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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상범

(인터뷰) 김혜수 "미스 김은 장규직을 사랑하지 않았다"

"이성적인 끌림보다 다른 차원의 동질감이었다"

2013-05-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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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KBS)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배우 김혜수가 KBS2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 미스 김으로 대중의 뇌리를 강하게 때렸다.
 
그가 미스 김을 통해 보여준 대사, 표정, 감정은 오랫동안 여운이 남을 것이다.
 
'논문 표절' 사건이 앞서 터졌음에도 지금 대부분 대중의 머릿 속에는 '김혜수' 하면 '미스 김'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마치 어떤 위기에도 끄떡없다는 듯이 다시 일어난 김혜수는 어떻게 '직장의 신'을 선택했을까.
 
김혜수는 우연이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직장의 신' 시놉시스가 엄청 두꺼웠어요. 그런 시놉시스는 처음이었어요. 대본 보고 첫 번째 신을 볼 때 '너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매니저에게 이거 하겠다고 했어요. 얼마나 낄낄댔는지 몰라요. 어떤 확신을 가지고 이 작품을 선택한 게 아니에요. 제가 점쟁이도 아니고. 정말 이럴 줄 모르고 한 거였어요."
 
◇"신뢰할 수 있는 대본 만난 게 가장 큰 행복"
 
되도 않는 아침체조로도 웃기고, 탬버린을 흔들며 웃겼고, '괄약근'이라는 표현으로 웃겼다.
 
내복으로 웃기기도 했고, 오지호와 싸우면서 웃기기도 했다.
 
그 안에서 미스 김은 확실히 강렬한 캐릭터를 드러냈다. 망가지는 것이 두려운 게 배우의 기본적인 생리인데 김혜수는 거침없이 망가졌다. 작가를 믿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잡고 작품에 전념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혜수는 "신뢰할 수 있는 대본을 만난 게 배우로서는 가장 큰 행복"이라며 작가를 치켜세웠다.
 
"윤난중 작가를 보면 최동훈 영화감독이 생각나요. 문학적으로 글을 잘 쓴다기 보다는 평소에 우리가 익히 쓰는 단어인데 조합이 생경하다거나, 절묘했어요. 절묘한 조합을 만들어서 대사로 활용하는 거예요. 재능이 있다는 거죠. 지상파 미니시리즈는 처음이라는데 우리 윤 작가는 정말 천재 같아요"
 
"저 역시도 그런 대본을 보면서 캐릭터를 구현하니까 더욱 힘이 났던 거죠. 저 뿐만 아니라 오지호, 정유미, 이희준, 전혜빈, 조권, 어르신인 부장님, 과장님 모두 대본의 힘으로 우리의 목적을 지켰다고 생각해요"
 
 
(사진제공=KBS)
 
◇"같은 상처가 있는 사람이 우연히 다시 만난 것"
 
'직장의 신' 엔딩은 미스 김이 장규직(오지호 분)이 있는 와이장 물류창고에 계약직으로 면접을 보면서 마무리됐다.
 
열린 결말이라고 하지만 미스 김이 장규직을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미스 김을 열연한 김혜수에게 "미스 김이 장규직을 사랑한 것 같냐"고 물었다. 생각조차 하지 않고 김혜수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5회 엔딩이 장규직과의 키스였는데, 다음 신이 미스 김이 아무 감흥 없이 집에 가는 장면이었어요. 사실 저는 따귀를 때리거나, 낭심을 걷어찰 줄 알았어요. 미스 김은 장규직 자체를 무시했잖아요. 제가 봤을 때 미스 김은 생업 전선에서는 아마추어가 아니에요. 얼마나 많은 조직을 옮겨다녔어요. 친구조차 만들지 않는데요. 그런 미스 김에게 장규직의 기습 키스? 아예 응징할 가치도 없는 거죠."
 
"그렇다면 왜 장규직이 있는 곳에 취업을 하러 갔냐. 그걸 사랑으로 보는 것은, 시청자나 우리나 남녀 간의 사랑이라는 것에 훈련돼 있어서 그런 거 같아요. 미스김은 그렇게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에요."
 
"구체적으로 설명되지는 않았지만, 장규직이나 미스 김이나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었어요. 그게 서로 미래의 삶을 결정하는 계기가 됐죠. 남녀 관계라기보다는 공통된 상처가 있잖아요. 같은 상처가 있는 사람이 완전히 다른 방식의 삶을 선택했고, 우연히 다시 만났어요. 이성적인 끌림보다는 다른 차원의 동질감 때문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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