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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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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 행' 창세기전, 데이원 패치에 '반전' 넣어야

9월 말~10월 초 공장 넘기는 '골드 행' 마쳐

2023-11-22 17:29

조회수 : 9,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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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올해 한국 게임 시장을 요약하는 말은 바로 '패키지 게임의 부흥'입니다. 2000년대 이후 자취를 감춘 대작 패키지 게임이 약 20년 만에 줄줄이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IP의 주요 기둥으로 거듭났기 때문입니다. 올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네오위즈(095660) 'P의 거짓'이 대상을, 넥슨 '데이브 더 다이버'가 최우수상을 받으며 작품성에 대한 평가를 재확인하기도 했죠. 
 
이 뜻깊은 해를 마무리할 대작 게임 한 편이 기대와 우려 속에 최근 골드 행(완성본 디스크를 공장에 넘김)을 마치고 데이 원 패치(출시일 패치)도 앞두고 있습니다. 바로 레그스튜디오가 개발하고 라인게임즈가 서비스 예정인 어드벤처 시뮬레이션 롤플레잉(ADV SRPG) 게임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입니다.
 
12월22일 출시를 앞둔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의 체험 판(2월 제작)에서 팬드래건의 왕녀 이올린이 필살기를 쓰고 있다. (사진=회색의 잔영 체험 판 실행 화면)
 
한국 롤플레잉의 전설
 
다음 달 22일 출시를 앞둔 이 게임의 원작 창세기전은 한국 게임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이 게임은 PC 게임 산업이 급속히 성장하던 1990년대 등장한 한국 RPG 1세대인데요. 1995년 12월 소프트맥스가 발매한 1편은 김진 만화가의 삽화와 캐릭터, 비극적인 서사와 방대한 분량으로 학창 시절 첫사랑 같은 작품이 됐습니다. 원작 개발 과정에서 담기지 않은 후반부 이야기는 이듬해 나온 2편에서 완성됐습니다. 손노리의 1994년 작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와 창세기전의 성공은 1990년대 국내 RPG 장르의 유행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라인게임즈가 2016년 IP를 확보한 지 7년 만에 출시할 창세기전 리메이크작 '회색의 잔영'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원작 1~2편을 합친 42개 장에 언리얼 엔진4 그래픽 적용, 성우진의 전체 대사 녹음 등으로 80시간 분량을 담았다고 하니 그럴 수 밖에요.
 
특히 성우진에 대한 기대가 높습니다. 게이시르 제국에 의해 멸망한 팬드래건의 독립을 위해 저항군을 이끄는 왕녀 이올린 팬드래건 역을 원에스더 성우가 맡았습니다. 남동생 라시드 팬드래건은 남도형 성우가, 기억을 잃은 그레이 스케빈져(G.S) 역은 장민혁 성우가 열연했습니다.
 
지난 16일 판매를 시작한 한정판은 단 한 시간 만에 매진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체험 판은 팬들의 기대에 못 미친 그래픽과 불편한 게임성 등으로 원성을 사고 있는데요. 제가 닌텐도 스위치로 직접 해 본 결과, 팬들의 반응에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 게임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평가 받은 세계 지도 속 구름 표현. 데이 원 패치 등을 통해 개선될 전망이다. (사진=회색의 잔영 체험 판 실행 화면)
 
기대보단 품질 낮은 2월 버전 체험 판
 
우선 언리얼 엔진4를 적용했다고 보기엔 그래픽이 아쉬운데요. 언리얼 엔진4는 최신 기술인 언리얼 엔진5의 직전판입니다. 가장 최신 기술은 아니라 하더라도 올해 주목받은 게임 P의 거짓의 개발 도구로도 쓰였던 만큼, 사실적인 그래픽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엔진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 배경인 안타리아 대륙 지도 위에 흐르는 구름은 우스꽝스럽게 뭉개졌고, 게임 진행 과정에서 움직이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미려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인상을 줬습니다.
 
물론 닌텐도 스위치의 성능이 최신 스마트폰의 절반 수준이라는 업계 설명을 감안하면 못 봐줄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실사 그래픽에 가까운 화면을 출력하는 닌텐도 스위치판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를 볼 때, 단지 하드웨어 성능 탓으로만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이 밖에 임무 수행을 위한 탐험 도중에는 장비를 바꿀 수 없는 점, 주요 장면이 부드럽게 연출되지 않는 점 등도 지적받고 있습니다. 저 역시 탐험 도중 얻은 장비를 바로 착용 못 해 답답함을 느꼈는데요. 인물 정보 창에서 캐릭터 착용 장비와 전체 보유 장비를 비교하며 쉽게 장비를 바꾸거나, 최적의 장비를 자동 착용하게 하는 등의 편의성이 요원해 보였습니다. 이번 작품이 그래픽만 개선한 리마스터판이 아닌, 원작이 사랑받은 요소를 발전적으로 계승하는 리메이크판이라는 점에서 필요한 기능으로 보입니다.
 
(올해 초 출시된 데드 스페이스 1편 리메이크판을 떠올려 봅시다. 1편에서 말이 없던 아이작은 2편에서 적극적으로 얼굴도 드러내고 자기감정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요. 리메이크판 제작사인 모티브는 이런 식으로 3편까지 구축된 주인공의 행동과 성격을 1편 리마스터에 구현했습니다. 화면 불러오기가 없는 심리스 기법을 적용했고, 2편부터 도입된 무중력 유영으로 우주 공간 속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표현했습니다. 원작에 없던 각종 퍼즐 요소를, 주인공이 탈출하려는 채굴선 이시무라호의 공포 분위기와 섞어내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엘리베이터 혹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조명이나 무제한 산소 공급을 포기해야 하는 식입니다. 조명을 포기할 경우 갑자기 튀어나올 괴물 '네크로모프'에 대비하기 위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닌텐도 스위치 화면으로 보기엔 읽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글씨로 된 설명이 많았습니다. 일반 판이나 OLED 판 스위치 사용자는 집에서 TV 화면에 연결하면 된다지만, 저 같은 스위치 라이트 사용자에겐 5.5인치 화면이 전부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창세기전을 할 때 읽는 각종 설명문이 마치 TV에서 보는 보험 광고 하단 글씨처럼 느껴집니다. 체험 판에서는 글씨 크기 조절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2월 기준 체험 판을 접한 게이머들은, 해당 화면을 보고 ‘저게 뭐지?’라는 대사에 다른 의미로 공감하고 있다. (사진=회색의 잔영 체험 판 실행 화면)
 
데이 원 패치가 '진짜'
 
이번 체험 판은 올해 2월 만들어져, 실제 출시작과는 품질이 다르다는 게 라인게임즈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출시 직전 첫인상을 구기는 체험 판을 공개한 이유가 궁금해지는데요. 본래 4~5월 체험 판을 공개하고 가을에 출시하려던 일정이 미뤄졌고, 체험 판 대신 실제 출시 판의 품질 향상에 총력을 쏟았다는 게 라인게임즈 설명입니다.
 
이 때문에 라인게임즈는 막바지 작업 중인 데이 원 패치(버그를 출시 첫날 패치로 해결)가 팬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현재로선 한달 가량의 기간 동안 팬들의 요구와 지적 사항이 모두 반영될지 알 수 없어 일단 기다려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라인게임즈 관계자는 "데이 원 패치 발매 버전은 체험판과 달리 향상된 그래픽을 경험하실 수 있을 것"이라며 "이용자 분들께서 체험판을 통해 남겨주신 의견 가운데 전투 속도와 편의성, 게임 밸런스, 캐릭터 모델링 등 다양한 부분에서도 체험판과는 다른 개선된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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