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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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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과 없는 장면들

2024-06-07 17:45

조회수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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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컴퓨터, 스마트폰 어느 곳에서든 시선을 잡아끄는 콘텐츠는 '마라맛' 콘텐츠입니다. 자극의 역치가 높아진 우리들은 갈수록 더 얼얼한 자극에 반응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극적인 콘텐츠, 자극적인 보도가 넘쳐나면서 날것의 사진과 영상들을 볼 때마다 이따금씩 마음을 졸이게 됩니다. 자극에 익숙해진 저는 자극에 대한 노출이 두렵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피폐해진 삶으로 인해 마음에 황무지가 생긴 이들은 자극에 민감합니다. 이미 여러 자극으로 인해 마음을 닫았기 때문에 새로운 자극 역시 그들에겐 공격으로 느껴집니다. 우리 사회에서 나날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콘텐츠들은 이런 이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고 영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블랙박스 장면, 성범죄 관련 자극적인 묘사, 쏟아지는 자살 보도 등은 충분히 정신적 충격을 줄 수 있는 콘텐츠입니다. 비슷한 일이나 관련된 일을 겪었던 이들에겐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유발하기에 충분합니다. 
 
일례로, 교통사고를 심하게 당했던 이들에게 모자이크 하나 없이 끔찍한 장면을 보여주는 블랙박스 장면은 사고 당시를 되새김질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수면장애, 식이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런 여과 없는 콘텐츠는 불편한 증상들을 더욱 지속하게 합니다. 다른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요즘은 알고리즘화 돼있는 콘텐츠들이 많은데, 무심코 넘기는 숏폼 콘텐츠에서 이런 영상들은 준비 없이 마주하게 됩니다. 자극에 민감하지 않은 제가 봐도 놀랄만한 콘텐츠가 많은데 정신적으로 약해져 있는 이들에겐 더 크게 다가올 것입니다.
 
언젠가 누군가 그러더군요. 지독한 자극에 길들여진 속세에서 벗어나 산 속에서 혼자 사는 편이 낫겠다고요. 그래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조용한 삶을 살고 싶은 이들이 세상 돌아가는 것 정도만 궁금해서 기사를 찾아봤을 뿐인데도 언제나 감당하기 힘든 소식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노출 수가 너무나 중요한 시대지만, 여러 독자, 시청자, 구독자를 고려한다면 적어도 누군가에게 정신적 피해가 가지 않을 정도의 여과 장치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 변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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