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 유치원 졸업식을 10시간여 앞두고 꽃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급히 '마켓컬리', '쿠팡' 앱을 열고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한 시간만 먼저 깨달았다면 충분히 새벽배송으로 싱싱한 꽃을 배달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자책했습니다. 일한답시고 밖으로만 돌며 졸업식을 축하할 꽃다발 하나 생각하지 못한 스스로에게 화가 났습니다.
모두 잠든 새벽, 혼자 화내면 무엇하겠습니까. 지금이라도 꽃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머리를 굴렸습니다. 불현듯, 전철역에서 본 듯한 꽃 자판기가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새벽 1시에 집을 나서, 마포구 일대를 헤맨 끝에 꽃집 앞 꽃 자판기에서 싱싱하고 예쁜 튤립 꽃다발 획득에 성공했습니다. 마침 눈이 내리기 시작한 시간이라 길도 미끄러웠고 어두웠습니다. 모성애는 그 무엇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다음날 졸업식 현장에서는 다양한 꽃다발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생화를 이용한 꽃다발을 비롯해 인형 꽃다발, 초콜렛다발, 비누꽃다발, 풍선다발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여러 종류의 것들이 있더군요. 사람 손을 반드시 거쳐야 했던 꽃다발마저도 새벽배송및 택배주문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대량으로 판매되다보니 이전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꽃을 고를 수 있게 됐습니다. 빠른 배송은 기본입니다.
졸업식이나 입학식을 앞두고 있다면 '미리미리' 오픈마켓 검색을 통해 풍선 다발과 인형 다발 등 이색 선물을 준비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천편일률적인 꽃다발보다 전달하는 이의 정성이 들어간 풍선다발이나 오래 보관 가능한 인형 다발을 건네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아요. 꽃다발을 마련하는 데 이렇게 다양하고 편리한 수단이 많았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깨닫습니다. 게으르고 무심한 엄마였지만요, 다음 입학식과 졸업식만은 절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겁니다.
졸업식엔 꽃다발이 필수다. 7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여자대학교 인제캠퍼스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들이 기념촬영을 하며 추억을 남기고 있다.(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