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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공연리뷰)아르헨티나 정열 담은 탱고 뮤지컬 '탕게라'

2013-05-0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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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현주기자] 아르헨티나의 오리지널 탱고를 담은 뮤지컬 <탕게라(안무 모라 고도이, 연출 오마르 파체코)>는 탱고에서 시작해 탱고로 끝나는 한 편의 드라마다.   
작품은 이민자들이 범람했던 20세기 초 아르헨티나의 항구인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로맨스를 다룬다. 아르헨티나 최초의 댄스 뮤지컬로, 배우들이 대사 없이 춤과 음악으로만 관객들과 소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진제공=LG아트센터)
 
파리에서 건너온 '탕게라(탱고를 추는 여성 댄서)'인 지젤은 '탕게로(남성 댄서)' 로렌조를 만나 운명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호시탐탐 지젤을 차지하려 드는 암흑가의 보스 가우덴시오가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게 되고, 로렌조는 지젤과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가우덴시오에게 맞선다.
 
전개되는 스토리는 조금 밋밋하지만 끊임없이 변주되는 탱고가 볼거리다. 골목길 어귀에서 벌어진 춤판에서는 자유롭고 소박한 탱고를 만날 수 있다. 홍등가의 연인들은 탱고로 도발과 관능, 유혹을 표현하며 뛰어난 기술을 뽐낸다. 박진감 넘치는 탕게로의 전투적인 독무는 탕게라의 춤사위 못지 않게 화려하다. 극의 클라이맥스에서 지젤과 로렌조, 가우덴시오는 질투와 시기가 어우러지는 삼각 탱고를 춘다.
 
극의 배경이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항구, 뒷골목, 캬바레, 때로는 홍등가이기 때문에 유독 강렬한 조명이 많이 쓰인다. 특히 새빨간 조명 아래 일하는 항구의 노동자들이나 홍등가의 여인들은 노을 빛에 이글거리는 석양처럼 강렬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며, 남미 특유의 역동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조명이 자아내는 무대 위의 분위기 역시 은은하기보다는 직설적이다.
 
대사 없이 배경 음악으로만 극의 긴장과 이완, 스토리텔링을 끌어나가기 때문에 마치 1920년대 무성극을 눈 앞에서 보는 듯 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다행히 의상과 조명, 배우들의 화려한 화장까지 다채로운 색감이 곁들여져 지루함을 덜어준다. 끈적한 기타 연주와 '악마의 악기' 반도네온이 만들어내는 구슬픈 소리는 아르헨티나가 품은 특유의 이국적 감성을 더해주기도 한다.
 
이야기가 마무리된 후에도 탱고의 향연은 한참 계속된다. 막이 내린 후에도 식지 않은 남미의 열정을 보여주는 댄서들 모습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오는 8일까지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3시·7시(월요일 공연 없음), 문의 LG아트센터(02-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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