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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분석)伊·키프로스 불안 재점화..유로존 위기 '2라운드'

2013-03-2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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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이탈리아 정국불안과 키프로스 악재로 유로존이 다시 한 번 위기에 빠졌다.
 
이탈리아의 제3당인 오성운동이 민주당과의 연립정부 구성을 거부하고 키프로스가 자본을 강력하게 통제하겠다고 나서자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형성된 것이다.
 
이날 두 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달러 대비 유로화는 하락하고 유럽과 뉴욕 증시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2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은 키프로스 사태에 이어 이탈리아 정국이 혼란에 빠지자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연립정부 구성 좌절..정국불안 고조
 
이탈리아가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하면서 정국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제3당인 오성운동이 민주당과의 연정을 거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날 오성운동의 비토 크리미 상원 원내총무는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가 이끄는 민주당에 대한 상원 신임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다"며 연립정부 구성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행히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가 이끄는 민주당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우파 자유국민당과 대연정을 통해 정부를 구성하는 '플랜B'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워낙에 두 당간의 정책 격차가 커 연립정부를 구성해도 오래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연정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고육책으로 오는 9월쯤 총선을 다시 치뤄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레나또 브루네타 이탈리아 하원 원내 대표는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는 누구와도 연대할 수 있다"며 "그러나 2대 정당의 연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탈리아 실물경제는 큰 혼돈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탈리아 정치권 혼란..금융시장 불안 가중
 
연정 구성이 무산되자 이탈리아 5년만기 국채 입찰이 당초 목표치에 미달하고 수익률도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이 또 한번 출렁였다.
 
금융권의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갈 정치 리더십이 단시일내에 등장하기 어렵다는 소식에 시장에 불안감이 짙어진 것이다. 
  
이탈리아 5년물 국채의 낙찰 수익률은 이날 3.65%로 전월 3.58%에서 0.06%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다.
 
응찰률은 올해 평균 1.4배를 밑도는 1.2배에 그친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탈리아의 국채상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독일과 이탈리아간 10년물 국채 수익률간 격차인 스프레드도 확대됐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이탈리아와 독일 간의 국채금리 스프레드가 유로존 위기가 심각했을 때의 수준으로 급등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탈리아 금융시스템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비관적인 견해에 힘을 실었다.
 
이탈리아 국채 보유량이 많은 국내 은행들이 가치가 떨어진 국채 탓에 덩달아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더불어 유로존 경제규모 3위국인 이탈리아가 재선거를 치르게 되면 그 사이 글로벌 금융시장도 위축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불안한 이탈리아 정국 소식에 이웃국가인 스페인의 국채금리가 5%를 돌파하기도 해 유로존 위기설을 상기시켰다.
 
◇키프로스 중앙은행 자본 통제..기간 길어질 수도
 
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후 2주 만에 처음으로 은행 문을 연 키프로스의 상황도 이탈리아 못지 않게 불안한 상황이다.
 
키프로스 정부는 이날 예금이 대량으로 인출되는 '뱅크런'을 막기 위해 28일부터 4일간 자본통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자본통제 방안은 하루 인출액을 300유로 이하로 제한하고 해외 여행과 송금에 쓸 수 있는 돈을 규제하는 것이 골자다.
 
이안고스 데메트리우 키프로스 중앙은행 감사국장은 "향후 4일간 매일 자본통제의 경과를 면밀히 관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부 러시아 기업들은 키프로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러시아 정부가 대신에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키프로스 자본 통제는 더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며 이번 조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자본통제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크리스 파블루 바클레이즈 전 분석가겸 라이키 은행 부대표는 "자본통제는 필요한 조치이며 정부는 유럽연합의 요구를 잘 이행하기 수주 간 규제를 이어가야 할 것"이라며 "시스템이 정착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J)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심지어 몇 개월에서 최대 몇 년 동안 자본통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이은 유럽 악재..피해 더 커질 우려
 
전문가들은 이탈리아 정국 불안과 키프로스 악재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유로존 경기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탈리아의 대외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앞으로 당분간 이탈리아 국채 수요가 감소해 금리는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설리 씨티그룹 스트래티지스트는 "이탈리아 국채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며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국채금리는 상승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은 180억유로 규모의 키프로스 경제가 이번 구제금융 조치와 더불어 향후 전개될 긴축재정 등으로 올해 3.5% 축소될 것으로 예측했다.
 
또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키프로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수도 있다며 컨트리실링 등급을 ‘Caa2’로 강등했다.  
 
◇달러 대비 유로화 증감 추이 <출처 : CNNMoney>
 
유로존 악재로 달러 대비 유로화 또한 한동안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이날 유로화는 이날 1.2777달러에 거래돼 전 거래일의 1.2861달러보다 0.65% 하락했다. 유로화가 1.28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외환 전문가들은 연이은 유럽 악재에 당분간 유로화 약세가 이어지고 달러화는 상승 흐름을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로존 불안감이 시장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스티브 매소카 웨드부시증권 전략가는 "키프로스 악재는 시장에 그리 큰 위협이 아니다"라며 "2분기에 주요국 증시가 하락해도 그것은 매년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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