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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식

(토마토인터뷰)"페이스북은 되고, 아이러브스쿨은 안된 이유"

'아이러브스쿨' 창업자 김영삼씨

2010-11-1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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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최근 한 언론에 소개된 ‘아이러브스쿨’ 창업자 인터뷰 기사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주로 외산 SNS를 이용하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토종 커뮤니티 사이트에 대한 관심과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이러브스쿨'은 10여년전 선풍적 인기를 모았던 학연 중심의 인맥관리 사이트로, 경영권 분쟁과 경영악화 등으로 몇년만에 세인의 관심에서 잊혀졌다.
 
당시 2000년을 전후해 아이러브스쿨, 다모임, 세이클럽, 버디버디 등 수많은 인맥 기반 커뮤니티 사이트들이 등장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문을 닫거나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5일 <토마토TV>와 만난 아이러브스쿨 창업자 김영삼씨는 최근 '아이러브스쿨'이 새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최근 SNS 돌풍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며 "아마도 네티즌들이 '우리한테도 이런 좋은 커뮤니티 사이트가 많았는데 왜 지금 트위터·페이스북을 쓰고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지게 된 것이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사업에 실패해 국내에서 더 이상 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최근 중국에서 새로운 인터넷 사업을 준비 중이다.
 
다음은 김영삼씨와의 일문입답.
 
- 아이러브스쿨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 원래 싸이월드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커뮤니티 사이트였다. 카이스트 석·박사 과정에 있던 시절 한 동료가 다단계식으로 인맥을 넓히는 커뮤니티 사이트인 ‘싸이클럽’을 만들었는데, 거기에 ‘학연’이라는 요소를 집어넣는다면 더 성공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 아이러브스쿨의 실패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 사용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다. 나는 당시 사람들이 왜 아이러브스쿨을 이용하는지 몰랐다. 나중에야 깨달았다. 사람들이 학연을 기반으로 인맥관리를 하고 싶어 할 것이라는 내 의도는 달리 ‘첫사랑’으로 대변되는 추억을 찾기 위해 들어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제대로 된 사업모델을 만들지 못한 점도 크다. 성공의 ‘뼈대’를 갖추지 못한 채 사업한 것이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 모델링을 참 잘한다. 예를 들어 블로그만 하더라도 까페와 다를 게 없었지만 ‘개인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 주효하지 않았나.
 
- 아이러브스쿨 뿐아니라 다모임, 세이클럽, 하늘사랑, 버디버디 등 인기를 끌던 커뮤니티 사이트들이 대부분 하락의 길을 걸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 장기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쪽방에서 불과 몇 명이 시작해 지금 이렇게 성장했다. 당장 수익이 없어도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관점으로 미래의 가능성만 보고 계속 투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벤처열풍이 불었던 그 시기, 투자자들은 ‘치고 빠지기’식 머니게임을 했다. 이러니 창업자들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단기적인 성과에 목을 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채팅사이트들은 사이버섹스 등 사이트에 해가 되는 것을 묵인해 결국 지금 상황까지 왔다. 만약 제대로 된 투자문화가 있었더라면 한국에서도 페이스북이 나왔을 것이다.
 
- 요즘 SNS와 소셜커머스가 인기다. 어떻게 보는가?
 
▲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트위터와 싸이월드 사이에 차이점은 거의 없다. 또 구매자가 많으면 반값으로 깎아준다는 사이트는 이미 옛날에도 있었다. 다만 트위터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모델링에 성공했을 뿐이다. 여기에다 ‘트렌디하다’는 인식을 주고 싶은 정치인, 기업인들이 앞 다퉈 쓴 것도 외산 SNS의 인기에 한몫 했다.
 
- 한국 인터넷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나?
 
▲ 한국이 ‘인터넷 강국’이라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혁신’을 만들어주는 분위기가 없어 기회를 다 뺏겨 버렸다. 지금 남은 것은 포털 뿐이다. 하지만 한국에는 창의적인 인재가 많다. 이들이 혁신적인 사업을 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줘야 한다. 창업자가 벤처기업을 만드는데 인생 전부를 걸어야하는 ‘위험’이 없어진다면, 또 패자부활전도 보장된다면 한국 인터넷산업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NHN(035420)을 비롯한 포털업체들의 책임감도 중요하다. 유망한 인터넷사업이 등장할 때 키워주진 못할지언정 그걸 밟으려하면 안된다.
 
뉴스토마토 최용식 기자 cys7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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