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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bora11@etomato.com

정확히, 잘 보겠습니다.
자영업자의 넋두리

2024-06-18 16:15

조회수 :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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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보다 앞머리를 뒤덮은 흰머리를 보고, 한 달에 한 번 돌아오는 '그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뿌리염색. 자주 가는 미용실에 예약 전화를 거니, 주말은 꽉 찼다며 토요일 마지막 타임인 저녁 7시 반이라도 오겠냐고 했습니다. "그 시간에라도 해주시면 감사하죠" 라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제가 다니는 곳은 헤어디자이너(사장님)가 1명뿐인 미용실인데요. 사장님과 그를 도와주는 조수까지 2명이 전부인 곳입니다. 7시 전에 미용실에 도착했습니다. 역시나 손님은 꽉 차 있었고, 7시 25분이 되어서야 염색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머리를 다듬고, 염색약을 바르기 시작하자 조수분이 퇴근했습니다. 8시 였습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예약받아주셔서 감사해요, 화요일과 수요일에 계속 예약하려고 했는데, 휴일이더라고요. 목요일에 예약하니 꽉 찼더라고요"
 
"아유, 저 휴일에도 전화 받아요. 휴일에 예약 다 받으니 앞으로는 휴일에도 전화 주세요. 오히려 휴일에 예약 전화가 안 오면 너무 불안해요. 예약 전화받는 거 즐거우니 언제든 주시면 돼요"
 
그래도 휴일에 예약전화는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하자, 사장님은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예약이 꽉 찬 날에 예약 문의 전화가 오면, 첫 타임 이전(9시) 마지막 타임 이후(7시 반) 이후 손님도 다 받는다고 해요. 한 통 한통 오는 예약 문의가 소중한데, 그것을 놓칠 수 없다는 겁니다. 
 
미용실은 한 달에 1300~1500만원 정도의 매출이 나와야 한다고 합니다. 마침 이달에 건물주가 월세와 관리비를 올린다고 했대요. 찔끔찔끔 오르는 재료비에 고정비까지…이를 감당하려면 매달 20일까지 열심히 '달려야 한다'고 해요. 20일까지 어느 정도의 매출을 마련해놓지 않으면 매달 하순은 정말 쪼이고 힘들다고요. 대로변의 미용실을 운영하다, 월세에 쪼들려 가게 자리를 옮기게 됐는데 여전히 월세와 고정비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고 했어요.
 
그가 아침 8시 반부터 머리를 만지기 시작해, 저녁 9시를 훌쩍 넘기는 시간까지 일을 하는 이유입니다. 조수 1명을 두고, 염색과 펌, 커트 손님을 오가면서 시술(?)을 하고요, 중간중간에 예약전화도 받습니다. 이렇게 혼자 종종거리는 삶을 살지만, 그래도 사람을 부리지 않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해요. 
 
"요 동네 가장 큰 미용실이 이번에 벌금으로 천 만원을 냈대요. 인턴들이 고용노동부에 신고했다나…우린 그런 거 맞으면 문 닫아야해요. 요즘 인턴들 무서워요. 점심시간 제대로 안 줬다고? 모르겠어요. 별 다양한 이유로 고용부에 신고해요. 그런 애들 데리고 하느니 이렇게 바빠도 혼자 하는게 마음이 편해요"
 
"수고하셨어요"
"감사합니다"
 
머리를 매만져 준 건 사장님이고 사장님 이야기를 들으며 가만히 앉아서 머리를 대고 있었던 손님인 내가 왜 수고했는지 모르겠지만요. 미용실 의자를 내려왔습니다. 마지막 손님의 머리 손질을 끝내자 사장님은 허리가 아픈지 등과 허리를 두드리며 잠시 고통스러워했어요.  
 
"이상하게 몸이 예전 같지 않아요. 예전엔 하루 쉬면 다 회복이 됐는데, 이젠 하루도 힘들더라고요. 몸이 전분데…"
 
휴일에 예약전화받는 게 좋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휴일에 예약전화는 걸지 않겠다고, 결심하며 미용실을 나섰습니다.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삶은 힘겹기만하다. 3일 오후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상인이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5월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소상공인 6월 전망 경기지수(BSI)는 67.4로 전월 대비 7.0p 하락했다. 전통시장 6월 전망 BSI도 63.0로 전월 대비 3.7p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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