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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원

이름만 남긴 혁신위

2023-08-1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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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지난 10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활동 51일 만에 해체를 선언했습니다. 혁신위는 지난 6월 20일 공식 출범했는데요. 애당초 다음 달 정기국회 전까지를 활동 기간으로 잡았던 점을 고려하면, 예상보다 일찍 막을 내린 셈입니다.
 
김은경 위원장이 “가죽을 벗기고 뼈를 깎겠다”라고 호언장담하며 시작한 혁신위가 조기 종료된 배경에는 김 위원장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지난달 청년 좌담회에서 “왜 나이 든 사람이 미래를 결정하느냐, 여명에 비례해 투표해야 한다”는 아들의 말을 “맞는 말”이라고 소개해 노인 폄하 논란을 불렀습니다. 이 밖에도 ‘코로나 세대 학력 저하’ 발언이 구설에 올랐죠.
 
혁신위는 세 차례 혁신안을 냈습니다. 혁신위를 종료하겠다는 발표와 함께 나온 마지막 혁신안은 당대표 선출 시 대의원 투표를 폐지하고 권리당원 투표율 비중을 높이는 방안이었습니다. 이는 비명(비이재명)계의 강한 반발을 사며 당내 갈등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했죠. 친명(친이재명)계 기득권을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나오며 당은 양분되는 분위기입니다. 이에 혁신안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지도부 고심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1호, 2호 혁신안도 당에 큰 파장을 주지는 못한 채 사그라든 모습입니다. ‘불체포특권 포기’ 제안은 당에서 ‘정당한 영장 청구’에 한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조건부 결의’에 그쳤습니다. 이후 1호 혁신안의 후속 조치로 나온 2호 혁신안인 ‘체포동의안 표결 기명 표결 변경’은 비명계 반발을 샀습니다. 이 대표 구속영장 재청구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른바 ‘수박 색출’에 동원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최종 혁신안을 발표하며 “여러 위원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치열히 논의·논쟁해 만든 피땀의 결과”라며 “그 결과가 저의 여러 가지 일로 조금 가려질까 가장 두렵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휩싸인 논란에 혁신안의 가치가 저평가되지를 않길 바란다는 당부로 풀이됩니다. 
 
“명치를 향했던 칼끝이 정말 아팠다. 그래도 여기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죽기 살기로 왔다. 잘 받아서 민주당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 김 위원장은 혁신위를 뒤로하는 소회를 이렇게 밝혔습니다. 당의 내홍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당장 혁신위 활동이 깊이 있는 평가를 받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를지도 모릅니다. 다만 혁신위 활동이 온전히 평가받기 전까지 당분간 혁신위는 김 위원장의 이름이 가장 주목을 받았던 기구로 회자될 듯합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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