달하기 때문에 충분히 희석돼 괜찮다고 주장합니다. 게다가 일본은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를 통해 정화한 뒤 방류하기 때문에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일본이 이토록 ‘안전성’을 주장하는 이유는 삼중수소 등과 같은 위험물질 때문입니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수석 원자력 전문위원은 지난 8일 “일본의 과학자, 정치인은 삼중수소가 매우 약한 방사성 물질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삼중수소를 섭취할 경우 다른 방사성 물질보다 더 강한 방사능을 방출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삼중수소의 인체 투입과 암 발병 간의 영향조차 연구하지 않고 안전성을 강조했다는 점을 강조, 한국이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이를 제소해 방류를 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삼중수소는 알프스로 걸러지지 않는 특성을 가져 더욱 불안감을 높이고 있죠. 
 
정부도 이런 국민적 불안을 의식한 듯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을 꾸려 검증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시찰단에 대한 의구심은 날로 강해집니다. 일본이 ‘한국의 시찰단은 검증하지 않는다’라고 반발하고 나서자 시찰단은 ‘확인’ 등과 같은 애매한 단어를 썼습니다. 게다가 오염수를 점검한다면서도 이번에 시찰단에 투입된 전문가 명단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고, 언론의 동행취재마저 막았습니다. 결국 국민들은 깜깜이 시찰 속 정부 발표만 기다리다 믿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겁니다.
 
시찰단도 이유는 있습니다.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이고 객관적이며 과학적으로 검증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시찰단의 해명과 달리 정부여당은 이미 후쿠시마 오염수를 ‘처리수’ 또는 ‘오염처리수’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하면서 일본과 보조를 맞추고 있습니다. 게다가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에서 초청한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1ℓ의) 10배도 마실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죠. 정부여당이 이미 이런 스탠스를 취하는데, 시찰단이 독립적이고, 객관적이며, 과학적으로 검증이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다시 박무진을 떠올려 봅니다. 한일 협력을 강조하는 일본에 바른말을 할 수 있는 시찰단 전문가가 단 한 명이라도 있길, 기도해 봅니다. 그 모습을 저는 기록하고 싶습니다. 안타깝게도,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이 기록될 모습은 ‘일본의 들러리’에 그칠 공산이 클 것 같아 걱정이네요.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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