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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선

(초점)금감원 뒤에 숨은 금융위 "책임 모르쇠?"

2011-05-1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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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저축은행 부실 및 비리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에 대한 비난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정책 당국인 금융위원회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우리나라 금융산업과 관련된 정책을 실질적으로 심의·의결하고 금감원을 감독하는 정부 기구다.
  
최근 저축은행 부실의 근본원인인 부동산PF대출 확대도 금융위가 고안하고 시작한 '88클럽 조치' 때문이며, 저축은행 부실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기까지 구조조정을 지연한 책임도 사실상 금융위원회에 있다는 지적이다.
 
◇저축銀부실 키운 건 PF대출완화..금융위 책임이 더 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유럽 3개국 순방을 다녀온 직후 부산저축은행의 부실 및 금융감독기관과의 유착 의혹과 관련, "공정사회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에 대해 엄정하게 조치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공정사회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하고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철저한 진상조사와 엄중한 문책을 요구한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와 검찰, 감사원,정치권의 행태는 저축은행 사태의 모든 책임이 금감원에만 있다는 쪽으로 몰고 가는 양상이다. 물론 금감원의 잘못된 관행과 비리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고 전면쇄신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저축은행 부실사태 관련해 모든 책임을 금감원만 져야 한다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감독부실 못지 않게 저축은행 부실의 실마리를 제공한 '88클럽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 등 정책을 만든 금융위의 책임도 만만치 않게 무겁기 때문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금감원은 변명의 여지가 없고 반성하고 쇄신해야 한다."라면서도 "금감원만 때려잡는다고 해서 지금과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부실의 근본원인인 예금자보호한도확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규제 완화조치 등 중요한 의사결정은 금융위원회가 했으니 더 큰 책임은 금융위에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업계는 저축은행 부실의 원인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은 '88클럽조치'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2006년 자기자본비율 8%이상, 고정이하여신비율 8%미만을 충족한 저축은행( 88클럽)에 대해 대출규제를 완화해준 '88클럽 조치'로 인해 저축은행들이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을 과도하게 늘렸다는 것이다.
 
민주당 우제창 의원도 "저축은행이 이 지경이 된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PF대출"이라며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지난 2006년 금융감독위원장 시절 88클럽 우대조치를 해준게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꼬집었다.
 
◇ 책임져야 할 금융위.. '모르쇠'로 일관
 
적기에 해야 했을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지연시켜 부실을 키운 주범도 금융위라는 지적이다.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 건설경기 악화와 PF대출부실로 저축은행 업계가 어려워졌지만 금융당국은 오히려 PF대출 만기를 연장과 함께 건설사에 자금을 지원해줄 것을 요구했다. 게다가 부실한 저축은행은 대형 저축은행이 인수토록 해 구조조정은커녕 부실자산의 대형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고 금감원의 감독부실이 수면위로 떠오르자 정작 함께 책임져야 할 금융정책당국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에 대해 함께 책임을 져야 할 금융위가 금감원사태에 대해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얼마 전 LIG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을 두고 당국이 대기업의 꼬리자르기식 행태에 대해 비난했던 것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양상”이라고 비난했다.
 
과거 2004년 감사원이 카드 대란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을 때도 비슷했다. 감사원은 정부의 정책실패를 지적하면서도 문책은 금감원 직원에게만 했다. 당시 신용카드 규제완화책을 입안·시행했던 1999년~2001년 사이의 옛 재정경제부나 금융감독관리위원회 고위관료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아 형평선 논란과 함께 정책당국에 ‘면죄부’만 줬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금융전문가들은 감독 권한은 정치나 정책에 맞게 오남용한 뒤 나중에 문제가 터졌을 때는 금감원에 책임을 미루면 그만이라는 식의 금융 정책당국의 고위관료가 가장 큰 문제라며 이들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교수는 "막강 권한을 가진 금감원을 흔들 수 있는 권력은 금융위를 비롯해 정부, 청와대일 텐데 그동안 의지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라며 "금감원 아래에서는 아무리 말을 해봤자 의미가 없고 그 위에 있는 정부와 청와대가 분명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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