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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성추문 파문' 속속 드러나는 검사의 거짓말

2012-11-2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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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성(性) 스캔들' 파문을 일으킨 전모 검사가 당초 검찰에서 주장했던 진술은 상황을 축소하기 위한 거짓된 정황이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주말에 조사한 이유·합의금 액수, 검사실내 성관계 유무, 검찰청 인근 모텔에서 성관계를 가진 경위 등에 대해 전 검사의 설명과 여성 피의자 측 의견은 상당 부분 엇갈린다.
 
26일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는 전 검사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할 경우, 전 검사에 대한 수사는 실체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현직 검사의 비리여부를 조사하던 당일 긴급체포한데다, 성관계 자체를 향응으로 보고 뇌물수수 혐의 죄명을 적용한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검사-여성 피의자' 주말조사 왜 이뤄졌나
 
검사가 피의자를 조사할 때는 참여계장이 입회하는 것이 원칙인데도 전 검사가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고 주말에 A씨를 불러내 조사한 점에 대해서도 양측 주장이 엇걸린다.
 
여성 피의자 A씨측 정철승 변호사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A씨가 먼저 토요일 조사를 요구했다는 등의 전 검사 주장은 사실이 아님을 입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4일 이뤄진 첫 번째 검찰조사에서 전 검사는 '토요일 오후에 조사를 한 건 A씨가 그때 밖에 시간이 안 된다고 했기 때문'이라며 '검사실 내에서는 성관계를 갖지 않았으며, A씨가 먼저 접근해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 변호사는 "전 검사가 전화를 걸어 내일 당장 검찰청으로 들어오라"고 A씨에게 강압적으로 얘기했고, A씨가 "아이들 저녁식사를 봐줘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하자 "10일 토요일 오후 2시까지 나오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다음 날 검찰청에 출두한 A씨는 억울하다고 하소연했으나 전 검사는 "무조건 합의해야 하고, 합의해도 기소되고 재판받아야 한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A씨를 강하게 몰아붙였다고 한다. 계속되는 전 검사의 강압에 A씨가 당황해 울음을 터뜨리자 전 검사가 '많이 격앙되신 것 같다. 진정시켜드리겠다'면서 차를 권한 뒤 신체적인 접촉을 시작해, 강제로 성관계까지 가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현재 감찰본부는 이달 10일 검사 집무실에서 유사성행위가 있었는지, 아니면 최초 성관계가 이뤄졌는지 여부 등에 대한 양측 주장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중이다.
 
◇합의하에 성관계?..증거인멸 시도까지
 
지난 12일 퇴근 후 A씨를 다시 만나 자신의 차에 태운 뒤 유사 성행위를 하고 같은 날 서울 왕십리 모텔로 데려가 성관계를 가진 경위에 대해서도 양측의 주장은 다르다.
 
정 변호사는 "12일 오후 7시쯤 넘어서 A씨는 검사실 일반전화로 전화를 걸었고 전 검사는 A씨에게 "지금 조사받으러 들어오라"고 했다. 그런데 검찰청으로 가고 있는 A씨에게 전 검사가 구의역 1번 출구 앞에서 보자고 약속 장소를 바꿨다"고 말했다.
 
또 정 변호사는 "전 검사가 모텔로 이동하는 차량에서 "밖에서 다 본다"며 저항하는 A씨에게 강압적으로 유사성행위 시키는 등 '있을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국 피의자 A씨는 왕십리 근처의 모텔에 도착해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 검사는 "퇴근하려는데 A씨가 전화해 잠시 보자고 해서 만났다. 차에 태운 뒤 유사 성행위를 했고, 모텔에 가게 됐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전 검사가 검사의 지위를 이용해 여성 피의자를 성폭행한 사건"이라고 규정지으면서 "전 검사는 A씨와 강제로 성관계를 갖기 위해 모텔로 들어선 직후 '남편이 알면 안 된다'며 A씨의 휴대전화에서 자신과의 통화내역을 지웠고 피임기구도 치우려 하는 등 치밀하게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전 검사와의 전화통화 및 대화를 파일로 녹음했는데, 이 중 160분 분량을 전 검사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검찰에 증거로 제출한 상태다.
 
◇사건 축소하려고 합의금 5000만원?
 
'성 스캔들' 파문이 일자 전 검사가 A씨에게 먼저 합의를 요구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양측 주장이 일치하지만, 합의금 내용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검찰 조사 당시 전 검사는 "A씨가 5000만원을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정 변호사는 "전 검사가 필요한 합의금이 얼마인지 얘기해달라고 했다"면서 "일반적인 수준의 위자료를 받았다. 여성이 어떤 민사·형사상 소송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원래 액수보다 적은 금액으로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반박했다.
 
A씨는 지난 19일 성폭력 상담기관을 방문해 전 검사의 성폭행과 관련한 상담을 받았고 전 검사는 문제가 불거지자 정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 합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검사에 대한 구속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앞서 감찰본부는 전 검사를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한 것에 대해 "전형적인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에 가깝지만 특수한 상황 때문에 '뇌물수수'가 적용된 것"이라며 "친고죄인 성폭력 규정을 적용할 수 없어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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